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사랑의 말들이 오갔습니다.
우리의 첫 만남도 2010년 상사의 봄날이었어요. 평화학교 작은 교무실 옆 공터에서 참 친절하게 이거저것에 대해 이야기해주었어요. 짧은 컷트머리, 피부 빛깔은 거무스름한 남자같은 사람. 심성은 참 곱게 다가왔지요.
당신은 그때 입만 열면 고향 구랑실을 노래했지요. 당신만큼 고향가족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을 본적이 없어요. 그렇게 십수년 살다보니 당신은 결국 구랑실로 돌아갔네요.
현동과 제가 개인적인 교류를 하는 관계는 아니었지만 어쩌면 더 중요할 수 있는 일꾼, 수행자, 학생으로서 함께 했다는 게 참 소중하고 고마웠어요.
" 무던한 사람"
지금 나에게 당신은 무던한 사람입니다.
과거에 현동이었고 구랑실이었고 우리 지숙이었던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흘러간 자국들이이게 엷은 미소로 화답해봅니다. 잘 지내고 계시다는 것을 알기에 큰 염려도 걱정도 없이 들여오는 소식이 있으면 고개 끄덕이며 마음모읍니다.
우리 모두에게 훌륭한 연극을 보여 주시고 어느날 갑자기 뵐 수 없어서 많이 서운하고 아쉬웠습니다. 늘 몸으로 성실하심을 보여 주시고 마지막 연극속에서도 선생님은 많은 것을 보여 주셨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마을 정성스레 보살피시는 현동의 모습이 부럽기도하고 우리모습이 부끄럽기도 합니다.
땡볕 여름 구랑실 냇가에 가서 발 담가도 될까요?
추석무렵 주먹만한 밤 주우러 방문해도 될까요?
현동
우리가 함께 살아온 날이 있기에 당신과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음을 느껴요. 우리 모두 나의 길을 차아서 가고 있는 중이니까요. 다만 구랑실만큼 이곳도 당신의 고향이니, 이곳에서 보이지 않게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문득 뒤돌아 보고 싶을때, 마음속 깊은 이야기 함께 나누고 싶을때 언제라도 오세요. 그렇게 우리 다시 만나서 사는 이야기 실컷 해요. 사랑어린사람, 현동, 고마웠어요.
관옥선생님도 한말씀 들려주십니다.
"----(어제 꾼 꿈이야기를 들려주시고) 막힌 곳이 있고 뚫린 곳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막힌 게 곧 열린 거야. 그건 하나야.
그렇게 보면 만나는 것은 헤어지는 것이고 사는 것은 죽은 것이고 그래요.
우리 몸을 봐요. 입으로 먹은 것은 똥구멍으로 나온단 말이야. 두 구멍은 하나라구. 두개의 구멍이 아니야.
사는게 죽는 거고, 죽는게 사는 거다. 만나는 것은 곧 이별이고 이별은 만남이다.
이런 얘기를 오늘 여기서 하라고 어제 그런 꿈을 꾼 것 같아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그 사람을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거야. 왜냐하면 가니까. 계속 여기에 있지 않아요. 어떤 사물, 사건도 마찬가지지.
있을 동안에 아주 소중하게 대하되 움켜잡지는 말자, 원래 잡을 수 없는 것이니까.
순간순간을 착실하게 잘 살되, 거기에 끌려 다니지 않고 움켜잡지 말고 자유롭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동을 향해) 잘 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