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초청강연도
전교조 울산지부는 22일 열네번째 참교육 실천대회를 개최했다. ⓒ이상원 기자
전교조 울산지부는 22일 오전 10시부터 울산상업고등학교에서 14회 참교육 실천대회를 열었다. 참교육 실천대회는 전교조가 1년 동안 교단에서 실천한 참교육 실천 사례를 발표하고 다른 교사들과 공유하는 자리다.
권정오 전교조 울산지부장은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실험들이 시작되고 있다”며 “2014년 지방선거에서 13명의 진보교육감이 탄생한 것이 겉으로 드러난 징표”라고 대회사를 밝혔다.
권 지부장은 “참교육 실천대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울산지부 참교육 일꾼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며 “내년엔 좀 더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 학부모가 이 자리를 가득 메우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실천대회는 오전 10시 여는 공연을 시작으로 11시 개회식에 이은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 초청강연 순으로 진행됐다.
김상곤 전 교육감은 ‘진보교육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를 주제로 경기교육청을 이끌며 이룬 여러 교육 혁신 사례와 행정 사례를 설명했다.
김 전 교육감은 특히 “혁신학교는 선생님들이 본질에 맞는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해온 결과물”이라며 “처음부터 평교사와 교장선생님 등이 혼연일체되어 스스로 학교를 만들어보겠다는 시도로 시작됐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또 “무상급식도 학부모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교육복지, 보편적 사회복지는 권리’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후 학부모님들이 도의회에 무상급식을 요구하면서 예산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김 전 교육감은 “울산에서 진보교육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지금처럼 선생님들이 교육 혁신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다.
한편 오후 4시까지 계속된 실천대회는 부모교육협동조합, 어린이책 시민연대, 소호마을산촌유학 등 교육관련 협동조합 및 단체의 전시부스와 ‘대안 교육과정 및 대안 교육에 대한 토의’, ‘공감교실 만들기’, ‘북유럽 교육 복지 탐방단 보고’ 등 다양한 주제 분과별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행복한 아이들이 있었다. 그곳에”
북유럽 교육 복지 탐방단 사례 발표
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교육선진국
전교조 울산지부는 지난 1월 북유럽 교육 복지 탐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월 16일부터 26일까지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북유럽 국가의 학교를 방문해서 교육 실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목적으로 계획됐다.
탐방단은 이호중 전교조 울산지부 참교육실장, 노옥희 작은도서관 더불어 숲 대표를 비롯해 교사, 교육운동가 등 27명으로 구성했다. 22일 전교조 울산지부 참교육 실천대회에서 탐방단은 탐방 보고서를 내놓고, 발표회를 가졌다.
이호중 전교조 울산지부 참교육실장은 “북유럽에 있는 동안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발트해에서 꾼 꿈은 이루어진다’였다”며 “북유럽을 다녀온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이 단군이래 최대 이변을 이뤘다. 울산 교육의 변화도 꿈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탐방단의 첫 번째 방문도시인 덴마크는 이미 교육 선진국으로 익히 알려져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탐방단은 덴마크에서 회이스콜레, 에프터스콜레 등 자유학교를 방문했다.
회이스콜레는 우리말로 시민대학 또는 민중대학 정도로 번역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18세 이상 성인이 6개월~1년 정도 전문교육을 받는 자유학교다. 에프터스콜레는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김나지움(우리의 고등학교)이나 직업학교에 가기 전 1년간 진로 탐색을 하는 학교다.
노옥희 더불어 숲 대표는 덴마크의 학교를 둘러본 소감문에서 “우리가 방문한 학교가 덴마크의 일반적인 학교라 할 수 없고, 역사적, 사회적 배경이 다른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할수도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상상력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김윤미 상안초등학교 교사는 “가장 기대되는 학교는 스웨덴 프레네 스콜렌 미머였다”며 “프레네 교육에 관한 책을 읽고 공부한적이 있고 남한산초등학교가 프레네 교육을 부분적으로 접목해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갔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프레네 스콜렌 미머는 산책할 수 있는 뒷동산이 있어 지역사회와 함께 교류하는 학교였다”며 “시설이 화려하진 않지만 교육내용이 알차고 우리나라에서 소홀히 하는 표현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좋았다. 새로운 학교를 꿈꾸는 교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이호중 실장은 “핀란드의 여러 학교와 청소년 기관을 둘러보면서 든 생각은 우리와 핀란드의 질적차이는 물적 조건보다 마인드의 차이가 근본적”이라며 핀란드 야르벤빠 고등학교 방문 소감을 밝혔다.
이 실장은 “결국 생각과 합의 문제"라며 ”좌우를 통합하거나 넘어서는 형태의 사회적 협의체가 필요하다. 개인이 행복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우리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도록 교육하자는 것에 모두 동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을 맺었다.
대안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
자발적 학부모들의 대안교육 학습모임부터
대안문화공간, 대안학교 경험 사례까지
참교육 실천대회 대안교육분과에서는 대안문화공간 품&페다고지, 대안교육 잡지 <민들레> 읽기 모임, 필리핀 간디학교 등을 소개하고, 토론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최수미 페다고지 청소년겨울예술인문학교 담당자는 페다고지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대안교육 중 ‘다다프로젝트’을 소개했다. ‘다다’는 17~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예술, 인문학교로 2009년 겨울부터 시작해 지난해까지 다섯 차례 진행됐다.
최수미 씨는 “다다는 청소년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와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인식, 자신에 대한 성찰, 주위 사람과 소통하고 함께 협력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프로그램의 진행도 중요하지만, 밖에서 이뤄지는 하나하나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두 달 반 동안 짧은 기간 동안 깊은 만남이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다다를 거쳐 성년이 된 이들은 페다고지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자치활동을 이어가기도 한다.
이어서 노미정 씨의 민들레 모임 소개가 계속됐다. 민들레 모임은 대안 교육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이 격월간 대안교육 잡지 <민들레>를 읽고, 아이 키우기. 공동체적 삶 등의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다.
민들레 모임은 2012년 11월 첫 모임을 시작해 부침을 겪으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노씨는 “꾸준히 모임을 하면서 육아공동체, 마을공동체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민들레모임을 통해서 ‘노는아이 노는엄마’ 등 또 다른 모임이 파생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노씨는 “모임을 시작하며 우리가 이렇게 모여 책을 읽고 공부한다고 우리 교육현실이 바뀌겠냐는 우려와 걱정도 있었다”며 “2014년 현재 교육 현실은 별로 바뀌지 않았지만, 부모인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참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노씨는 “아이들의 행복한 교육을 꿈꾸며 사소하게 시작된 민들레책 읽기 모임을 통해 이제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게 아니라 함께 아이를 키우는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문서경 씨는 필리핀 간디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면서 경험한 사례를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씨는 필리핀 간디 학교의 교육과정을 설명하고, 학생들 스스로 실천하는 학생 지역 프로젝트 사례도 소개했다.
특히 문씨는 열아홉살 두 청소년이 가난한 필리핀 아이들이 문화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열아Hope' 프로젝트를 주되게 설명했다. 열아Hope은 주로 한국에서 안 입는 옷을 기부 받아 판매한 수익금을 필리핀 아이들과 함께하는 활동에 사용한다.
문씨는 “필리핀 간디학교는 학생, 교사, 학부모 3주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대안교육”이라며 “공동체와 함께 하는 아시아 봉사자를 길러 배움과 삶을 함께 하는 교육을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