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1종, 시 1종, 동화 1종, 예술 1종, 소설 1종, 만화 1종 모두 6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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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널
헤게 시리 지음|마리 칸스타 욘센 그림|이유진 옮김
책빛|40쪽|2018.5.30.|12,000원|그림책|13세
언덕 아래 어두운 땅 속에서 두 마리 토끼가 땅을 판다. 토끼 한 마리가 드나들 수 있을 만한 크기의 터널. 수토끼가 앞서 길을 내고 암토끼가 뒤를 따른다. 앞발을 북채처럼 부지런히 움직여 흙과 돌을 파낸다. 숨은 가쁘고 털은 온통 흙투성이가 되어도 사랑하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힘을 낸다. 땅을 파는 동안 귀는 온통 땅 위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한다. 천둥 같은 자동차 소리가 멀어지길 숨죽여 기다린다.
어느 날 이들이 살던 곳에 도로가 생겼다. 자동차가 무서운 속도로 달리자 동물들은 길 건너편으로 갈 수 없게 되었다. 길 건너 맛난 풀밭, 두 토끼가 터널을 파는 이유다. 허기진 배를 채우러 잠깐 터널 밖을 나올 때는 서로 몸을 닦아 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토끼들은 길 건너편에 다다랐을까? 막막한 어둠 속에서 터널을 파는 마지막 장면은 긴 여운을 남긴다.
차분한 색조와 절제된 표현으로 필요한 장면만 담아낸 그림은 이들의 치열한 삶을 아름답게 비춘다. 생명 존중과 공존이라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서정적인 글과 그림으로 잔잔하게 들려준다. (김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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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만 봐도 다 알아
박찬세 시
창비교육|2018.5.30.|108쪽|8,500원|시|13세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야간 자율 학습이 싫어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고 한다. 학창 시절, 교육이라는 틀을 온갖 말썽으로 저항하는 시집 속 ‘찬세’와 공부에서 벗어나고픈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준비물을 산다며 엄마에게 받은 돈으로 당구장을 간다. <빵점 2>에선 수학 시험을 5번으로 찍고 잤는데, “자고 일어났더니 /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 너희들 힘들까 봐 / 이번엔 사진선다형이야~”, <장래 희망>은 수업 시간 빼먹고 게임방 가서 잡혀온 날 선생님이 “―왜? 너도 프로게이머 되려고? // 오! 좋은데? ! / 드디어 나에게도 장래 희망이 생겼다”로 눙친다. 늘 말썽을 피우면서도 자기로 인해 힘들어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어질어질하다며 ‘양심’어린 말도 할 줄 안다.
청소년기를 요란스럽게 보낸 시인은 방황하는 아이들 눈만 보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밝은 눈을 가진 어른이 된다. 찬세가 벌이는 소소한 일탈이 공부에 갇힌 청소년들에게 고른 숨을 쉬며 잠시 웃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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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이 훅!
진형민 글|최민호 그림
창비|2018.8.17.|144쪽|10,800원|우리동화|12-13세
녹색과 분홍색 표지가 눈에 띄는 책이다. 다섯 아이들의 설레는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박담과 신지은, 엄선정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2학기가 되어 모범생 엄선정이 공부는 못하지만 운동을 잘하는 이종수와 사귄다고 말한다. 박담은 ‘사귀는 사이’는 어떤 사이인지 묻는다. 엄선정은 같이 아이스크림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자전거도 탄다고 말한다. 박담은 어릴 적부터 친구인 김호태와 항상 수영장도, 권투 도장도 함께 다니고 음료수도 함께 마신다.
솔직하고 씩씩한 박담이 친한 친구인 김호태와 사귀면서 겪는 감정 변화가 유쾌하다. 자기와는 다른 이종수를 좋아하는 엄선정의 고민과 갈등, 마음속에 간직하는 신지은의 짝사랑은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멋진 아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권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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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에 대한 모든 것
온드르제이 크로바크, 로스티슬라프 코리차에크, 마르틴 바네크 글|다비트 뵘, 이르지 프란타 그림|한지희 옮김
주니어RHK|2018.3.23.|64쪽|16,500원|예술|10-11세
미술관의 역사와 미술관에서 하는 일,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 주어 우리를 미술로 이끈다. 여러 나라 미술관의 역사와 특징, 과거 전시회 구성을 소개한다. 최초의 미술관부터 현대 미술관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펼침면에 담았다. 큐레이터, 전시품 설치자, 작품 복제 담당자 등 다양한 직업과 그들이 하는 일을 자세히 설명한다. 전시 기획, 시나리오, 작품 대여, 전시 공간 디자인과 설치, 홍보까지 미술 전시회가 열리는 전 과정을 알 수 있다.
만화, 포스터 등 다양한 그림을 활용한 표현이 다채롭다. 미술관의 안과 밖을 큰 판형에 담아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미술관은 작품이 전시된 단순한 공간을 넘어, 예술과 사람이 함께 호흡하는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건물의 벽면, 길거리 등 우리 주변에도 예술이 가득함을 알게 하여 예술 감상의 폭을 넓혀 준다. (조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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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은, 넌 그냥 여자야
앨릭스 지노 글|김수현 옮김
씨드북|2018.5.29.|160쪽|12,000원|소설|13세
열 살 조지는 남자 아이들보다 여자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엄마와 형 몰래 소녀들이 좋아하는 잡지를 보고 잡지 속 여자 아이들을 만나는 상상을 하며 논다. 조지는 《샬롯의 거미줄》이란 연극에서 꼭 샬롯이 되고 싶다. 조지는 단짝 켈리와 오디션을 준비하고 샬롯 역으로 오디션을 보려고 한다. 그러나 선생님은 샬롯이 여자역이니 남자인 조지는 남자에 어울리는 역으로 오디션을 볼 것을 권한다. 조지는 공들여 준비한 오디션을 보지 못한 것이 속상하다. 발표된 연극 명단에 조지의 이름이 없자 남자 아이들은 계집애 같은 조지가 맡은 역이 없다고 놀린다. 조지는 함께 오디션 준비를 했는데 왜 명단에 없는지 캘리가 묻자 엉겁결에 자신이 여자라는 말을 한다.
켈리는 조지의 갑작스런 고백에 당황하지만 있는 그대로 조지를 받아들인다. 연극에서 샬롯 역을 맡은 켈리는 조지를 무대에 세울 계획을 세운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더 편하고 좋은 조지의 고민을 무겁지 않게 풀고 있고, 성 역할의 고정 관념을 깨는 방식이 신선하다. (정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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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 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
이봉 루아 글, 그림│김현아 옮김
한울림스페셜│2018.8.6.│150쪽│15,000원│만화│교사·학부모
아이가 자라며 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자폐 진단이 내려진다. 아빠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으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들을 키운다. 가구의 위치를 자주 바꿔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적응하는 힘을 키우고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기를 훈련시킨다. 자동차 안에서도 아이가 자기 세계에 빠지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래를 만들어 부른다. 발작이 일어나는 상황도 피하지 않고 아이가 그 상황을 견디게 돕는다. 게임과 운동을 하면서도 절대 봐주지 않는다. 아이는 아빠를 이기지 못해 화를 내고 포기했다가 다시 시도한다. 이처럼 아빠는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이혼한 엄마 또한 자신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면서 아들과 아빠의 작은 승리를 돕는다.
이 책은 작가 자신이 자폐 진단을 받은 아들을 키우며 경험한 내용을 그린 자전적 작품이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글과 그림이 어떤 육아서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 부모의 자리에선 장애아, 비장애아 구분은 무의미하다. 육아에 힘겨워 하는 부모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이다. (서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