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권 2) 덕운비구를 만나다 ①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나라가 하나 있나니, 이름을 승락이라 하는 도다. 그 나라에 산이 있나니, 그 이름이 묘봉이라 하는 도다. 그 산중에 비구가 있나니, 이름을 덕운이라 하는 도다.
그대는 거기에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닦고, 보살이 어떻게 보현행을 빨리 원만하게 할 수 있는가 물을 지로다. 덕운 비구가 마땅히 그대를 위하여 설하여 주리라.
그 때, 선재동자가 이러한 말씀을 듣고 나서, 환희하여 춤추고 뛰놀면서 문수사리보살의 발 앞에 엎드려 예배를 올리고, 수없이 돌고 은근히 앙모하면서 슬피 눈물을 흘리는 도다.
문수보살을 하직하고 물러나와 남쪽으로 승락국을 향하여 묘봉산에 오르나니. 그 산 위에서 동서남북과 네 간방과 위쪽과 아래쪽을 살피면서 다녔도다.
관찰하여 구하고 찾아 다니면서, 목마르게 덕운 비구를 우러러 보고자 하여 칠일이 지났는대, 그 비구가 산 위에서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것을 보고, 그 앞에 나아가 발 앞에 엎드려 예배를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을 돌고 나서, 그 앞에 머물러 이와 같이 말하는 도다.
성자시여 저는 먼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습니다. 그렇지만,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어떻게 보살행을 닦고, 어떻게 보현행을 빨리 원만하게 얻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제가 듣자오니, 성자께서는 능히 잘 이끌어 주신다 하오시니, 오로지 원하옵건데, 자비하신 마음으로 저를 위하여 펼쳐 설하여 주시옵소서. 성자시여, 어떻게 하면,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수 있습니까.
때에 덕운 비구가 선재동자에게 말하는 도다. 훌륭하도다. 훌룽하도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였구나. 다시 능히 보살행을 청하여 묻나니, 이와 같은 일은 어려운 중에 더욱 어려운 일이로다.
이른바 보살행을 구하고, 보살 경계를 구하고, 보살의 벗어나는 도를 구하고, 보살의 청정한 도를 구하고, 보살의 청정하고 광대한 마음을 구하고자 하는 도다.
보살의 성취한 신통을 구하고, 보살의 나타내 보이는 해탈문을 구하고, 보살의 세간에 나타내 보여 작업하는 바를 구하고자 하는 도다.
보살의 수순하는 중생심을 구하고, 보살의 생사에 수순하는 열반문을 구하고, 보살의 함이 있는 유위법과 함이 없는 무위법을 관찰하여 집착하는 바가 없는 마음을 구하고자 하는 도다.
선남자여, 나는 자유 자재하게 결정하고 이해하는 힘을 얻었나니, 믿는 눈이 청정한 지혜 광명으로 밝게 비추고, 두루 경계를 관찰하여 모든 장애를 여의었도다.
공교하게 관찰하나니, 두루 명철한 눈으로 청정한 행을 구족하고, 시방의 모든 국토에 나아가 일체의 모든 부처님을 공경하고 공양하였도다. 항상 일체의 모든 부처님 여래를 생각하고, 다라니와 일체 모든 부처님의 정법을 지니고, 항상 일체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보았도다.
이른바 시방의 한 부처님, 열 부처님, 천 부처님, 억 부처님, 나유타 억 부처님, 무수하고, 한량없고, 끝이 없고, 더할 나위 없고, 셀 수 없고, 일컬을 수 없고, 생각할 수 없고, 측량할 수 없고, 설할 수 없고, 설하고 설할 수 없는 부처님을 보았도다.
염부제의 미세한 티끌같이 수 많은 부처님, 사천하의 미세한 티끌과 같이 수 많은 부처님, 삼천 세계의 미세한 티끌같이 수 많은 부처님, 불국토의 미세한 티끌같이 수 많은 부처님, 설하고 설할 수 없는 불국토의 미세한 티끌같이 수 많은 부처님을 보았도다.
다시 이와 같이 하나 하나의 방향 가운데 모든 부처님께서 갖가지의 색상, 갖가지의 형상과 모습, 갖가지의 신통, 갖가지의 유희, 갖가지의 대중 법회로 장엄한 도량, 갖가지의 광명으로 끝없이 밝게 비추는 갖가지의 국토,
갖가지의 수명의 모든 중생들에 수순하여, 갖가지의 마음으로 즐겁게 나타내 보이시나니, 갖가지의 바르게 깨닫는 문을 이루시고, 대중 가운데 사자후를 하시는 도다.
선남자여 내가 이러한 기억과 생각으로 일체의 모든 부처님의 경계와 지혜 광명으로 두루 보는 법문을 얻었도다.
일찌기 능히 모든 대 보살들이 끝이 없는 지혜로 청정하게 행하는 문을 알았도다.
이른바 지혜 광명으로 두루 비추는 염불문이니, 항상 일체 모든 불국토의 갖가지의 궁전을 보니, 모두 장엄하고 청정한 까닭이로다.
모든 중생들의 염불문이니, 모든 중생들의 마음의 즐기는 바에 수순하여 모든 부처님을 뵙고, 청정을 얻게 하고자 하는 까닭이로다.
힘에 안주하는 염불문이니, 여래의 십력 가운데 들게 하고자 하는 까닭이로다. 법에 안주하게 하는 염불문이니, 한량없는 부처님을 뵙고, 법을 듣게 하고자 하는 까닭이로다.
모든 방향을 밝게 비추는 염불문이니, 일체의 모든 세계 가운데 평등하고 차별이 없는 부처님의 바다를 모두 보게 하고자 하는 까닭이로다. 가히 눈으로 볼 수 없는 곳을 들어가게 하는 염불문이니, 모든 미세한 경계 가운데 모든 부처님의 자유 자재 신통한 일들을 보게 하는 까닭이로다.
모든 겁을 머무는 염불문이니, 모든 겁 가운데 항상 여래의 모든 보시하시는 바를 항상 보고, 잠시도 버리지 않게 하는 까닭이로다. 모든 때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모든 때에 항상 여래를 보고, 친근하여 함께 머물러 버리고 여의지 않게 하는 까닭이로다.
모든 국토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모든 국토에서 모두 부처님의 몸을 보니, 모든 것을 뛰어 넘어 더할 나위 없게 하는 까닭이로다. 모든 세간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스스로의 마음의 욕망과 좋아하는 바에 수순하여 두루 삼세의 모든 여래를 보게 하는 까닭이로다.
모든 경계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두루 모든 경계 가운데, 모든 여래께서 차례대로 나타나심을 보게 하는 까닭이로다. 적멸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한 생각 가운데 모든 국토를 보고, 일체의 모든 부처님의 열반을 보게 하는 까닭이로다.
멀리 여의어 머무는 염불문이니, 하루 가운데도 모든 부처님께서 그 머무시고, 나오시고, 가시는 바를 보게 하는 까닭이로다. 광대하게 머무는 염불문이니, 마음에 항상 하나 하나의 부처님의 몸을 관찰하나니, 일체의 모든 법계에 두루 충만한 까닭이로다.
미세하게 머무는 염불문이니, 한 털 끝에서도 설할 수 없는 여래가 출현하나니, 모든 이르는 곳마다 받들어 섬기는 까닭이로다. 장엄하게 머무는 염불문이니, 한 생각 가운데 모든 국토를 보고, 모든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고, 신통 변화를 나타내시는 까닭이로다.
능히 불사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모든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여 지혜 광명을 내고, 법륜을 굴리시는 까닭이로다. 자재한 마음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스스로의 마음의 욕망과 즐거워하는 바에 수순하여 일체의 모든 부처님께서 그 형상을 나타내시는 까닭이로다.
스스로의 업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중생들의 모으고 쌓은 업에 수순함을 알고, 그 영상을 나타내어 깨닫게 하시는 까닭이로다. 신통 변화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부처님의 처소에서 광대한 연꽃에 앉아서 두루 법계에 가득하게 열어 피우시는 까닭이로다.
허공에 머무는 염불문이니, 여래의 가지신 몸 구름을 관찰하여 법계와 허공계를 장엄한 까닭이지만, 내가 어떻게 저러한 모든 공덕행을 능히 모두 알고, 모두 다 능히 설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