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 어린이 책읽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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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선(대구대진초등학교 교장)
“자녀를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는 방법은 간단하지요? 어릴 때부터 책을 즐겨 읽게만 하면 됩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즐겨 읽은 사람치고 훌륭한 사람이 안 된 사람이 없고 훌륭한 사람치고 어릴 때부터 책을 즐겨 읽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독서 관련 학부모 강의를 하러 다니면서 내가 첫 번째로 강조하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책 읽기를 싫어해요. 어떻게 하면 책을 즐겨 읽게 할 수 있나요?”
강의를 다니면서 제일 많이들은 질문이기도 하다.
그렇다. 책을 즐겨 읽게 하는 방법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보자.
책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는 무엇일까? 혹여 학습, 학자 등이 떠오른다면 ‘어린이 책읽기 지도’라는 주제 앞에서는 고정 관념을 조금 고쳐봐야 하겠다. 책은 학습 도구로서의 기능만 지닌 것이 아니기에 책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도록 여유를 가지고 책속에 푹 빠져들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책을 즐겨 읽게 하는 방법의 첫째 조건이 되겠다. 가령 『아기 돼지 삼형제』를 읽어주고 나서도 “자, 여기서 늑대가 첫째 돼지 집에 와서는 어떻게 했지? 둘째 돼지 집에 와서는 어떻게 했지?”식으로 읽은 책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기 위한 질문을 하다보면 아이들은 책 내용에 빠져들지 못하고 ‘엄마가 이 책을 읽어 준 뒤에는 첫째 돼지에 대해서는 이런 걸 물어 볼 거야. 그러니 이걸 알아둬야 해. 둘째 돼지에 대해서도 이런 걸 물을 거야. 그러니 이걸 기억해 둬야 해.’
하면서 책 내용에 빠져들지 못하고 질문에 답할 생각으로만 머리와 마음을 꽉 채우게 된다. 그러니 어떻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겠는가? 어린이들은 성장하면서 각 시기에 맞는 발달 단계를 거치게 된다.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게 하는 것도 편식이 아닌 종합 영양제를 먹이는 격이 되겠다. 책을 어린이에게 맞출 것이 아니라 어린이에게 맞는 책을 가려주어야 하고, 읽어야 할 책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을 찾아주어야 독서에 대한 흥미가 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어린이들에게 제일 먼저 읽혀야 할 그림책은 어떤 책이어야 할까?
엄마 목소리를 원하는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이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책이다. 그림만 보고도 내용을 추측할 수 있는 책이다. 소리 내어 읽을 때나 반복해 들을 때 더욱 재미있고 알기 쉬운 책이다.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풍부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문장이 매력적인 책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글씨를 다 안다고 하더라도 엄마 목소리로 읽어주자. 어릴 때 책 읽어준 엄마 목소리의 음률은 어른이 되어서도 기억되는 음률이다.
두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말은 우리 아이가 어린 날 읽은 책을 통해 자존감과 성취감을 느끼며 자라나도록 생각하는 아이로 키우자고 주장하고 싶다.
세상 살다 힘들 일 만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안정감을 가지고 도전하는 긍정적 인간성이 형성되게 하려면 내면이 단단하게 성숙되어 있어야 한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코기토 에르고 숨)”는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생각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다져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므로 책을 읽고 내용보다 마음과 생각을 키우도록 도와주자. 예를 들자면, 다리가 긴 개와 허리가 긴 개가 싸우면 어느 개가 이길까하는 물음을 받을 때 내용과 문맥에만 치중하는 습관이 들어버린 어린이는 허리가 긴 개 아니면 다리가 긴 개라고 추측해서 답하게 된다. 하지만 생각하는 습관이 형성된 아이는 다리가 긴 개도, 허리가 긴 개도 아닌 힘이 센 개가 이긴다는 정답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 어린이 스스로 논리력을 키울 생각할 여유와 공간이 필요하다.
광야에 살던 소년이 문명의 도시 예루살렘을 다녀왔다. "예루살렘 여행이 어땠니?”하는 어머니의 물음에 소년은 "엄마, 모든 게 너무 빨리 움직여서 내 "영혼"이 내 "육체"를 따라가기 힘들었어요."라고 했다. 때로 우리에게는 조용하고 느린 생각, 여유로운 공간과 홀로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여유로운 공간과 홀로 속에서 깊이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다져가는 올곧고 튼튼한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힘든 역경 속에서도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수면 위 50m까지 풍속을 증가시키는 힘을 가지고 바다 폭풍을 이용하여 비상하는 기적의 새 알바트로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알바트로스처럼 파도 꼭대기에 순간적으로 상공 상승 기류로 다시 갈아타고 도약하기 위한 노력으로 능숙함과 노련함을 습득하여 자신만의 매력을 발휘하게 될 때 온전히 자기에게 주어진 삶의 승리자로 우뚝 서게 될 것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