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기부터 500여 곡 거의 구전으로 불러
14세기 초 악보로… 1521년 첫 캐럴집 나와
하얀 눈이 내리는 어둔 밤 거리에는 성탄 캐럴이 흐른다. 예수님 탄생을 기다리는 마음에 '행복'을 얹어주는 성탄 캐럴. 캐럴은 어떤 의미가 있고 언제부터 불려졌을까.
캐럴은 아기 예수 탄생을 기념해 신앙의 즐거움을 표현한 노래다. 캐럴은 선율과 리듬이 단순하고 유쾌해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음악이다. 노랫말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크리스마스 이후의 성인 축일을 기리는 내용이 대부분이며 아기 예수 탄생을 예고한 천사가 많이 등장한다.
캐럴은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에서 민중들이 동짓날 원을 그리며 춤추던 노래였다. 캐럴(Carol)의 어원은 프랑스어 'Carole'(춤)과 그리스 고대어인 헬라어 'Choraulien'(피리 연주에 맞춰 추는 춤)에서 유래됐다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독일에서는 캐럴을 '바이나흐트 리트'(Weihnacht lied, 성탄 전야의 노래)라 하고, 프랑스에서는 '노엘'(Noel, 기쁨의 외침)이라고 부른다.
캐럴이 교회에서 불려지게 된 것은 5세기부터다. 초기에 캐럴은 거의 구전으로 불려졌는데 그 종류는 500여 곡에 달했다. 이때 사람들은 캐럴 때문에 성탄을 기다렸을 정도로 캐럴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2~1226)가 마굿간 앞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행사는 캐롤링(Caroling)의 시초가 됐다. 캐롤링은 예수 탄생의 기쁜 소식을 집집이 돌아다니며 캐롤을 부르는 것으로, 19세기 영국에서는 아이들이 용돈을 모으러 돌아다니며 창문 밑에서 캐럴을 부르기도 했다. 비록 화음은 서툴렀지만 아름다웠다.
캐럴이 악보로 옮겨진 것은 14세기 초다. 1521년 영국에서는 최초로 캐럴집이 발간됐고, 15세기 말에는 궁정 작곡가들이 캐럴을 작곡해 서민들뿐 아니라 왕족과 귀족들도 부르는 노래로 발전시키면서 캐럴이 왕성해졌다.
중세시대에도 급속히 확산된 캐럴은 16세기 종교개혁으로 자취를 감췄다. 개신교도들이 캐럴을 비종교적 노래로 규정하면서, 대신 '시편성가'를 보급했다. 그러나 18세기 캐럴 복원 운동이 일어났고 19세기부터는 다시 캐럴이 불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된 캐럴은 바로크 시대 이전부터 구전돼온 '저 들 밖에 한밤중에'(First Noel)다. 캐럴의 고전으로 꼽히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은 1818년 오스트리아 성 니콜라우스 성당에서 사목하던 요셉 모어 신부가 작사하고, 음악교사인 프란츠 그루버가 작곡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오늘날 가장 많이 리메이크 된 캐럴은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다. 이 곡은 1942년 발표된 후 전 세계적으로 최소 1억 회 이상 리메이크 됐고, 싱글 앨범으로만 5000장 이상이 발매됐다.
[평화신문, 제949호(2007. 12. 16),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