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할 때만 사랑하는 것이지만,
우정은 언제나 가장 힘 있는 격려처럼 생각하는 마음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이다.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고 슬픔을 함께 등에 지고 갈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한 세계를 갖는 것과 같습니다.” 바로 이글이 퍽 가슴에 와서 닿는다.
우리의 영혼을 붙잡게 해주는 헤세의 시 ‘안개 속을’ 읽다가 공감한 대목이다.
”나의 생활이 밝았을 때는 이 세상은 친구들로 가득했습니다.
이제 안개가 내리니 한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처럼 안개와 같은 우정은 친구의 깊이를 말해 준다.
태어나서 만난 수많은 사람 가운데 헤세가 말하는 진정한 친구를 과연
몇 사람이나 갖고 있을까. 이제 우리 나이에 다섯 손가락 안에 아니, 단 한 명이라도 친구가 있다면 세상을 잘 살아왔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문경지교(刎頸之交)가 생각난다.
서로 죽음을 대신할 수 있는 벗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사람은 누가 뭐래도 역시 사회적 동물인지라 더불어 부대끼며
살아야 하고 안 보면 자신도 모르게 차츰 멀어진다.
Out of Sight Out of Mind.
학창 시절에 많이 외었던 명문장처럼.
그런데 요즈음은 직접 만나지 못하더라도 문명의 전자기기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묻고 산다.
틈나는 대로 보내고 받는 카톡부터 문자, 이메일까지.
그리고 좀 더 시간이 나면 손전화까지도.
지금도 아침 출근길이면 생각나는 친구에게 습관적으로 전화를 걸곤 한다.
운전하면서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며 멋진 하루를 다짐하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생각나는 벗,
내 푸념을 들어 주며 기쁘고 슬플 때는 축하하고 위로해 주는 친구.
이런 친구가 있으니 나는 헤세의 우정을 읽는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