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한 들녘 가을빛 참 곱다.
“뚝 두둑.”
허드레 무 이파리 따는 소리가 시퍼렇다.
“시래기라 카마 환장한다 아이가.”
무를 뽑으며 아내가 하는 말이다. 형제들 나눠줄 즐거움을 만끽하는 거다. 그래, 주당들 쓰라린 빈속 지질 해장국만이랴. “에라이 모리겠다.” 구룡포구 모리국수 어탕에 빠져 허기진 삶도 달래 줄 무시래기 아닌가.
뽑으라면 뽑고, 벗기라면 벗기는 늘그막이다. 단풍 들어 뻘건 앞산을 보자니 장터 과수댁 불콰하게 취해 헤실헤실 웃는 얼굴 떠오른다. 환장할 가을날이 들녘에 한가득이다.
첫댓글 김 농부님~^^
무장무장 익어버린 가을을 몽땅 즐기고 계십니다요. 막 부러워지고 있습니다~^&^
부러워 해 주시니 우쭐합니다.
뭣을 또 자랑할까 고르고 있답니다. ㅎㅎ
김선생님,
오랬만에 뵙습니다. 사진으로요. 맛이 듬뿍 든 갈 무를 잡숫고 있는 폼이 천하를 다 얻은 것 같습니다.
가을에 고향에 두어번 다녀왔는데 연락을 드리지는 못했습니다. 한번은 그 친구 일로 도리원까지 갔다가 돌아왔고, 또 한번은 뉘실 선산에 일 좀 했습니다.
이제 들일이 끝났으니, 방학이시겠네요?
왕성한 창작으로 농한기 고소득(?) 하시길 기원합니다.
사는 게 허무합디다. 갑자기 떠나버리니 말입니다.
촌음을 아껴 써야 할 줄 알건만 글은 써지질 않네요.
문학회 행사 한다고 이리저리 다니고, 네플릭스 영화 본다고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합니다.
건강하시자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