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산 아래 근북면 유곡리 통일촌
1973년 7월 30일 경기도 파주 통일촌과 같은 날 동시에 입주한 유곡리는 파주 통일촌 80세대보다 20세대가 적은 60세대로 구성됐다. 70년대 이스라엘의 ‘기브츠’를 모방해 만든 유곡리는 전선 방위는 물론 유휴경지 활용을 목적으로 대북한 우위성을 입증하기 위해 건설된 선전마을 통일촌이다. 북녘 오성산이 코앞에 보이는 유곡리는 이전의 재건촌과는 달리 정부가 직접 나서 가구당 500만 원 이상의 거금을 지원할 정도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전략적으로 만든 인공마을이다. 당시 5군단 예하부대에서 지원자를 모집했을 때 집과 논밭을 무상으로 6,300평 분양한다기에 많은 후보자가 몰려들어 자격심사가 까다로웠고 선발된 사람들은 한 달 전부터 정신교육과 영농교육 등 집체교육을 받기도 했다. 입주초기 입주민들은 매일 저녁 군보안부대원들의 점호를 받으며 생활하였고 군 출신과 일반 농민 출신 간에 이질감으로 마을 대소사를 결정함에 있어 심각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
유곡리 마을 입구 마을 표지석
82년부터 93년까지 시행된 ‘수복지역 소유자 미복구 토지의 복구등록과 보전등기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입주민들은 피땀 흘려 개간한 옥토를 모두 원소유주에게 돌려줘야만 했다. 입주 때 정부가 인정한 경작권만 믿고 소유권 없이 개간한 토지를 두고 나중에 나타난 소유권자와 벌이는 ‘소유권 분쟁’은 크나큰 고통이다. 이런 와중에 2000년과 2005년 민북마을을 휩쓴 부동산투기 광풍으로 유곡리 주민이 소유한 유곡리 땅은 이제 30%도 채 안 될 정도로 줄어들었다. 한편 폐교된 유곡초교 자리에 2015년 서울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힐링캠핑장이 조성되어 마을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하루 평균 100명의 인원수용이 가능한 캠핑장에는 숙박형 자연체험시설, 숙박테크 설치, 예술인 창작활동 공간, 미니수영장, 동물원, 탁구장, 미니도서관, 철원농산물직거래판매소 등이 설치되어 있다. 유곡리는 현재 민통선 안에 있으므로 군 초소를 거쳐야 출입할 수 있다.
철원역사문화연구소 김 영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