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미리에 호랑이가 살고 있다면 두미리 골프장 공사를 계속할수 있을까요? 구만리에 곰이 나타났다면 거기서 진행하고있는 골프장 공사를 계속하겠어요? 아마 전국민이 들고 일어나서 호랑이를 보호해야된다, 곰을 살려야한다 하면서 골프장 공사 못하게 했을 겁니다. 그럼 묻고 싶어요.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 그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 호랑이나 곰보다도 못한 겁니까? 거기에 사람이 살고 있잖아요. 그것도 평생을 거기에서 사신 분들입니다. 그 분들은 다른 데로 쫓겨나면 해먹고 살 것도 없는 분들입니다. 그 분들은 정말 호랑이보다 못한 겁니까? ”
골프장 반대 강연회에서 박성율 목사님이 우리에게 물었을때,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서글펐고 부끄러웠다. 예전 골프장 반대 생명 버스에 처음 갔을 때 나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포크레인 공사로 황폐해진 산과 파혜쳐진 나무들이 아니었다. 그 끔찍한 광경들을 보고 마을로 내려왔을 때,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지에 사람들이, 집들이 있었다. 실개천이 흐르고 나지막한 집들이 띄엄띄엄 있고 소들이 있고 밭에서 일하시는 할머니가 있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일상적이어서 그래서 더 기가 막힌 그 풍경들은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 대한민국에서는, 누구든 쫓겨날 수 있다. 골프장 건설이 공익적 목적이라는 그 개소리에, 말 한마디 못한 채 나가라면 찍소리 못하고 나가야한다.’ 이런 나라에 내가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 끔찍했다. 그래서 뒷풀이때 “ 솔직히 어쩔때는, 정말 해도 해도 안 될 때는, 저 놈들을 다 총으로 쏴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어요. 오죽하면 그러겠어요. 우리나라에서 총기 사용을 못하게 해 놓은 게 저놈들한테는 다행이지.” 하시던 그 말씀에 공감하기도 했다. (그때 옆에 있던 진보신당 김덕성위원장님 말씀 “ 뭔소리야. 총기 사용이 허가됐으면, 우리가 아마 저놈들 총에 먼저 맞아 죽을 거야.^^;;”) 사모님도 있고 애들도 있으실 텐데 생활은 어떻게 하시는 걸까. 궁금해서 여쭤보니 “한 4년간 계속 이 문제에 매달리다 보니 지금은 이제 거의 생활이 바닥이 난거 같아요. 모르겠어요. 앞으로 어떻게 버텨나갈수 있을는지.”라며 웃으셨다. 수억대의 민사재판 청구당하고 수천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하는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그 돈을 감당하시는 걸까. “ 별수 없죠. 뭐. 전부 그냥 개인들이 감당을 하는 거예요. 누구 도움 받을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혼자서 알아서 하는 거죠.” 하셨다. 그 대답을 들으면서 어쩌면 더 끔찍한 것은, 저들의 만행이 아니라 우리의 침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홍천군청 앞에서 마을 주민들이 7년여간 엄동설한에도 비닐천막안에서 농성을 할 때 아무도 그분들을 찾아온 사람이 없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 최문순의 모르쇠보다도 더 끔찍한 일인지도 모른다.
춘천은 많은 강연을 하는 도시다. 그 강사들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오시는 것 같다. 가끔 시간 날 때 강연회에 가서 듣고 온 얘기들이 좋았던 기억도 많다. 하지만 그 이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마음 한 구석이 아쉬웠다. 그 이들은 강연이 끝나면 모두 춘천을 떠난다. 남은 이곳에서 우린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했다. 많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거나 궁금해 하는 얘기를 해줄 수 있는 분을 초빙해 듣는 것도 좋겠지만 정말 저 자리에 서야 할 분들은 어쩌면 다른 분들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세상에서 말도 안 되는 상처들을 입었으나 말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했던 분들, 알려지지 않는 말들, 지워진 목소리들. 그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야말로 저 자리에 설수 있는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래서 이제, 녹색당+에서 하는 이 강연회가 그런 분들을 위한 자리를 내놓기 시작한 것이 한참 좋았다. 춘천이라는 지역사회 안에서조차 지워진 목소리들을, 이제는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 박성율 목사님의 강연은, 그 기대에 맞는 날선 말씀들을 들을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목에서만 나오는 말들, 책갈피에서 떨어져나오는 말들은 많지만 몸이 깃든 말들은 적다. 한권의 책보다 더 두꺼운 살아온 얘기들. 말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발자국을 따라가는 그런 강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셨는데 이 강연에 못 오신 분들이 있다면 그 분은 정말 중요한 강연 하나를 놓치신 것이다. 다음은 정말, 놓치지 마시길 바란다.
- 춘천 녹색화폐 이삭통화 가맹점 가족보건의원 가정의학과 양창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