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 등 55명 초대 무공훈장 전도 수여식 부대 역사관·K9A1 자주포 등 관람 베트남전쟁 참전 사진 60여 점 전시
사단 전사자 1만4524위 중대별 릴레이로 호명식도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가 남긴 이 명언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우리는 과거 선례에서 지혜를 얻어 현재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지난 실패를 거울삼아 치명적인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과거가 현재의 자양분이라는 의미다. 우리 군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이면 나라를 지키는 데 앞장섰던 선배 전우들을 기억하며 기리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과거가 없었다면 현재도 없었기에 그분들의 노고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려는 것이다.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단)이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참전용사를 위해 마련한 행사에서 그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글=배지열/사진=김병문 기자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단)이 지난 17일 개최한 참전용사 부대 방문행사에 초대받은 참전용사(왼쪽)가 장병들의 경례에 거수경례로 화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최장식(소장) 육군수도기계화보병사단장.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단) 최장식(소장) 사단장이 경례하고 있다.
군용 지프를 타고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참전용사들을 향해 후배 장병들이 경례하고 있다.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단) 군수지원대대 장병들이 도열해 전사자 명부를 향해 경례하고 있다. 부대 제공
70년 세월 뛰어넘는 상호 경례 ‘뭉클’
“참전용사분들에 대하여 받들어총!”
“맹호!”
70년이 넘는 세월을 건너 하나의 이름으로 싸운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7일 수기사 사령부 대연병장에서 진행된 참전용사 부대 방문행사를 통해서다.
사단 창설 73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방문에는 지역 내 거주 중인 6·25 참전용사 25명과 베트남전쟁 파병 당시 작전명에 따라 만들어진 맹호·안케패스·두코 참전전우회 소속 참전용사 30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행사에 앞서 부대 역사관과 K9A1 자주포, K21 보병전투차량 등 전시장비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신일균 학도의용군전우회 경기북부지부장은 “6·25전쟁은 우리나라 국난 극복의 역사 중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라며 “그때 어린 나이에도 전장에 뛰어든 우리 학도의용군을 잊지 않고 초대해 준 부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본행사가 시작되자 선배 전우들을 태운 군용 지프 차량 12대가 연병장에 도열한 장병들 앞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장병들의 우렁찬 경례에 답하며 참전용사들은 위풍당당하게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이들은 국기에 경례할 때도 대부분 거수경례로 예를 표했다. 오랜만에 경례 각을 잡는 참전용사의 주름진 손이 그간 흐른 세월을 소리 없이 보여 줬다.
수도 서울 방위를 위해 1949년 창설된 수기사는 6·25전쟁에서 국군이 반격할 당시 일선에서 활약하며 무훈을 세웠고, 베트남전쟁에서는 첫 해외파병부대로 지정돼 애칭인 ‘맹호부대’의 위용을 널리 떨쳤다.
유재식(대령) 사단 참모장은 “부대 역사의 산증인이자 조국과 국민을 위해 헌신하신 6·25전쟁 그리고 베트남전쟁 참전용사 선배님들께 존경과 예우의 마음을 담아 마련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과거보다 장비·시설 좋아 많은 발전 기대”
본행사를 마치고 이동하는 참전용사들 앞에 또 하나의 작은 이벤트가 마련됐다. 사단은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선배 전우들의 생생한 기록을 담은 사진 60여 점을 모아 ‘그대들 여기 있기에 조국이 있다’는 제목의 전시회를 준비했다.
참전용사들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부축을 받으면서도 이야기꽃을 피우며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두코 전우회 이선주 회장은 “전통 있는 맹호부대 소속으로 베트남 두코전투에서 함께 싸운 용맹한 전우들을 이렇게 기억해 줘 고맙다”며 “오늘 와서 보니 과거보다 장비나 시설이 좋아져 앞으로도 우리 부대가 발전해 나갈 거라는 기대가 크다”는 소감을 밝혔다.
의미 있는 무공훈장 전도 수여식도 진행됐다. 사단 재구대대 박상용 중사는 이날 조부이자 6·25 참전용사인 고(故) 박임춘 옹의 화랑무공훈장을 대신 받았다.
박 중사는 국립영천호국원에 안장된 할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군인의 길을 걷고 있다. 양손 무겁게 훈장과 증서를 받은 그는 할아버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는 말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할아버지가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뜻에 누가 되지 않도록 그 뜻을 이어받아 국가 방위에 헌신하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곧 찾아뵙겠습니다.”
전사자 명부 보며 선배 전우 넋 기려
수기사는 앞서간 참전용사의 넋을 기리는 호명식도 진행했다.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사단 사령부와 예하 부대 각 주둔지에서 중대별 릴레이 형식으로 사단 전사자 명부에 기록된 1만4524위 선배 전우들의 이름을 한목소리로 부른 것이다.
이어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전사자에 대한 경례로 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이어받을 것을 다짐했다.
사단 군수지원대대 모대한 상병은 “전사자 명부 속 선배 전우들의 이름을 직접 확인하고 부르니 우리가 맹호부대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번 호명식을 통해 군인의 사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깨닫고 위국헌신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최장식(소장) 사단장은 “오늘날 자랑스러운 부대의 역사와 조국의 평화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신 선배 전우들 덕분”이라며 “후배 장병들이 자랑스러운 전통을 계승·발전시켜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