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종류의 모임에 참석한다. 나도 친교의 목적으로 세 개의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하여왔다. 주로 학교 동창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두 개는 고교동창모임이고 하나는 초등학교 동기 모임이다. 먼저 ‘다솜회’ 라는 모임은 거의 삼십 년 전에 고교 졸업 이십 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면서 만든 모임이다. 그 당시 반년동안 사흘이 멀다 하고 만났었다. 전국에 퍼져있던 동기생들의 연락처를 찾고 회비도 받으면서 큰 행사를 치루었다. 행사를 마치고 그냥 해단하기 섭섭하여 여덟 명이 매달 모임을 오늘 까지 이어왔다. 그때 그 친구들이 지금까지 모두 건강하게 한 달에 한 번씩 얼굴을 마주하니 퍽이나 다행한 일이다.
또 하나의 고등동기 모임은 ‘종로포럼’이다. 벌써 이십년 정도의 연륜이 쌓였다. 이름만 들으면 무슨 학술모임 냄새가 풍기는데 전혀 관계가 없다. 처음에는 대구 시내 중앙로 주변에 근무하는 동기들끼리 서로 안부나 묻는 소박한 모임이었다. 네명 정도의 친구들의 직장이 수백 미터 안에 위치하여 점심시간에 가끔 도로위에서 반갑게 마주치는 경우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한 달에 한번 정도 모여서 살아가는 이야기나 나누자는 공감대가 있었다. 동기모임이다 보니 멀리 있는 친구도 참석을 원해 총 일곱 명이 중심가 식당에 매달 한번 모임을 가져왔다.
또 하나의 모임은 초등학교 동기들 모임이다. 초등동기 모임이니 정말 많은 추억을 공유하는 옛 친구들의 모임이다. 초등학교 동기회가 약 이십 여 년 전에 불길처럼 바람이 불어 전국을 찾아다니면서 어울려 우정을 불살랐다. 초등동기회는 반수가 여자동기들이 아닌가! 재미로 따지자면 고등동기회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맘때 쯤 여름날 밤 광한리 백사장에서 수 십 명의 남녀동기들이 마치 캠프파이어 하는 것처럼 빙 둘러앉아 손벽을 치며 노래 부르던 일은 너무나 생생한 추억이다. 이런 추억을 공유한 초등친구 몇몇이 연락하여 한 달에 한번이라도 밥이나 먹자며 만든 모임이다. 모두 한동네 사는 친구 네 명이고 오년이 넘었다. 숫자가 늘지 않은 이유는 모임 결성 후 한 일 년 뒤 코로나 팬대믹으로 식사모임이 네 명이 상한선이라서 이럭저럭 네 명 으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뜻밖의 모임이 생겼다. 전혀 예상치 않은 이유는 아내 따라 가는 모임이기 때문이다. 교직에서 퇴임하고 성당모임에 열심이었던 아내는 고등동기들과 ‘신우회’라는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친한 여덟 명과 음악(밴드) 모임을 한다 는 이야기 가끔 듣곤 했다. 그런데 두 달 전에 남편들과 함께 식사모임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간 약간은 놀랐었다. 내가 아내와 함께 한 모임을 오래전에 여러 번 있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한번 도 없었었다. 처음으로 아내의 제안에 “알았소” 라고 답했지만 막상 그날이 오니 맘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나머지 아내의 친구들 일곱 명의 남편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어색할 것 같은 분위기도 걱정되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서너 명은 의사이고 로펌의 변호사도 있다던데 마음 한편으로는 조금은 위축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다가 한순간 다르게 생각했다. 내가 내 생활을 즐기고 비교적 건강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내가 모르는 그 무엇 때문에 위축 될 필요가 없다는 마음이 들었다. 모임 날 아내에게 웃으며 “내가 인물이 빠지나, 말솜씨가 빠지나, 즐겁게 모임 갑시다.”라고 했다. 그 모임도 자연스럽게 낮선 사람들과도 어울리며 좋은 시간 보내었다. 내 특기인 가곡을 두곡이나 목청을 높였었다. 만일 내가 불필요한 요인들을 크게 생각에 모임을 가지 않았으면 아내에게 도 옹졸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담담하게 자신감을 갖고 자연스럽게 상대방과 인사를 나누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면 새로운 친구가 될 것이다.
오래된 학창시절의 친구들과의 세 개의 모임과는 달리 아내를 따라 간 새로운 모임은 ‘비교’라는 단어를 새삼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들이 있었다. 지나온 시간은 수정이 불가능하다. 다만 매순간 부끄럽지 않게 살아 왔다면 남은 시간도 당당하게 임하면 될 것이다.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말이다. “남과 비교하지 말라,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다음 모임은 언제 할려나!
첫댓글
사람은 사회적이 동물이라 하지요.
모임은 만나서 밥 먹거나 담소하는 이상의 삶에 의의가 있습니다.
학창 시절의 친구들과의 모임,
아내의 동호인 모임에 참여한 소회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독자와 소통하고 싶은지 찾기가 좀 어렵습니다.
친구의 모임도 소중하고
모르는 사람들과의 모임도 소중하다면
두 가지를 아우르는 독자를 설득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업 시간에 함께 살펴보도록 합시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