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일찍 잠이 깨어 조금 남은 부분을 다 읽었다.
이렇게 긴 호흡의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읽었다.
게으름피우다 오래 걸렸지만 완독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며칠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여행하게
되어서 더 의미있다.
19세기 서구화의 상징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전통과 보수의 모스크바가 주 무대인 이 책은 매력적인 안나가 남편과는 두 도시처럼 다른 브론스키와 불륜에 빠져 아들까지 떠날 정도로 사랑을 하다가 첫만남의 복선을 이행하듯 비참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골자다.
안나는 비참하게 죽었지만, 당연하게도 다른 인물들의 일상은 그대로 지속된다. 다만 안나의 바람대로 브론스키는 괴로워하며 죽으러 가듯 전쟁에 나간다.
주변인들은 안나를 안타까워하기도 비난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들의 마음속에도 불륜의 싹은 있다.
실천하고 안하고의 차이다.
어쨌든 브론스키에게 어머니를 빼앗긴 세료쟈만이
안나를 비난할 자격이 있어보인다.
안나의 정신분열적인 모습과 사랑에 집착하는 모습은 예전 친구가 보여준 모습이 떠올라 보기 괴로웠다.
레빈이 인상 깊었는데 당시 농노에서 벗어난 농민들의 삶과 귀족이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드러난다. (솔직히 레빈의 종교와 삶과 죽음에 대한 고민은 철학적이지만 좀 지루했다.) 작가는 이상적인 농가의 모습을 레빈에게 보여주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좀 계몽 소설같은 느낌이 나서 현재의 나에게는 촌스러웠다. 난 꽤 괜찮은 지주인데 농민들은 왜 따라와주질 못하는지 가늠하지 못하는 모습이 그가 사냥에 실패하는 모습과 겹쳐보인다.
카레닌이 리디야와 미신에 빠진 모습은 실망스러웠고
라스푸틴도 생각났는데 당시 실존한 인물을 패러디한것이라고 한다. 미신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가장 이성적이면서도 신실한 믿음을 가진 카레닌마저도!
마지막 8부는 출판사(신문사?)에서 빼기를
원했고 작가의 고집으로 자비로 출간했다고 하는데
자본가적 판단과 작가적 판단에서 이번에는
자본가의 편에 서본다. 아님 8부를 아주 짧게 줄였다면?
모두의 입에 오르는 명작에는 이유가 있다.
소설로서도 19세기 러시아를 이해기위해서도 이 책은 충분하다.
첫댓글 맘편히님,
명작을 읽으셨네요.
1월 모임 과정에서 '안나 카레니나'에 관해 얘끼 할 시간이
있을 거에요.
그때 얘끼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