2. 자립생활의 철학과 이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은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결정하며 자신의 생활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기반으로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신변처리, 지역사회내의 일상적 활동 참여, 사회적 역할 수행 등의 문제가 포함되며 자립생활의 개념 속에서의 자립은 철저한 개인의 문제로써 개별적 논의가 요구되는 상대적 개념이다.
자립생활은 장애인복지 서비스의 새로운 모델의 하나로 인식되기 보다 장애인과 장애문제를 바라보고, 논의하는 관점상의 변화, 사고들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은 재활패러다임에서나 의료모델에서나 혹은 장애인복지나 재활서비스에 관여된 모든 전문가 집단에게 긍극적인 목표로 이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이러한 장애인복지나 재활에 본질적으로 오히려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장애인 자립의 문제가 기존의 재활관점에 있어 변칙으로써 혹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조금은 벅찬 표제를 달고 다가서는 것일까? 자립생활 패러다임의 자립관의 그 무엇이 재활패러다임의 그것과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을까?
자립생활은 인권의 표현 혹은 시민권의 실천방법으로 인식돼야 한다. 자립생활의 개념을 논의함에 있어 반드시 다루어져야 할 주제어는 자기결정(Self-determination)과 선택권(Choice-making)이다. 자립생활 이념은 장애인에게 자신이 어디서 살 것인지, 누구와 함께 살 것인지, 어떤 생활양식을 선택할 것인지,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에 대한 생활전반에 걸친 제반상황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립생활 개념에는 장애인는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에 대한 모험이나 그 결과에 따른 위험상황에도 대처할 책임이 있으며 이에 따른 성공 혹은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자립생활의 이념에 있어 자신의 결정과 선택에 의한 행동 그리고 이로 인한 결과의 책임성은 논의의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관리하고 그 생활 전반에 걸쳐 방향을 설정하여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여 나아갈 뿐 아니라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을 의미한다.
기존의 재활패러다임에서의 의료적 모델에서 장애인는 사회적으로 병자의 역할(sick role)을 요구받았으며 이러한 사회적 역할은 장애인 개인에게 뿐 아니라 장애인 가족과 친구에게도 사회적 낙인(Stigma)이 되어 편견과 차별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다. 병자의 역할은 질병의 종류 및 장애정도에 따라 정상적인 사회활동은 물론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면제되고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는 자신의 질병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질 수 있는 능력도 없다. 다시 말해 환자는 자신의 생활전반이나 삶 전반을 타인이나 사회에 의존해서 살아도 된다는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반면 이러한 혜택(?)에 대한 대가로써 사회로부터 요구받는 의무사항도 있는데 이는 환자가 병원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도 같은 것이다. 첫째, 환자는 병든 상태를 비정상적이고 완전치 못한 상태로 규정하고 병자 자신의 회복이나 손상된 상태를 완전하게 되돌리는 데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둘째, 환자나 보호자는 회복하기 위해서 의사와 간호사와 같은 자신의 질병이나 장애와 관련된 모든 이에게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이나 만성질환자의 경우 정상의 상태로 복귀된다는 의미의 재활이란 불가능한 것이다. 장애이이나 만성질환자의 경우 장기간 혹은 평생 동안 환자의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 장애상태가 지속되는 동안에는 병자의 역할에서 제시되는 책임을 다하기 위한 타인에 대한 의존성은 당연시된다. 환자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함의나 자립생활과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후반부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겠다.
1990년대 이전까지 의료, 직업, 재활상담 등의 장애인를 위한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 있어서의 지배적 패러다임은 의료적 모델에 근거한 재활패러다임이었다. 재활패러다임은 일반적으로 장애인의 문제가 일상적활동을 비정상적으로 수행한다거나 인력시장에서 경쟁고용에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이 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재활치료이고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직업재활 전문가, 사회복지사 등과 같은 재활전문가의 지시나 조언을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즉 장애인는 환자나 클라이언트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고 따라서 재활과정의 목표가 최대한의 신체적 기능수행이나 혹은 고용을 통한 직업활동에 있으며 재활에 있어서의 성공은 재활전문가의 몫이라는 것이다.
반면 자립생활 패러다임에서는 장애인의 문제는 장애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클라이언트 관계라는 의존성에 있다. 따라서 장애인의 문제는 궁극적으로 재활이나 치료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물리적 환경과 전반적인 사회통제 기제를 포함하는 환경적인 요인에 있다는 것에서 인식의 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는 장애인는 환자의 역할(Sick role)을 벗어나 자기 문제에 대한 통제력(Locus of control)을 가진 소비자의 역할(Consumer role)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 18-1> 재활패러다임과 자립생활패러다임 간의 상호비교
항목 재활모델(Rehabilitation Paradigm) 자립생활모델(Independent Living Paradigm)
* 문제제기 신체적 결함, 직업기능의 결핍 사회적 억압, 전문가, 부모, 친척 등에게 의존
* 개선내용 개인 환경(재활의 내용)
* 문제해결 수단 의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직업재활상담원 등의 전문가 개입 동료장애인상담, 권익옹호, 자조, 소비자중심의 서비스제공, 사회적 장애 제거 등
* 사회적 지위 환자, 클라이언드 소비자
* 관리자, 조정자 전문가 소비자
* 최종목표 최대한의 ADL(일상생활활동), 경제적자립과 일반고용 자립생활
자료출처: 장애인 자립생활 실천에 관한 연구(오혜경,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