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친 글] 불쾌한 칭찬 / 서수진

[서수진]

불쾌한 칭찬 / 서수진

이번 여름 방학은 땀 마를 날 없이 바빴다. 놀이터에서 열심히 뛰어 놀던 초등학생 서수진보다 더 바쁜 일상을 보냈다. 이유요? 드디어 방구석 잉여에서 탈출했거든요! 나는 반년 가까이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고, 쉬기만 했다. 그리고 이번 여름 방학에 비로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무려 세 개나!

지난 겨울방학부터 새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했다. 종강을 하면서 학교 후문 서빙 알바를 자연스럽게 그만두었다. 평생교육사 실습을 하는 동안 잠시 보냈던 휴식기가 어느새 반년이 되었다. 반년간 부모님께 손 벌리며 지냈더니 돈독이 올랐다. 돈을 좇다 보니, 어느새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독하다고 생각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전집 홀 서빙을 했다. 동시에 전남대학병원 만족도 설문 요원으로 일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는 처음이지만, 스무 살부터 했던 많은 일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전남대학병원 만족도 설문 요원 아르바이트는 이번이 다섯 번 째였다. 식은 죽 먹기였다. 서빙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 봐서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왜 전집 서빙 아르바이트는 그토록 싫었을까?

전집에서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했다. 12시간이나 일했던 과거의 내가 들으면 콧방귀를 뀔지도 모른다. 가게도 작고, 손님도 많지 않았다. 가게는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다. 엄마가 아는 분(이모라고 부르겠다.)이 고깃집에서 전집으로 가게를 새로 단장했고, 사장인 이모는 나를 엄청 챙겨 주셨다. 심지어 손님들이 팁까지 주다니! 그런데 왜일까? 엄청난 ‘꿀알바’인데, 전집 아르바이트가 너무나도 싫었다.

손님들은 대부분 이모의 지인이거나, 단골손님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아예 출근도장을 찍었다. 나중에는 내가 먼저 반갑게 인사드릴 정도였다. 내 또래 손님을 보는 일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보다 어려웠다.

지금까지 많은 아르바이트를 해 왔지만, 나와 비슷한 나이의 손님이 많았다. 손님들은 굳이 사적으로 말을 걸지 않았다. 동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할 때, 내게 사적인 질문을 하거나 농담을 건네는 손님들은 대체로 중년이었다. 그 세대 사람들은 ‘한국인의 정’을 우리보다 많이 가진 걸까? 자신의 딸이 생각난다며, 올 때마다 음료수를 사 주시던 좋은 분이 떠오른다. 괜히 장난치며 과자 하나 주고 가던 단골손님도 생각난다. 전집 손님들은 중년이 많았다. 그들은 내게 자꾸 말을 걸었고, 괜히 칭찬 한마디씩 건넸다.

그런데 칭찬 한마디가 불쾌한 적이 있었다. 칭찬을 불쾌하게 건넨 손님은 전집에 출근도장을 찍었고, 평소에는 서로 반갑게 인사도 했다. 그날도 그 손님은 술 한잔하러 오셨다. 평소처럼 그 손님의 질문에 웃으며 답했다. 그러자 그 손님이 말했다.

“누가 그렇게 눈웃음 치랬어. 삼촌 설레게! 설레니까 웃지 마!”

순간 불쾌했다. 그 손님은 비슷한 말을 몇 번 더 하더니, 다시 말했다.

“웃는 모습이 이뻐서 칭찬한 거야.”

칭찬으로 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화가 났다. 마치 질 낮은 장난 같았다. 이 일을 집에 가서 동생에게 말했다. 동생은 이상한 사람이라며, 무슨 칭찬을 그렇게 하냐고 화를 냈다. 퇴근한 엄마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엄마가 끄덕이며 듣더니 내게 말했다.

“그런데 그렇게 화낼 일이야? 그래도 이쁘다고 칭찬한 거잖아.”

순간 엄마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화내는 이유를 모르는 게 잘못된 거야!”

내가 소리치듯 답했다. 엄마는 미안하다며, 이상한 사람은 무시하는 것이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들기 전까지도 그 손님의 칭찬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 손님이 전집 아르바이트가 싫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다음 날, 문득 내가 다른 사람에게 했던 칭찬이 떠올랐다. 과연 내가 했던 칭찬이 전부 좋은 말이었을까? ‘너 진짜 이쁘다. 인스타 언니처럼 생겼어.' '너 너무 귀엽게 생겼어. 다 너를 좋아할 거야.’, ‘너는 돈이 많아서 좋겠다. 너무 부러워.’ 이 말을 듣는 친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처럼 불쾌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내가 뱉은 칭찬이 상대에게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모든 칭찬이 좋은 칭찬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좋은 칭찬이란 무엇일까? 이쁘다는 말을 기분 좋게 듣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외모를 평가하는 지적질로 듣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그 춤이 사실 분노의 팝핀 댄스는 아니었을까. 앞으로 내 칭찬에 다른 사람이 분노의 춤을 추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