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배경
일반적으로 '선가귀 오늘날 청허 휴정(休)의 감'이라
부른다. 그러나 옛 절집에서는『禪家龜鑑』을
'선가귀감'이 아니라 '선가구감'이라 불렀다.
선가구감은 조선시대의 불교나 마음공부를 하고자 하는
선비들을 위해 서산대사로 알려진 청허 휴정 스님이 지으신 책이다.
선불교는 문자를 세우지 않고(不立文字),
마음에서 마음을 전하며(以心傳心),
자기의 성품을 바로 보는 것이 곧 성불하는 것(見性成佛)이며,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서
자신의 지혜로 자기의 성품을 보고 스스로 건너는 것
(自性)을 근본으로 한다.
문자를 세우지 않고 마음을 곧바로 보는 것人心),
그것이 바로 해탈이며 깨달음이다.
청허 휴정은 ‘부처님이나 조사가 세상에 나오심은 바람 없는데
물결을 일으킨 것’(佛祖出世, 無風起浪)이라는 원문 아래에
'문자는 마군의 업이요 이름과 형상도 마군의 업이라.
부처님의 말씀이라 하더라도 이 또한 마군의 업'이라고 하는
허공장경을 인용하여 주해한다.
부처님이나 조사가 세상에 나오신 것 자체가 말세이며 말법이다.
하물며 부처님의 말씀은 '사람마다 본래면목이 저절로 뚜렷이
이루어져 있는데 그 위에 연지 곤지 찍어주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선가의 귀감이 되는 말씀이라면 그것은 이미 악마가 지은 업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선가구감『禪家龜鑑」에서
'선가'는 선을 배우는 학인들이다.
'구'는 거북이며 거북은 신령한 존재이다.
'감'은 거울이며 거울은 청정한 기물이다.
신령한 존재인 거북과
청정한 기물인 거울은 선을 배우는 학인의 마음
즉 일물(物)을 가리킨다. 따라서 선가구감이란
'선을 배우는 학인의 (본래)신령하고 청정한 마음
(그 자체)'이다.
언어·문자 이전, 사유·분별 이전의 본래의 자기 자신을
돌아보아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선가구감『禪家龜鑑』의 말씀을 통해 선비들도
곧바로 직지(直指)하여 자기 마음(心)의 신령함과 청정함을
보라는 차원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