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600만명 돌파… 청년失業·고부갈등·고령화 등 한국사회 압축한 코미디 영화 돌풍
예매율 25%인 20대 여성들 "엄마랑 같이 가서 봤다"
가족관객층 공략으로 성공… 主演의 뛰어난 연기도 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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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수상한 그녀'가 부모와 자식 세대를 동시에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흥행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10일 현재 관객 573만명을 동원했으며, 11일 6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누적 관객 1232만명을 기록한 '광해, 왕이 된 남자'와 비슷한 속도다.
'수상한 그녀' 제작사 측은 향후 800만명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잃어버린 가치에 대한 향수
'수상한 그녀'는 어느 날 스무 살로 돌아간 70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몸은 스무 살인데 마음은 여전히 욕쟁이 할머니인 주인공의 좌충우돌이 빚는 코미디다.
이 영화는 대한민국이 겪어온 상징적 가치들을 내포하고 있다. 주인공의 남편은 파독 광부로 독일에 갔다가 숨졌고,
오로지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 아들을 교수로 키웠으나 며느리와 손주들 눈치 탓에 요양원에 갈 신세다.
결국 가족을 위해 희생을 택하며 끝난다. 영화는 손주의 청년 실업 문제도 다루고 있다.
이런 설정은 '수상한 그녀'의 영화적 허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흥행될 만한 요소를 죄다 끌어왔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된다는 스토리 역시 국내외 영화에서 여러 번 써먹은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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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상한 그녀’는 전형적인 명절용 가족영화로 기획되고 제작됐다. 그러나 이 영화가 다룬 뻔하고 흔한 소재들이 감정의 뇌관을 건드려 6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았다. ‘실버카페’에서 일을 하던 주인공(아래 왼쪽)은 어느 날 영정사진을 찍은 뒤 스무 살로 되돌아간다(사진 위). 다시 70세가 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결정하는 장면(아래 오른쪽)에서 이 영화는 끝내 중년 관객들을 울린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영화는 관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해 자칫 유치해지기 쉬운 길을 교묘히 피했다.
강우석 감독은 "어색한 설정과 억지 스토리, 신파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넘어지지 않고 잘 걸어와서 결국 골인에
성공한 영화"라고 말했다. 배우 박중훈은 "맞춤법이 조금 틀린 훌륭한 문장, 인테리어가 허름하지만
아주 맛있는 식당 같은 영화"라며 "허점과 흠결이 있지만 트집 잡고 싶지 않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많은 한국 영화가 수없이 다룬 가족애나 부모, 희생 같은 가치는 이 영화에서 유독 빛을 발했다.
강 감독은 "이 영화의 핵심 가치가 너무 돈만 따지고 핵가족화한 한국 사회에서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며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히트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박중훈은 "영화 말미 스무 살 어머니와 중년 아들의 대화 장면은 어머니에 대한 기성세대의 감정을 깊게 파고들었다"고 말했다.
◇배우 심은경의 발견
'수상한 그녀' 예매 관객의 연령·성별 비율은 20대 여성이 25.2%로 압도적으로 높다.
이 영화 인터넷 후기 가운데 "엄마랑 같이 가서 봤다"는 여성이 상당수인 것으로 미뤄, 부모 세대를 위해 예매한 사람들로
추정할 수 있다. 가족 관객층을 겨냥한 영화의 기획이 잘 맞아떨어진 셈이다.
영화평론가 김형석씨는 "주인공(심은경) 또래 관객들이 어머니와 함께 극장에 몰려간 것이 이 영화의 흥행 이유"라며
"가족 관객층을 정확히 겨눈 기획과 마케팅이 잘 들어맞은 경우"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젊은 관객을 가르치려 하지 않고 부모 세대에게도 거슬리지 않는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라고 했다.
심은경은 아역 때부터 여러 영화에 출연해왔으나, '써니'와 '광해'에서 주목을 받은 데 이어 이번에 단독 주연을 맡았다.
관람객 대부분이 그의 연기력에 감탄한 것도 이 영화 흥행의 큰 견인차였다.
강우석 감독은 "솔직히 영화계에는 '이 영화가 이렇게 잘될 영화인가' 하는 시선이 있다"며 "그런 편견을 깬 1등 공신이
주연배우 심은경"이라고 말했다.
박중훈도 "심은경이란 발군의 배우가 주는 맑은 눈빛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플러스알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