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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갑 사람들의 순종(1-11)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갈 때, 불편하게 살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들에게 무시와 조롱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런 사람들을 기억하고 계십니다. 그들을 불러 신앙의 본보기로 세우십니다. 이스라엘은 절박할 때 하나님의 이름으로 한 맹세까지도 상황이 호전되자마자 금방 저버렸지만, 레갑 족속 사람들은 조상 요나답의 명령을 지키기 위해 예레미야가 권해도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1유다의 요시야 왕의 아들 여호야김 때에 여호와께로부터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2너는 레갑 사람들의 집에 가서 그들에게 말하고 그들을 여호와의 집 한 방으로 데려다가 포도주를 마시게 하라 하시니라 3이에 내가 하바시냐의 손자요 예레미야의 아들인 야아사냐와 그의 형제와 그의 모든 아들과 모든 레갑 사람들을 데리고 4여호와의 집에 이르러 익다랴의 아들 하나님의 사람 하난의 아들들의 방에 들였는데 그 방은 고관들의 방 곁이요 문을 지키는 살룸의 아들 마아세야의 방 위더라 5내가 레갑 사람들의 후손들 앞에 포도주가 가득한 종지와 술잔을 놓고 마시라 권하매 6그들이 이르되 우리는 포도주를 마시지 아니하겠노라 레갑의 아들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하여 이르기를 너희와 너희 자손은 영원히 포도주를 마시지 말며 7너희가 집도 짓지 말며 파종도 하지 말며 포도원을 소유하지도 말고 너희는 평생 동안 장막에 살아라 그리하면 너희가 머물러 사는 땅에서 너희 생명이 길리라 하였으므로 8우리가 레갑의 아들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한 모든 말을 순종하여 우리와 우리 아내와 자녀가 평생 동안 포도주를 마시지 아니하며 9살 집도 짓지 아니하며 포도원이나 밭이나 종자도 가지지 아니하고 10장막에 살면서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한 대로 다 지켜 행하였노라 11그러나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이 이 땅에 올라왔을 때에 우리가 말하기를 갈대아인의 군대와 수리아인의 군대를 피하여 예루살렘으로 가자 하고 우리가 예루살렘에 살았노라(1-11)
예레미야 34장은 시드기야 시대에 일어난 일이고, 35장은 여호야김 시대에 일어난 일로서 35장이 34장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본문입니다. 예레미야는 연대순으로 기록하지 않고 메시지 중심으로 편집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를 통해 요나답 후손들의 순종과 하나님이 택한 유다 백성의 불순종이 대조시키고 있습니다.
⑴ 여호와의 명령(1-2)
여호와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주어진 때를, 막연히 ‘유다의 요시야 왕의 아들 여호야김 때에’(1)로 말합니다. 말씀이 여호야김과 직접 관련되지 않았음을 시사해 줍니다. 좀 더 정확한 시점은 레갑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살게 된 배경을 보고하는 11절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레갑 자손은 유목민으로 목축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유목민인 레갑 사람들은 ‘갈대아인의 군대와 수리아인의 군대’의 위험을 피하여 예루살렘으로 올라와 살게 됐습니다. 열왕기하 24:1-2에 관련된 사건이 나옵니다.
601년에 바벨론 왕 느부갓네산은 애굽 원정을 떠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갑니다. 이를 바벨론의 패배로 오인한 여호야김은 느부갓네살에게 바치던 조공을 중단합니다. 애굽 원정 때 병력 손실이 적지 않았기에 느부갓네살은 배반한 여호야김을 즉시 징계하지 못합니다. 대신 ‘갈대아의 부대와 아람의 부대와 모압의 부대와 암몬 자손의 부대’를 보내 유다를 약탈하게 명령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보자면 레갑 사람들은 대략 주전 600년경에 적들의 약탈을 피해 예루살렘에서 피난처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여호와께서 예레미야에게 해야 할 일을 ‘레갑 사람들의 집에 가서 그들에게 말하고 그들을 여호와의 집 한 방으로 데려다가 포도주를 마시게 하라’(2)고 구체적으로 명령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람 예레미야를 통해 레갑 사람들이 성전 한 방으로 초대를 받아 포도주를 마시도록 권고합니다.
⑵ 예레미야의 명령 이행(3-5)
여호와의 명령에 따라 예레미야는 레갑 자손들에게 성전으로 인도합니다. ‘하바시냐의 손자요 예레미야의 아들인 야아사냐와 그의 형제와 그의 모든 아들과 모든 레갑 사람들’을 여호와의 집에 있는 ‘익다랴의 아들 하나님의 사람 하난의 아들들의 방’으로 데려가 그들에게 ‘포도주가 가득 담긴 단지와 잔을 내놓고 포도주를 마시라’고 권합니다(3-5).
레갑 사람들이 빠짐없이 모두 성전의 한 방으로 초대를 받습니다. 야아사냐의 조부 하바시냐는 여기에만 나오는 이름입니다. 에스겔 11:1의 야아사냐는 앗술의 아들입니다. ‘형제들’은 친족을 가리킵니다. ‘하나님의 사람’으로 불리는 것으로 보아 ‘하난’은 성전에서 활동하는 제의 예언자였던 것 같고, ‘(그의) 아들들’은 그의 제자들을 의미합니다. 예레미야에게 자신들의 방을 빌려준 것으로 보아 ‘하난의 아들들’은 예레미야에 동조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임을 갖는 방의 위치가 상세하게 언급됩니다. ‘마이세야의 방 위’는 ‘하난의 아들들의 방’이 아마도 중간층에 있었음을, ‘고관들의 방 곁’은 비중 있는 인물의 방이었음을 시사해줍니다. 마아세야가 문지기로 되는데, 열왕기하 12:9에 따르면 예루살렘 성전 문을 지키는 제사장들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고대 근동에서 성전의 문지기는 고위 직분이었습니다.
⑶ 레갑인의 답변(6-11)
레갑 사람들은 예레미야의 권유를 단호하게 거절하며 자기네 조상 레갑의 아들 요나답의 명령을 인용합니다. 요나답의 지침은 네 개의 부정명령과 한 개의 긍정명령과 결과문으로 구성되어 거절합니다. ‘너희와 너희 자손은 영원히 포도주를 마시지 말며 너희가 집도 짓지 말며 파종도 하지 말며 포도원을 소유하지도 말고 너희는 평생 동안 장막에 살아라. 그리하면 너희가 머물러 사는 땅에서 너희 생명이 길리라’(6-7). 이 레갑 자손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조상 요나답의 명령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살아왔음을 주장합니다.
6-7절을 거의 그대로 받는 8-10절은 내용뿐만 아니라, 그 구조에서도 실천에 초점을 맞춥니다. ‘우리가 레갑의 아들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한 모든 말을 순종하여’로 시작해서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한 대로 다 지켜 행하였노라’로 당당하게 말합니다. 레갑의 아들 요나답의 후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 조상의 명령에 따라 포도주도 마시지 않고 집도 짓지 않고 포도원이나 밭도 갖지 않았습니다. 농경생활에 관한 최소한 것도 소유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명령의 상대 ‘너희와 너희 후손(아들들), 이 명령의 실천에서는 우리와 우리 아내와 자녀(너희 아들들과 너희 딸들)’로 확대됩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집안의 모든 사람이 순종했습니다. ‘파종도 하지 말며’를 받는 ‘밭이나 종자도 가지지 아니하고’는 농경 생활과 관련한 최소한 소유하지 않았음을 강조합니다. 그들은 나그네 삶인 고단한 방식을 고수해 온 것입니다.
레갑 사람들의 기원과 해석에 관해서는 통일된 입장이 없지만, 다수는 열왕기하 10:15-17을 배경으로 이해합니다. 엘리사가 보낸 제자에 의해 기름부음을 받은 예후는 열렬한 여호와주의자 ‘레갑의 아들 여호나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혼합주의에 빠진 오므리 왕조에 반기를 듭니다. 예후의 혁명에 가담한 여호나답은 그와 함께 사마리아의 바알 제사장들을 진멸해 버립니다(열왕기하 10장). 35장의 ‘레갑의 아들 요나답’이 예후의 혁명에 가담한 ‘레갑의 아들 여호나답’과 같은 인물이라면, 레갑 족속의 시조이자 스승인 요나답은 여호와 종교가 가나안의 바알 숭배로 오염되는 것에 맞서 싸운 인물입니다. 예후가 반정을 시도한 때가 845년 또는 842년이기에, 레갑 사람들은 240년 이상의 긴 기간 동안 조상 요나답의 명령을 지켜왔습니다.
요나답의 명령을 배경으로 추론해보면, 레갑 사람들은 가나안적 농경 생활을 거절하고 천막에 살면서 반유목민 생활을 하는 자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들의 생존 방식은 유목민 시대부터 내려오는 사회·종교적 흐름이라기보다는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후에 (아마도 9세기경에) 발생한 종파적 운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레갑 자손은 이토록 조상의 말에 철저하게 순종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끊임없이 무시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신의를 지킨 레갑 자손에게 하나님께서 복을 주십니다.
여호와의 말씀(12-19)
이스라엘 백성들은 무겁지 않은 하나님의 계명에 불순종하는 것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한 것입니다. 하나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있기에 순종이 안 되고, 주의 말씀보다 더 그럴듯하게 여기는 소리가 있기에 말씀대로 행하기 않았던 것입니다. 이 불순종에 대해 오늘도 하나님이 말씀으로 재앙을 경고하시는 까닭은 불순종에서 돌이켜 순종하길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12그 때에 여호와의 말씀이 예레미야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13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너는 가서 유다 사람들과 예루살렘 주민에게 이르기를 너희가 내 말을 들으며 교훈을 받지 아니하겠느냐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14레갑의 아들 요나답이 그의 자손에게 포도주를 마시지 말라 한 그 명령은 실행되도다 그들은 그 선조의 명령을 순종하여 오늘까지 마시지 아니하거늘 내가 너희에게 말하고 끊임없이 말하여도 너희는 내게 순종하지 아니하도다 15내가 내 종 모든 선지자를 너희에게 보내고 끊임없이 보내며 이르기를 너희는 이제 각기 악한 길에서 돌이켜 행위를 고치고 다른 신을 따라 그를 섬기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는 내가 너희와 너희 선조에게 준 이 땅에 살리라 하여도 너희가 귀를 기울이지 아니하며 내게 순종하지 아니하였느니라 16레갑의 아들 요나답의 자손은 그의 선조가 그들에게 명령한 그 명령을 지켜 행하나 이 백성은 내게 순종하지 아니하도다 17그러므로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보라 내가 유다와 예루살렘의 모든 주민에게 내가 그들에게 대하여 선포한 모든 재앙을 내리리니 이는 내가 그들에게 말하여도 듣지 아니하며 불러도 대답하지 아니함이니라 하셨다 하라 18예레미야가 레갑 사람의 가문에게 이르되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너희 선조 요나답의 명령을 순종하여 그의 모든 규율을 지키며 그가 너희에게 명령한 것을 행하였도다 19그러므로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레갑의 아들 요나답에게서 내 앞에 설 사람이 영원히 끊어지지 아니하리라 하시니라(12-19)
주인을 몰라보고 주인의 말을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이스라엘에게는 선지자들이 누누이 경고했던 재앙이 임할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명령이지만 조상의 명령에 오래도록 신실했던 레갑 족속에게는 대가 영영히 끊어지지 않는 복을 주실 것을 약속하십니다.
⑴ 말씀의 계시(12-13)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레갑 자손들의 태도에 대해 반응하십니다. 창조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는 이미 죽은 지 오랜 사람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오셨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순종에는 축복으로, 불순종에는 심판으로 응대하십니다. 축복이 선언됨과 대조적으로 유다와 예루살렘 모든 거민에게는 재앙을 경고하십니다. 복과 화가 하나님께로부터 나오고, 그분의 말씀에 대한 태도에서 결정됩니다.
⑵ 레갑인의 순종(14-16)
여호와께서 유다 사람들과 예루살렘 주민의 불순종을 레갑 족속의 순종에 대비하여 고발하십니다. 레갑 사람들은 조상 요나답이 준 규정을 수 세기가 지나도록 변함없이 지켜왔는데, 유다 백성은 여호와의 계명과 율법을 거듭 위반하였습니다(14-16). 명령의 기원이 다르기에 유다의 불순종은 더욱 악합니다. 레갑 사람들은 자신들이 준수하는 규정의 기원을 시종일관 요나답에게로 돌렸습니다(6,8,10).
⑶ 근거가 제시된 심판의 말씀(17)
사람의 입에서 나온 규정도 추종자들에 의해서 그처럼 존중을 받아왔는데,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명령은 그분 백성 이스라엘에 의해 처음부터 무시되어 왔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이 사람의 명령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습니다. 여호와께서 ‘말하여도 듣지 아니하며 불러도 대답하지 아니하는’(참조. 7:13, 27) 유다 백성에게 ‘내가 그들에게 대하여 선포한 모든 재앙’(참조 19:15)을 내리기로 확정하십니다. 하나님께서는 ‘보라 내가 유다와 예루살렘의 모든 주민에게 내가 그들에게 대하여 선포한 모든 재앙을 내리리니 이는 내가 그들에게 말하여도 듣지 아니하며 불러도 대답하지 아니함이니라’(17)고 경고하십니다.
⑷ 레갑인들의 구원 약속(18-19)
반면에 조상 요나답의 명령을 그대로 실천한 신앙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 레갑 사람들의 순종은 여호와에 의해 인정받습니다. 레갑의 아들 요나답에게는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를 너희가 너희 선조 요나답의 명령을 순종하여 그의 모든 규율을 지키며 그가 너희에게 명령한 것을 행하였도다 그러므로 만군의 여호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레갑의 아들 요나답에게서 내 앞에 설 사람이 영원히 끊어지지 아니하리라’라고 여호와 앞에 서 있을 사람이 영원히 끊어지지 아니할 것입니다(19; 참조. 33:18). ‘여호와 앞에 서다’는 제의적 표현으로, ‘여호와께 예배를 드리다’ 또는 ‘성전에서 제사장으로 일하다’를 의미합니다(참조. 신 4:10; 10:8).
스스로 예배자의 자격이 있다고 믿으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은 멸시하였던 자들이 아니라, 이렇게 성실하고 신실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을 하나님께서 그들의 하나님이 되어주시기로 작정하신 것입니다. 유다 백성을 책망하시고 요나답의 후손들에게는 축복을 약속하십니다. 결국 요나답의 후손들은 하나님 앞에서 지속적으로 쓰임 받는 믿음의 가문을 이루게 됩니다. 거듭해서 말씀하실 뿐 아니라 순종하는 사람에게 복을 주십니다. 조상의 명령에 순종한 레갑 사람들을 칭찬하시고 하나님을 섬길 수 있는 복을 주셨습니다.
레갑 사람들은 240년 이상 조상의 명령을 섬겼던 뚝심을 우리도 닮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소유나 하나님께 드림보다 인격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반응을 요구하십니다.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이십니다. 얼마나 하나님을 하나님답게 대하는지, 그분의 말씀의 권위를 인정하는지, 이웃을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사랑하는지를 보십니다. 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을 하는 자들을 찾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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