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나 됨이 아름답습니다.
오늘 오후에 전에 우리 교회에 출석하셨던 여집사님으로부터 신앙의 갈등에 대한 상담을 전화로 나누었습니다. 저의 상담은 늘 귀 기울여 듣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비지시적 상담을 우선시합니다. 즉, 본인이 말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깨닫고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지요,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가면서 저의 느낌은 신앙 혼돈의 원인이 자기 정체성(Self Identity)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것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자신의 연약함으로 발생하는 열등감이었습니다. 저는 그분과의 대회에서 자기 존중에 대한 것을 말씀드리면서 그분이 지닌 장점에 대하여 성경을 바탕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우리는 때로 별것 아닌 것에 발목 잡혀 스스로 자존감을 상실할 수가 있습니다.
저 역시 한동안 영어에 대한 Complex가 있었지요. 군 제대 후 대학에 입학하여 교양과목인 영어 시간에 타과 학생들, 그것도 영문과와 더불어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영어 교과서를 읽게 되었는데 Mary라는 단어를 ‘마리’라고 읽고 말았습니다. 여러 구절의 Mary를 한결같이 ‘마리’라고 굳세게 읽었던 거지요. 주위에서 킥킥대는 여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읽기를 마치니 교수님이 제게 묻더군요. “고등학교 어디 나왔어요?” 저는 영문도 모른 채 “성동기계공고 나왔습니다.” 그랬더니 또 킥킥~~~~
저는 왜 그랬는지 몰랐어요. 나중에 친구가 ‘마리’라고 읽으면 어떻게 하냐고 해서 잘못된 발음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그 후로는 실력도 없이 대학은 어떻게 들어왔나? 라는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이때를 떠오르면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친형제들의 모임에서 둘째 형이 “아무개는 우리의 ‘헤로’야”라고 하는 겁니다. 그 단어가 생소하였는데 몇 번에 걸쳐 ‘헤로’라는 단어를 쓰기에 그 단어의 뜻이 무엇인가 하고 말의 흐름을 살펴보았더니 ‘hero’라는 ‘영웅’이라는 단어를 글자 그대로 발음을 하는 것입니다. 그때 저는 형님의 실수가 저에게는 위안이 되었습니다. 우리 형제 중에 제일 똑똑하고 대학도 제일 좋은 대학을 나오신 형님이 저와 같은 실수를 하고 있음이 그렇게 통쾌할 수 없었습니다.
해 아래서 새것이 없고 특출한 사람도 없습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수치스러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 될 수 있지만 주님 안에서 내게 주어진 정체성은 누구와 비교해서 열등함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15세기에는 ‘아름답다’의 의미는 ‘아름’이라는 명사가 나(私)의 뜻을 지니고 있어서 ‘아름답다’는 ‘나답다’의 뜻이 된다고 언어학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나의 독특성은 이 세상 나만이 갖고 있습니다. 누구와 비교해서 우월감도 열등감도 가질 필요 없이 나다운 모습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내 모습이 어떠하든지 하나님의 신비한 우주적인 조화로움에 나는 하나님의 선(아가도스)를 이룰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