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만 놓아버릴까요
속세의 끈이 가늘어져
스스로 끊어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대가 아무리 요망해도 눈에 차지 않습니다
나의 욕정도 수명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섹시한 몸을 가졌던 시절도 있었지요
지금은 우울한 어깨 위로 적막만 내려앉는 시간입니다
수만 갈래 길은 애초부터 지난 했지요
하늘 닿는 완두콩 나무는 거인처럼 자라나서 아랫 세상을 비웃고 있습니다
小人 세상은 늘 험난 했어요
비만 오면 온몸이 쑤시고 지끈거려 눕고 싶었어요
이제 그만 인연의 끈을 놓아야겠어요
까무룩 한 기억 속에 자꾸 그대가 떠오릅니다
가슴골에 얼굴을 묻던 뜨거운 욕망의 시간을 기억합니다
그렇게 저물어가는 석양이 아련히 보입니다
갑자기 따듯했던 코끼리 등이 그리워지네요
그대를 태우고 정글 속으로 들어가던 벽화 속의 풍경 같은
피라미드 무덤 속의 미로처럼
돌아갈 수 없는 먼 길을 왔네요
막다른 골목 같군요
비 오는 날
찰방찰방 빗물을 헤치며
당신의 거리를 걷습니다
이쯤에서 놓아야겠어요
가장 고고하고 고상한 모습으로 죽고 싶습니다
당신의 몸은 따스했어요
나보다 더 따뜻한 몸을 가진 사람을 보지 못 했거든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외로움의 경계에서 미혹을 꿈꾸었던 몸짓을 기억합니다
그건, 적요가 아니고 욕망이었습니다
그 욕정은 달콤했습니다 사랑했습니다
이젠, 등 따순 그 코끼리의 무덤을 찾아가렵니다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적요의 시간
자작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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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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