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주고 잊는 것?

[조희자]

‘척추 골절’ 쉽게 말해서 내 작은 몸뚱이를 받쳐주고 있는 등뼈 세대가 골절되었다. 그기다 갈비뼈 세 대가 부러졌다. 이로 인해 내가 견디어야 하는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에는 적합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함에도 나는 일을 게을리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내가 하는 일이 옷을 만드는 일인 탓에, 상체를 약간은 앞으로 숙여야 한다. 10분만 그러한 자세로 서 있거나 앉아 있으면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고통이 따른다.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였기에 불행히도 부러진 등뼈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여 약간 돌출되었다.

 탓에, 몸을 바로 눕히기에는 막강한 고통이 수반된다. 튀어나온 등뼈 쪽이 먼저 바닥에 닿아야 하기에 눈물이 날 만큼 아프다. 해서 양손을 허리 밑으로 밀어 넣은 다음, 바닥에 몸을 붙이고 약 5분쯤 있다가 손을 빼고, 등을 서서히 바닥에 붙여주면 좀 무감각해진다. 물론 일어날 때도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몸을 옆으로 굴려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

 하루라는 귀한 시간이 다시 내게 주어져 아침에 눈을 뜨게 되면, 단 한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몸과 마음에 채찍질을 한다. 나를 믿고 나에게 일감을 맡겨준 이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비록 10분 일하다 쉬어야 하기를 반복하면서도, 숨이 막혀 버릴 것 같은 추위와도, 더위와도 맞서 싸우며 난 일을 한다. 다행히 지금은 학교가 방학 중이라 도서실 근무를 쉬기에 조금은 시간에 여유가 있다.

 6년 전 일이다, 그동안 갈고 닦았던 나의 실력을 보여 줄 기회가 왔다. 00대학 교수님으로부터 ‘PPT’ 강의를 제안받았다. 어떻게 아셨는지, 교수님께서 마감 시간에 맞춰 나의 근무지인 도서관까지 차를 갖고 나오셨다. 같이 학교로 가 도움이 필요한 12명의 학생을 만났다. 과제물을 PPT로 제시해야 하고,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으로 발표를 해야 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PPT’ 자격시험을 보기 위해, 허리가 끊어지는 아픔을 견디며 열심히 공부한 보람을 느낀다.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잠자리에 들면, 심장 깊은 곳으로부터 내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피곤함에 저려있던 몸을 다시 일으킨다. 정결히 씻고 옷을 갈아입는다. 어쩌면 내일 아침 눈을 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희끄무레한 여명의 빛살이 나의 작은 창문을 두드리며,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감겨있던 눈꺼풀에 입맞춤한다. 행인지 불행인지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게 새날을 주신 신께 감사한다. 마음이 조급해 지기 시작한다.

바느질과 도서관 사서, ppt 강의, 세 가지의 일을 병행하면서, 몸의 피곤함과 정신적인 집요함이 나를 돌려가며 살렸다 죽였다 한다. 힘들지 않다고 하면 거짓이다. 많이 힘들고 괴롭다. 그러나 나는 이 고통을 이겨내어야만 한다. 새파란 새댁시절의  고통에 비하면 지금의 나의 현실은 꽃 방석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의 올가미에 발을 들이민다. 사람의 목숨이란 참으로 끈질기다. 내가 나를 돌아보면 측은하기도 하다. ‘너 왜 이러고 사냐’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비루한 변명일지 모르는 변명을 한다. 갓난쟁이를 수장시킬 뻔 하였던 못난 어미의 죄 갚음이라고.

나의 짧은 소견으론 ‘삶과 죽음’에 정의를 내릴 수 없다. 어쩌면 삶은 지옥이요, 죽음은 천당일 수도 있다고 어쭙잖은 변명으로 자신에게 용기를 주려 해 보지만 아직은 그 천당행 열차에도 동승하질 못하였다. ‘삶에 연민이 남아서, 죽음이 두려워서’ 둘 다 아니다. 내가 스스로 이 삶의 고통에 등을 돌린다면,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벗어나질 못할 나의 효심 지극한 딸 때문이라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변명을 또다시 늘어놔 본다.

과연 죽음이란, 살아있는 자들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줄까? <행복한 동행 발행인> 정용철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삶이란 남기고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주고 잊는 것 같다.≫ 슬퍼하고 눈물 흘리고, 따라 죽겠다 몸부림치고, 그 순간이 지나면 죽은 자는 과연 산자의 가슴속에서 얼마 동안이나 평온을 누릴 수 있을까?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 뇌리를 스친다. 어느 날 중년의 부인이 모시 바지저고리와 두루마기를 들고 왔다.

달포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의 옷이라고 한다. 태워버리려니 질 좋은 우리 한산모시라 아까워서 가져왔단다. 이 옷을 곱게 염색을 하여 자신의 옷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며칠 뒤 모시에다 고운 연두색으로 염색을 하였다.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는데 손끝에 와 닿는 감정이 야릇해진다. 손질이 끝나 손님을 불렀다. 마음에 드는지 물으니 흡족해하며 옷을 이리저리 몸에 걸치고 거울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남편의 옷으로 자신의 옷을 만들어 입었을 때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보는 손님의 표정엔, 먼저 떠난 남편에 대한 애틋 함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세상은 살아있는 자만의 것임을 일깨워 주었다. 잊히는 것, 내 사랑하는 이 들로부터 잊혀질 것을 두려워하여 더 많은 정을 주고 떠나지만, 떠난 자는 남은 자들에게 아무런 의미를 주지 못하는 것인가. 죽음이란 이다지도 허무한 것일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가장들은 자신이 떠날 시간이 가까워짐을 감지하게 되면, 남을 가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더 많이 주고 떠나야 할까. 고심하는 모습들을 보았다. 몸이 가루가 될지라도 남은 가족을 위해 더 열심히 더 매몰차게 자신을 혹사 시킨다. 그러나 떠난 다음, 남은 가족들은 과연 얼마간이나 떠난 사람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을까.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 어디쯤일까. 가족들의 가슴속에 남아있을 시간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힘들 땐 떠난 사람을 생각하며 눈물 한 방울 찔끔거리다가도 배고프면 밥 먹고 친구 만나면 웃고 즐기고, 비록 한 가정의 가장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자식을 두고 떠나야 하는 어미도 마찬가지이다. 비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산자는 살아야 하기에 먹어야 하며, 하루 이십사시간을 찡그리고 있을 수 만도 없는 일이다.

이것이 인생 이련가? 이러함에도 우리는 부귀와 영화, 권력과 돈, 이 모든 것이 그것을 소유하고 누리는 찰나의 것임을 잊고, 영원을 부르짖으며 그것에 매달려 아름다운 인간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 모두가 부질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오늘도 삐꺽거리는 몸을 곧추세우고 일에 매달린다. 내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신의 선물에 충실하기 위하여, 그리고 마지막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면, 가는 길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하여…….

[때깔]

정말 열심히 사셨고 지금도 그러십니다
정신은 몸을 지배한다는 말 저도 절실히 느낍니다
그리고 나에게 온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두요
그 하루들이 모여서 나의 삶이 되는거겠지요
그러니까 기를쓰고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야 될것 같아요
정말 후회 없을 만큼요^^

[조희자]

읽어 주시고 댓글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하루가 모여서 나의 삶이 된다'
의미 있는 말씀입니다.
건강 잃지 마시고 주어진 만큼의 나의 시간을 흩으로 쓰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밤 편히 쉬시길.....희망 찬 내일을 위해.

[데이빗구]

과연 삶이란 무었인가,,,,---
눈물이. 흐르네요---
이 눈물의 의미는 무었인가

[조희자]

찾아 주심 감사 드립니다.
삶이 무엇일까?는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