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간 나이키·아디다스? 잘파세대가 신는 운동화는 따로 있다
협업으로 돌아온 아식스... 연매출 8000억 앞둔 뉴발란스
고프코어·러닝 열풍에 부상한 살로몬·호카
흔하지 않고 기능성 좋아 인기... 뉴진스도 신어
김은영 기자
입력 2023.07.24 06:00
마뗑킴과 협업한 아식스 젤 소노마 운동화. /아식스
마뗑킴과 협업한 아식스 젤 소노마 운동화. /아식스
지난 3월 아식스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마뗑킴과 협업해 선보인 ‘젤 소노마’ 운동화가 출시 하루 만에 매진됐다. 드롭(추첨 판매)을 진행한 홈페이지는 응모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됐고, 리셀(재판매) 시장에선 현재까지도 발매가보다 2배가량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수년간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독주하던 운동화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아식스, 살로몬, 호카, 뉴발란스 등이 주인공이다. 이들 브랜드는 잘파세대(Z+alpha, 2013~2025년 출생한 세대) 사이에서 부는 투박한 러닝화 인기에 편승해 기성 스포츠 브랜드를 위협할 차세대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아식스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노후화된 이미지에 일본 불매운동까지 겹쳐 언급조차 안 되던 브랜드였지만, 최근 들어 복고 열풍과 한정판 출시 전략이 먹히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선 없어서 못 사는 운동화가 됐다.
키코 코스타디노브, 세실리아 반센을 비롯해 국내 브랜드 마뗑킴, 아이앱스튜디오, 애더슨벨 등과 협업을 이어 가며 젊은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아식스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전년(3억원)보다 9배 이상 증가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의 신발은 고프코어(Gorpcore) 트렌드의 대명사로 인기를 끈다. 고프코어란 야외 활동 시 체력 보충을 위해 먹는 견과류인 고프(Gorp)와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놈코어(Normcore)의 합성어로, 일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아웃도어 패션 스타일을 뜻한다. 최근 1~2년 사이 패션 트렌드로 부상했다.
살로몬의 인기 제품인 'XT-6'. /무신사
살로몬의 인기 제품인 'XT-6'. /무신사
걸그룹 뉴진스를 비롯해 트렌드세터(유행을 이끄는 사람)들이 살로몬의 투박한 트레킹화를 착용하면서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브랜드로 떠올랐다. 이로 인해 국내 전개사인 아머스포츠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35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 전환했다.
러닝화 시장에선 호카(HOKA)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09년 프랑스에서 출범한 브랜드로, 2012년 미국 아웃도어 기업 데커스가 인수했다. 신발 바닥과 안창 사이 중창(미드솔)이 도툼하고 넙적해 출범 초엔 ‘못생긴 신발’이라는 혹평을 얻었지만, 편한 착용감으로 러닝 동호회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국내에선 2021년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첫 매장을 열었고,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 월드몰에 매장을 냈다. 업계에 따르면 각 매장에서 월 3억원 이상의 매출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발란스의 성장세도 견고하다. 복고풍 운동화인 530을 비롯해 최근에는 러닝화 상품들이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매출 7000억원을 거둔 뉴발란스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2배가량 성장하면서, 연 매출 8000억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러닝 동호회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사세 확장 중인 호카. /호카 인스타그램
러닝 동호회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사세 확장 중인 호카. /호카 인스타그램
리셀 시장도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고트(GOAT)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나이키 ‘덩크’가 가장 많이 팔린 가운데, 뉴발란스의 거래량이 92% 증가했다. 이 기간 호카와 살로몬의 매출도 각각 361%, 236%씩 늘었다. 살로몬의 경우 올해 들어서 매출이 2021년과 비교해 3373%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운동화 시장의 성장에 따라 소비 행태가 다양해지고 성숙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엔 ‘운동화=나이키’라는 인식으로 모든 제품을 나이키에서 찾는 경향이 있었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양한 브랜드에서 자신이 필요한 기능성을 고려해 구매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흔하지 않다’는 점도 젊은 세대가 호응을 보내는 이유 중 하나다.
직구(직접 구매)가 아니면 사기 어려웠던 수입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해 선택지가 많아진 것도 한몫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작년 국내 운동화 시장은 3조7000억원으로, 올해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헌 롯데백화점 선임상품기획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운동화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분야별로 좋은 신발 브랜드를 찾아 구매하는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며 “가격이 비싸고 인지도가 낮은 수입 브랜드도 선뜻 구매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운동화 시장에서 신예 브랜드들의 활약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온러닝이 국내 직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스위스 기업 온홀딩스가 전개하는 온러닝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투자한 기업으로 2021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92% 증가한 3억6700만스위스프랑(약 5441억원)으로, 글로벌 소비재 기업 중 성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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