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즈의 마법사 >의 주제가 'Over the rainbow', < 모정 >의 주제가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 < 티파니에서 아침을 >의 주제가 'Moon river'와 함께 “추억”이란 이름으로 우리 기억을 잠식한 명화의 주제가.
베테랑 감독 시드니 폴락(Sydney Pollack)이 연출한 영화 < 추억 >(The Way We Were)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와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각각 여우 주연 케티 모로스키(Katie Morosky)와 남우 주연 허블 가드너(Hubbell Gardiner) 역을 연기했다. 시나리오 작가 아서 로렌츠(Arthur Laurents)가 1937년 코넬 대학 학부 시절 실제 경험담에 근거해 창작한 각본을 영화화한 작품.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는 서로 사랑하지만, 단념이나 화합을 통해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헤어지는 남과 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바브라의 케티는 목소리 큰 마르크스주의 유대인 여성인 한편, 로버트의 허블은 태평하고 정치엔 무관심한 백인·앵글로-색슨·개신교도(White·Anglo-Saxson·Protestants) 남성이다. '공정'과 '성실'의 아이콘인 케티는 급진 좌파 정치운동가이지만, 사회 기득권층으로 전형적인 미국 엘리트의 표상인 허블과 서로 다른 매력에 점점 끌린다.
대학 시절부터 만능 스포츠맨에 작가로 재능이 있는 허블의 가능성 알아본 그녀는 그가 더욱 발전해나가길 기대한다. 허블은 그러나 케티의 생각과 달리 할리우드의 진부한 극작가로서의 성공적인 삶에 만족한다. 아이가 생기고 그저 행복할 것만 같았던 둘에게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 시사회실에서 도청 장치를 발견한 스튜디오 감독과 고위 경영진들이 케티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 허블에게 통제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그들의 삶에 다시 균열을 일으킨다.
비미국 활동 위원회와 조지프 매카시 상원의원의 반공주의 광풍에 따라 미국인 공산주의자와 간첩 색출을 위한 '마녀사냥'이 할리우드의 영화배우와 감독, 작가 등 문화예술계, 언론인들까지 무차별하게 공산주의자로 몬 시기였음을, 영화는 상이(相異)한 두 주인공의 정치 사회적 견해와 그로 인해 반복되는 갈등 상황을 통해 보여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핵 공포의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케티와 허블은 결국 희비극적 결론에 이르고, 둘의 사랑은 “지난날의 추억”으로 남게 된다.
비평가들의 호부와 무관하게, 사랑 이야기에 끌린 대중들의 호의적 반응에 힘입어 영화는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여우 주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지명된 것을 포함, 미술, 촬영, 의상 디자인, 그리고 음악상 2개 부문 후보로 시상식에서 호명되었다. 바브라가 오스카 트로피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지만, 영화의 주제곡을 쓴 마빈 햄리시(Marvin Hamlisch)의 수상은 또 다른 보상과도 같았다. 작곡가 마빈은 더욱이 주제곡에 가사를 쓴 앨런과 마릴린 버그만 듀오와 함께 시상대에 오른 것은 물론, 오리지널 스코어 수상자로 2차례 시상대에 오르는 겹경사를 누렸다.
작곡가 햄리시는 이 영화의 시간적 설정에 있어서 1950년대 전후 미국 문화를 알려줄 음악이 필요하다고 인지했다. 당시 인기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우선으로, 영화가 전개되는 공간의 상황이나 분위기에 맞게 선정한 몇몇 기성 음악을 사용했다. 스코어는 주제가 'The way we were'의 오케스트라 연주 또는 다양한 변주곡을 핵심으로, 성인 취향의 감상적인 전통 팝과 동시대 재즈 성향의 연주곡을 주요 질료로 채택했다. 빅 밴드 재즈 오케스트라의 반주를 기반으로 신나는 스윙과 라틴 재즈, 그리고 일상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장르 음악이 줄곧 흘러나온다. 주제가는 폴락 감독의 의사에 따라 영화의 처음과 끝에 수미상관으로 배치했다. 원래는 더 플라자 호텔 앞에서 케티와 허블 사이의 상징적인 마지막 장면에 음악 없이 편집되었으나,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위해 주제가를 포함하는 것으로 변경되었고, 'Day dreams'(백일몽)로 시작하는 가사도 바브라의 주장으로 'Memories'(추억)로 개사했다는 후문.
삶이 복잡해지기 전의 순수한 시간에 대한 우리의 갈망을 압축해 들려주는 테마음악 'The way we were'는 그렇게 영화의 마지막을 진한 여운으로 물들인다. 시대를 초월해 가장 위대한 노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노래의 연상력에 힘입어 영화는 '추억'이란 이름으로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햄리시는 주제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슬픔과 낙담, 관계의 고통과 그 결과, 연인관계에 있는 여성의 좌절과 갈망, 그리고 그 모든 불행의 교차"를 포착하는 것이 이 노래의 목표다.
앨범으로 발매된 사운드트랙 음반은 미국 빌보드 200순위 20위를 기록했으며, 50만 장 판매로 골드레코드 인증을 받았다. 스트라이샌드가 부른 주제가는 또한 싱글로 발매돼 빌보드 핫 100순위 정상 정복 후 1974년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음반으로 연말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으며, 100만 장 이상의 판매로 플래티넘 레코드 기록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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