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위 하늘아래
숫도다나왕은 늦은 나이에 왕자를 얻은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오 전륜성왕이여.”
왕은 자기도 모르게 아기의 두 발에 예배하고, 두 손으로 왕자를 받아 들었다.
‘내가 무슨 복을 지었기에 이리도 훌륭한 아들을 얻었을까. 이 아이는 분명 원하는 바를 모두 성취하리라.’
왕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하였다.
“왕자의 이름을 싯닷타(Siddhattha, 悉達多)라고 하리라. 나의 아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게 하리라.”
그런데 사꺄족과 꼴리야족의 웃음과 노래는 오래가지 못했다. 왕자가 태어난 지 칠 일만에 어머니 마야는 인간 세상에서의 짧은 생을 마치고 도리천으로 올라 가셨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맞이한 수도다나왕은 해맑은 왕자의 얼굴을 보며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
“매정한 사람. 이 어린 것이 누구의 젖을 먹으라고 속절없이 떠났는가. 가엾은 이 아이를 누가 보살피라고.”
비탄에 잠긴 왕에게 사꺄족 장오들이 다가왔다.
“왕이여, 왕자님을 키울 분은 마하빠자빠티(Mahapajapati)가 적당합니다. 이모의 사랑도 어머니의 사랑 못지않습니다. 자애로운 마하빠자빠띠라면 왕자님을 깊은 사랑으로 보살필 것입니다.”
숫도다나왕은 왕자를 품에 안은 마하빠자빠티와 함께 까삘라로 발길을 돌렸다. 왕이 왕자와 함께 돌아온다는 소식에 사꺄족은 거리로 달려 나와 꽃과 음악으로 환영하였고, 왕족들은 앞다퉈 길을 막으로 자기 집으로 초대하였다. 그들의 진심을 외면할 수 없었던 왕은 사십일이 지나서야 겨우 성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성으로 들어서기 전이었다. 성문 앞 큰 길가에는 온 나라 사람들이 예배하고 받드는 사당이 있었다. 왕은 여러 신하와 바라문들의 권유로 신들의 축복을 받기 위해 왕자를 안고 사당으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사당에 모셔진 신상(神像)들이 일시에 고꾸라졌다. 불길한 징조일까 싶어 어쩔 줄 모르는 왕에게 국사가 다가왔다.
“이것이 무슨 일인가?”
“놀라지 마소서. 낮은 이는 감히 높은 이의 예배를 받지 못합니다. 신상들이 스스로 아래로 내려온 걸 보면 왕자님은 분명 신들보다 높은 덕을 지닌 분입니다. 왕자님은 하늘 가운데 하늘이십니다.”
일화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