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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코스(삼포해변~가진항) 9.7km
삼포해변~철새관망타워~왕곡마을~가진항으로 이어지는 해파랑길 47코스는 삼포해변에서 시작하여 오호리 어촌체험마을을 지나고 송지호해변과 철새관망타워를 지나 마을이 배를 닮은 형상이라 예부터 우물이 없다는 왕곡마을로 들어갔다가 다시 해변으로 나와 공현진해변을 지나 가진항에 이르는 9.7km의 길이다. 강원도 고성지역은 많이 찾아와 보지 못한 지역이다, 고작해야 테마여행으로 화엄사, 건봉사, 그리고 ‘화진포관광지구’이며 유일하게 해파랑 코스를 걸었던 코스는 49코스의 ‘거진해맞이공원’에서 응봉을 거쳐 화진포해변에 이르는 코스가 유일하다, 그것도 클럽운영을 시작하고 선답자들의 후기가 많은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아내가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때 차량으로 마차진해변까지 왔다가 통일전망대를 둘러보지 못하고 되돌아간 기억뿐이다.
47코스를 진행하기 위하여 출발한 날은 가을 추수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흰남노’라는 강력한 태풍이 들어온다고 주의를 요하는 방송이 계속되는 2022년 9월4일이다. 전국에 태풍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오늘의 코스 종점인 가진항의 날씨예보를 확인하니 2~3mm의 적은 비가 내리는 곳으로 예보를 하고 있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확인해도 2~3mm의 적은 비가 올 것으로 확인되어 혹시나 또 다른 변수를 예상하여 태풍의 영향으로 연기될 수 있음을 카톡으로 안내하고 출발을 진행하였다.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는 추석명절로 명절을 보낸 뒤 일주일 뒤에 우리는 당일코스로는 마지막 코스인 48코스를 진행한 후 49~50코스는 1박2일의 일정으로 진행키로 하고 이미 인원확보와 숙소까지 예약을 마친 상태이므로 연기를 하면 다음코스 48코스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진행을 강행한 것이다.
골수 트레킹 마니아 20여명을 싣고 오전 5시 천안을 출발한 버스는 최북단 고성으로 진입한다. 영동과 영서지방의 갈림길인 태백산맥을 지나면서 비는 제법 굵게 차창 밖을 때린다, 불안감을 떨쳐내려 애를 쓰며 양양고속도로를 지나 점차 빗방울이 작아지고 멀리 바다 쪽은 밝은 빛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삼포해변에 도착하니 빗방울은 작은 이슬비에 불과하다, 이 정도는 트레킹에 시원감을 주어 더욱 좋단 것을 오랜 경험에서 아는지라, 오전 중으로 종점구간까지 비가 내리지 않기를 기원해 본다, 사실 이번 코스는 9.7km의 짧은 코스로 해파랑길 중 10km 이하의 코스 3개 중 하나이다, 다음 코스가 16km가 넘어 이번 코스에서 4km 정도를 더 걸어 남천교까지 갈 요량이었다,
삼포해변에서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47코스를 출발한다, 삼포해변에는 아직까지 철수하지 않은 캠핑족들이 늦은 아침식사를 하고, 뜨거운 여름날 찌는 듯한 햇볕을 받으며 걷는 것보다 가랑비를 맞으며 걷는 것이 트레킹에 좋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에서 알고 있는지라 열성 마니아들은 우의에 우산까지 준비하고 길을 나선다, 삼포해변을 지나고 봉수대해변의 오토캠핑장을 지나 오호교를 건너 송지호해변에 진입하니 “송지호해수욕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는 안내판이 반겨준다, 송지호해수욕장을 지나면서 길은 7번국도 아래 다리 밑으로 데크를 걸어 송림사이로 난 송지호둘레길을 따라 송지호철새관망타워“ 방향으로 북진을 한다,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끊어진 철도조형물이 나타나고 철조망에는 ”WE ARE“란 글자가 걸려 있다, ”웬 가수의 노래제목이!“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다시 잇다. 다시있다“ 라는 글귀와 함께 블라디보스톡 795.7KM를 선두로 이르쿠츠크, 모스코바, 베른린, 런던까지의 거리를 표시한 사각형 게이트가 연이어 나타난다. 가수 우원재가 불러 한동안 유행이 되었던 ‘WE ARE’는 가지 못한 북녘땅으로 시간을 잇는 상징을 표시한 것을....
통일의 염원과 철마는 가고 싶지만 더이상 갈 수 없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의 현실을 되새기면서 송지호철새관망타워를 지나간다, 푸르고 잔잔한 표면에 이슬비의 잔물결이 은은히 번지는 고성팔경의 하나인 송지호 정취를 느껴본다, 송지호는 욕심많은 정부자네 전설이 흐르는 호수이다, 보름달이 드는 날이나 해 쨍쨍하게 비치는 날엔 호수에서 반짝이는 곳에 정부자네 금방아가 나타난단다, 옛날에는 금방아를 욕심내어 뛰어드는 사람이 많았으나 살아 돌아온 사람은 없단다, 욕심을 버리라는 선조들의 교훈이 흐른다, 송지호와 같이 심보 사나운 부자가 공양 온 중에게 오물을 주었다가 벌을 받는다는 ”장자 못 설화“ 는 우리나라 곳곳에 많이 있는 설화이다,
장자라는 구두쇠 부자는 어느 날 시주 해달라고 부탁하는 중에게 시주는커녕 중의 바랑에 쇠똥을 넣어준다, 묵묵히 돌아서는 중의 모습을 지켜보던 며느리가 몰래 쌀을 주며 사과한다, 스님은 며느리에게 살고 싶으면 길을 떠나되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한다, 며느리는 집을 나와 산으로 오르며 참고 참았다가 결국 돌아보니, 자기가 살던 집과 농토는 커다란 못이 되었고 놀라 며느리는 그 자리에서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런 설화를 배경으로 탄생한 못이 경포호수를 비롯하여 우리나라에는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중이 거지로, 며느리는 딸이나 아내로, 변형되어 나타나지만 베풀 줄 모르는 욕심많은 부자는 벌을 받아 집과 땅이 호수로 변했다는 사례는 거의 동일하다고 한다.
신이 악을 멸하려 할 때 아브라함의 간청으로 롯의 가족들은 구원을 받았지만 롯의 아내는 뒤돌아보지 말라는 천사의 말을 무시하고 뒤돌아보다가 그 자리에서 소금기둥이 되었다는 성경의 이야기를 생각하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선징악’의 전설이 흐르는 것은 같다. 동해안 주변에 있는 경포호, 주문진의 향호, 얼마 전 돌아온 영랑호, 오늘 걸어가는 송지호와 앞으로 나타날 화진포 등은 모두 석호이다.
바닷물이 해안으로 흘러들어 넓은 만을 이루어 오랜 세월 흐르다 입구로 토사가 쌓이면서 서서히 바다와 분리된 호수이다, 해안의 호수는 수심이 얕고 좁은 입구로 바닷물이 흘러들어 민물과 바닷물이 많아서 바다도 아니고 호수도 아닌 자연이 만든 담수호가 된다, 그중 어떤 호수는 바닷물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 담수호가 되고 좁은 수로나 지하로 바닷물이 드나드는 호수에는 민물과 바닷물이 섞여 있어 염도가 높아서 추운 겨울에도 얼지를 않아 동해안 북단의 석호에는 철새들이 몰려들어 철새도래지로 유명한데 송지호, 화진포가 철새도래지로 유명하다.
송지호철새관망타워를 지나 내륙으로 가는 숲길과 송지호둘레길을 따라 왕곡마을로 향한다, 숲길을 지나 작은 언덕을 넘으니 마치 과거로 넘어온 듯 정겨운 옛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이 나타난다, 해파랑길 47코스는 이곳 왕곡마을의 한복판을 지나 다시 해변으로 나간다, 마을입구에 연꽃호수가 있는 ‘왕곡마을’은 강릉최씨, 강릉함씨 후손들의 집성촌이다, 과거 부유층의 가옥이라 하는 북방식 ‘ㄱ’ 자형 겹집 구조가 그대로 보존된 남한의 유일한 곳이라는 부엌에 외양간이 곁으로 붙어있는 구조이다, 굴뚝으로 나온 불길이 초가에 옮겨붙지 못하도록 하고 열기를 다시 집안으로 들여보내기 위한 지혜로 굴뚝 위에는 항아리를 얹어놓은 독특한 모습이다,
이곳 마을에는 예부터 우물이 없는데 마을의 생김새가 ‘배의 모양을 닮았다’ 하여 우물을 파면 망한다는 전설 때문이란다, 마을의 여인네들은 멀리 우물까지 물동이를 이고 다녀야 했으니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마을에는 어떻게 식수를 조달하는지 알고 싶었으나 내리는 빗방울이 점점 거세져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당초에는 왕곡마을이나 저잣거리에서 간단한 음식을 먹고 갈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비가 오는 탓인지 아니면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없는 탓인지 모두 철시하고 없다, 과거 전차가 통과할 수 없도록 쌓은 방호벽이 서 있는 마을의 반대편 언덕을 오르니 저잣거리가 나타났으나 이곳에도 간단한 음식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어 간식하나 입에 넣지 못하고 공현진 바닷가로 나선다,
길은 다시 7번국도의 다리 밑으로 난 계단을 따라 길을 건너 공현진항으로 들어간다, 뒤에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니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다, 이곳 공현진에서 종점 가진항까지는 1.5km이고 시간으로 약 30분정도 걸릴 것으로 계산을 하며 시간을 확인하니 10시 50분이다, 회원들에게 오늘 일정은 가진항에서 종료하고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종료한다는 카톡 문자를 보내고 부지런히 공현진항을 지나니 4인방 선배들께서 공현진에서 식사를 하고 오시겠다 하여 일행과 멀어지며 공현진 해변을 돌아서니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빗줄기는 2~3mm가 아니라 20~30mm라도 되는 듯 굵어지고 있다, 다시 한번 가진항에서 식사 후 종료하겠다는 안내 메시지를 보내고 부지런히 걸어본다.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 낫고, 식보(食補)보다 행보(行補)가 낫다 낫다는 옛말이 있듯이 왕복마을에서 간편식이나 간식도 먹지 못하고 걸어오니 계획은 어긋났고 저잣거리의 유명한 추어탕도 구경하지 못한 채 짓궂게 내리는 비로 구입한지 10여 년이 지난 우의가 방수층이 무너져 빗물이 내복까지 스며들어 걷기도 불편해진다, 이미 몸은 거세게 내리는 빗물로 젖어 있는데 중간에서 식사를 하고는 일어나기 귀찮아져 완보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던 터라 종점에서 벗어던지고 편하게 따뜻한 매운탕으로 식사하자고 독려하며 약1km 남짓한 가진항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숲길이 끝나고 멀리 가진항이이 보이고 해변에는 비를 맞으며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20여분쯤 걸어 가진항 입구에 다다르니 먼저 온 아리랑님이 계속 전화를 하지만 통화가 되지 않는다, 인증 스탬프를 확인하고 가진항의 회센터로 내려서니 먼저 도착한 아리랑님이 이곳저곳 둘러보고 들어갈 식당을 협상해 놓고 가자고 한다, 가진항 3호집에 들어가 비에 젖은 우의와 배낭을 내려놓고 한가한 곳으로 자리를 잡고 다른 일행에게도 전달하고 매운탕을 시켰다, 한 냄비에 6만원짜리 매운탕을 5만원선에 맟추어 주고 오징어 회무침까지 차려내 주겠다는 주인집 사장님에게 농담 삼아 처갓집 집안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아리랑님의 유머에 헤픈 웃음을 던지며 따뜻하고 얼큰한 매운탕과 음료와 함께 식사를 하니 속속 일행들이 들어와 자리를 채운다,
매운탕은 매우 맛이 좋았다, 어쩌면 지금까지 먹어 본 매운탕 중 으뜸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매운탕은 잡어가 최고라고 하더니 여러 가지 생선이 들어가고 거기에다 오징어를 넣어주셔서 국물은 최상급이다, 나만이 맛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 일행들이 하는 말 반찬은 별로인데 매운탕은 끝내준다, 맛을 아는 여성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정말 맛있는 매운탕이다, 하지만 중간에 간식이라도 하고 먹었다면 이런 맛을 느꼈을까 생각하니 시장이 반찬이다, 라는 말이 새삼스럽다. 모처럼 느긋하게 즐거운 식사를 끝낸 후 대기하고 있는 차에 올라 인원을 점검하니 2명이 모자란다, 확인을 하니 이분 들은 이곳에서 종료한다는 카톡 문자를 보지 못하고 앞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신다, 상황을 설명하고 차가 그쪽으로 가겠으니 기다리시라 전하고 약 5분 뒤 일행과 만나 승차하시고 난 뒤 편하게 의자에 몸을 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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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촉촉히 내려주는 비를 맞으며 오랜만에 걸었습니다.그래도 즐겁고 신나게 아름다운 볼 거리들을 놓치지않고 다 보았어요.잊지못할 추억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