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어린이 105]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권옥·양현미·이창순·주미라 동시집 / 윤혜민 그림
판형 국판(152*210) / 쪽수 112쪽 / 값 10,500원
출간일 2019년 2월 27일 / ISBN 979-11-6252-026-0 (74810) / 대상 초등학교 전학년
: : 간략한 소개 : :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활동 중인 권옥, 양현미, 이창순, 주미라 동시인이 그동안 공들여 쓴 작품들을 모은 4인 동시집이다. 이들은 책놀이 전문가, 동화구연가, 아동복지교사 등으로 활동하며 아이들의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작품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해설을 쓴 이준관 시인의 말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기에 “네 사람의 동시는 아이들이 참 좋아할 작품들”이다.
: : 출판사 서평 : :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마음을 다독여주는 동시들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05번째 동시집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가 출간되었다.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활동 중인 권옥, 양현미, 이창순, 주미라 동시인이 그동안 공들여 쓴 작품들을 모은 4인 동시집이다. 이들은 책놀이 전문가, 동화구연가, 아동복지교사 등으로 활동하며 아이들의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작품에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해설을 쓴 이준관 시인의 말처럼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아이들과 호흡을 함께하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기에 “네 사람의 동시는 아이들이 참 좋아할 작품들”이다.
먼저 1부에 담긴 권옥 동시인의 작품은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작품들이 많다. 듣기 싫은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마음(「방방」, 「잔소리」, 「가방」, 「밥부터 먹어」, 「그럴 줄 알았어」)과 친구에 대한 서운함(「소리똥」, 「방방」), 그리고 학업 스트레스(「방방」, 「가방」, 「시소」) 등 아이들의 솔직한 심정이 동시로 그려진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에게 권옥 동시인이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똑, 똑,
땅 속 지렁이 집에 찾아 온 씨앗 손님
꿈틀꿈틀 방을 만들어주고
포근포근 이불 덮어주는 지렁이들 덕분에
씨앗 손님 깊은 잠에 빠졌다
무슨 좋은 꿈 꾸는지
얼굴이 방긋방긋
입술이 삐죽삐죽
겨우내 꿈나라 여행에 빠진 씨앗 손님
드디어 작은 발가락 꼼지락꼼지락
긴 잠에서 깨어날 때
궁금한 지렁이들 질문 쏟아진다
―넌 이름이 뭐니?
―어디서 왔니?
씨앗 손님 땅 위로 얼굴 빼꼼히 내밀며
난, 민들레야!
―「씨앗 손님」 전문
「씨앗 손님」은 한 편의 우화 같은 작품이다. 내용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따뜻하지만 ‘씨앗 손님’을 아기로, ‘지렁이들’은 부모를 비롯한 어른으로 여기고 읽어보면 권옥 동시인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가 자명하게 읽힌다. 아직 무슨 씨앗일지 모르는 존재에게 지렁이들은 정성을 다해 보살핀다. 어떠한 조건도 없다. 그저 이곳에 찾아온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씨앗 손님, 즉 아이는 언젠가 “긴 잠에서 깨어”나 “땅 위로 얼굴 빼꼼히 내”민 성인이 된다. 그제야 그가 민들레일지, 장미일지, 혹은 또 다른 어떠한 식물일지 알게 된다. 아이이게 필요한 것은 이처럼 무조건적인 애정과 기다림이다. 이러한 의식은 아이가 “가는 곳마다/먼저 달려와서 기다리는” 「홍길동 엄마」에서도 잘 보여진다.
2부는 양현미 동시인의 작품을 모았다. 대부분의 작품이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 친구가 중요한 아동들의 마음을 대변한 작품들에서는 거짓 없이 진솔한 아이들의 풋풋한 우정의 모습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마음이 척척 맞는 친구와 함께 있으면 고민까지도 사라진다거나(「고민」), “네가 있어 학교 가는 길이 참 좋다”고 고백하는 마음(「친구에게」), 친구가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면 꼭 그 친구가 옆에 있는 것 같다는(「쪽지 1」) 마음들이 하나같이 예뻐서 곱씹어 읽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우정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영어 배워 볼래? 미술학원은 어때? 피아노 학원도 좋겠다!’는 부모에게 ‘그냥 쉴게요’라고 말하고 싶은 아이(「엄마만 신났다」)에게 우정은 사치에 불과하다.
시 낭송, 전래놀이
피자파티, 책놀이
“와~” 신나게 소리도 지른다
도서관 올빼미 캠프에서
잘 먹고
잘 놀고
잘 쉰다
공부 안 해서 좋고
친구랑 까불어서 좋고
밤새 수다 떨며 실컷 웃어서 좋다
어제 싸웠던 수진이도
이야기 나누어 보니
그럭저럭 괜찮은 친구 같다
―「올빼미 캠프에 가면」 전문
「올빼미 캠프에 가면」에는 도서관에서 열린 행사로 간만에 학업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를 만끽하는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구절은 “어제 싸웠던 수진이도/이야기 나누어 보니/그럭저럭 괜찮은 친구 같다”는 마지막 연이다. 수진이와 ‘나’의 문제는 수진이의 성격에 문제가 있거나, 단순히 둘의 마음이 맞지 않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잘 먹고/잘 놀고” 잘 쉬어서 예민하거나 날카로운 마음이 둥그레지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3부에는 이창순 동시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아동복지교사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창순 동시인의 작품에는 소외된 이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눈길이 담겨 있다. 공부에 쫓기는 아이(「선행학습」, 「형이 고치가 되었다」), 학원을 가지 못하는 가난한 아이(「심심한 오후」), 공터에서 무료급식을 받는 사람들(「공터식당」), 부모 없는 아이(「고슴도치 별이」), 다문화가족(「축구경기 하는 날」), 유기견(「흰둥이」) 들이 그들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면 어김없이 삐죽이 고개를 내미는 새싹처럼”(57쪽) 그들에게도 언젠가는 푸른 새싹 돋아나는 봄이 오기를 바라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작품마다 가득 담겨 있다. 이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말자는 주제는 「탐정놀이」에 유쾌하게 담겨 있다.
쿵 쿵 쿵 쿵
드륵 드륵 드르럭
아줌마가 청소기를 돌리고 있군!
쿵쾅 쿵쾅
끼이익
아저씨가 식탁의자에 앉았군!
다다다다다 쿵
꼬맹이가 달려가다 넘어졌군!
소리만 들어도 다 알지
위층 사람들이 뭘 하는지
나는 지금 탐정놀이 중
―「탐정놀이」 전문
청소기 돌리는 소리, 식탁의자 끄는 소리, 달리는 소리 들은 대표적인 층간소음에 해당한다. 귀를 틀어막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어른과 달리, 이 시의 화자인 아이는 “나는 지금 탐정놀이 중”이라고 말한다. 이 시를 벽이나 바닥에 귀를 대고 유심히 소리를 듣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층간소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해낸 시인의 솜씨에 감탄이 절로 난다.
마지막 4부에서는 주미라 동시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주미라 시인은 아이들의 일상을 다룬 작품뿐 아니라 자연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다수 선보인다. 가을밤 감잎을 바람이 보낸 편지로 비유한 「가을 인사」, 추석날 저녁 자신을 바라보며 비는 다양한 소원 중에 어느 것을 먼저 들어줘야 할지 고민하는 「보름달의 고민」, 달님 엄마에게 자신의 이야기랄 풀어놓는 별들의 「별별 이야기」, 수선화 꽃 아래에서 생일파티 하는 개미들의 「꽃등」, 늘 발만 보이는 아이에게 얼굴이 보고 싶다는 봄까치꽃의 「To. 친구에게」 등이 그러하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자연의 세계야말로 곧 동심의 세계임을 느낄 수 있다. 아래의 「눈물」이라는 동시를 읽으면 자연현상과 아동의 마음에 큰 차이가 없음을 알게 된다.
속상해서 한바탕 울고 나면
마음이 후련하지
하늘도 나처럼
속상한 일이 있나 봐
우르르 쾅쾅
한바탕 소나기 내리고 나면
무지개 뜨지
―「눈물」 전문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네 명의 동시인의 작품을 모은 4인 동시집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시세계와 개성으로 변별성을 지니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려는 공통적인 노력의 결실을 보여준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니 아동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일은 당연해 보인다.
: : 차례 : :
제 1 부 권옥
소리똥 / 방방 / 홍길동 엄마 /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 잔소리 / 가방 / 튜울립 / 어떻게 지었을까 / 동네 한 바퀴 / 밥부터 먹어 / 낚시꾼 아빠 / 토끼 귀 / 그럴 줄 알았어 / 시소 / 씨앗 손님
제 2 부 양현미
고민 / 친구에게 / 쪽지 / 수수께끼 / 군밤 / 봉숭아꽃물 / 부엌 편의점 / 가재는 게편 / 앗, 뜨거워! / 어묵 / 숙제 / 봄기차가 오면 / 엄마만 신났다 / 잠자리 바지랑대 / 올빼미 캠프에 가면
제 3 부 이창순
학예 발표회 / 선행학습 / 심심한 오후 / 공터식당 / 베란다 텃밭 / 탐정놀이 / 숨바꼭질 / 청개구리 파도 / 형이 고치가 되었다 / 고슴도치 별이 / 하늘 도화지 / 축구경기 하는 날 / 민속박물관에서 / 흰둥이 / 까치집
제 4 부 주미라
가을 인사 / 별명 / 보름달의 고민 / 별별 이야기 / 단비 쓴비 / 개 언니 / 눈물 / 꽃등 / 우리 집은 5층 / 칭찬 받았어요 / 고장 난 일기예보 / 신호등 / 가족 / 설날 아침 / To. 친구에게
재미있는 동시 이야기
아이들이 좋아할 동시로 가득한 동시집_이준관
: : 추천의 말 : :
4인 동시집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는 일상생활 속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발상과 표현으로 담아냈습니다. 아이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나 친구와 가족에 얽힌 이야기들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표현했습니다. 또한 자연 속에 담긴 동심을 의인화 기법으로 따듯하고 포근한 정경으로 그려냈습니다. (……) 4인 동시집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는 아이들이 읽기 딱 좋은 ‘아이들이 좋아할 시’들로 가득합니다. 어른의 입맛에 맞춘 동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요즈음의 추세에 이렇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시들이 나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시로 가득한 이 동시집이 아이들의 책꽂이에 꽂혀 오래 오래 사랑받기를 바랍니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전) 한국동시문학회 회장)
동시를 쓰거나 읽는 사람들의 폭이 다양해진 만큼 동시의 눈높이가 깊고 넓어졌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는 가족, 친구, 이웃, 자연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도록 어린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동시집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즐거움과 모든 사물에 사랑의 숨결을 불어 넣어주는 특별한 선물이 될 것입니다.
-박예분(아동문학가, 전북동시읽는모임 회장)
: : 작가의 말 : :
십 년 넘게 동시 읽는 어른으로 살았습니다. 동시를 소리 내어 읽으면 말도 재미있고 노래하는 것처럼 흥이 나고, 혼자 읽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으면 감흥이 더해서 여럿이 모여 맛있게 동심을 나누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동시들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쓴 글을 남 앞에 보여준다는 것은 두 볼이 빨개질 만큼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로 아이들과 즐겁게 놀고 싶어서 용기를 냈습니다.
─시인의 말에서
: : 작가 소개 : :
지은이 _ 권옥 (책놀이 전문가, 동화구연가)
아랫목 이불 속에서 듣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구수한 무릎동화 문화를 되살리고자 이야기 들려주는 일을 20여 년 동안 하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실컷 놀고 싶어 <어린이문화연구소 책놀이터>를 운영하면서 책놀이 전문가로 활동하고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동시를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누리과정 인성동화 『거미는 거미야』, 책놀이 교재 『스토리텔링과 책놀이 2』(공저)가 있다.
지은이 _ 양현미 (동화구연가, 책놀이 강사)
언젠가 더위를 피해 들어간 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과 그림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없이 작아지던 그 때, 한줄기 빛처럼 위로가 되어준 『강아지똥』은 내 가슴에 살아 있다. 책과 사람이 좋아서 어울림작은도서관 주민관장으로 활동하며, 현재 도서관・학교・교육문화회관에서 아이들과 그림책・동화・동시・생태놀이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전북동시읽는모임>, <한국반달문화원 전북지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은이 _ 이창순 (아동복지교사)
두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다가 동화의 매력에 푹 빠져 공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아동복지교사로 일하며 책을 가까이 하지 않은 아동들에게 책을 좋아할 수 있도록 동시와 동화를 기쁘게 읽어주고 있다.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동심 가득한 동시를 읽고 동시창작의 즐거움을 맛보며 어린이들과 눈높이를 같이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은이 _ 주미라 (동화구연가, 책놀이 강사)
아이를 키우며 동화를 즐겁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동화구연가가 되었다. 현재 도서관 및 학교에서 동시와 동화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동화구연. 책놀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성인들을 대상으로 동화구연지도사와 책놀이 지도사를 양성하고 있다. <한국반달문화원 전북지회>를 이끌면서 동심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노력하고 <전북동시읽는모임>에서 동시를 창작하며 나를 발견하고 있다.
그린이 _ 윤혜민
1988년 대전에서 태어나 매일 매일 설레는 마음으로 다양한 분야의 책과 학습지, 교재 등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 작업으로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웹툰>, 『꼬마 도깨비의 별별 약국』 『이야기로 나누기 이야기로 손잡기 1~3』 『내 친구 상어』 등이 있습니다.
----------------------------
소리똥 / 권옥
싫어하는 시금치가 나왔다
점심시간에
선생님이 보고 있어서
꾸역꾸역 먹었다
뱃속이 부글부글
화장실로 달려가 비웠더니
시원하다
학원 가는 길에 친구가 부른다
-야, 왕재수 시금치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다
마음이 부글부글
소리똥은
어디에 비워야 시원할까
------------------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 권옥
15층 아저씨
-고놈 참 씩씩하게 생겼네
10층 할머니
-착하게 생겼구나
8층 아줌마
-어머, 공부 잘하게 생겼네
6층에서 내리며 나는 속으로
-보는 것하고 달라요.
-----------------
동네 한 바퀴 / 권옥
윤수 젓가락
하루 세 번 우리 동네를 기웃기웃
콩나물네 집으로 들어갈까 말까
문 앞에서 한참 망설이고
김치네 집은 들여다보지도 않고
휙 지나가고
된장국네 집 앞에선 냄새난다고
코를 막고
새로 이사 온 소시지네 집만
들랑날랑 바쁘다
------------------
군빔 / 양현미
구수한 냄새가 난다
다 익었을까
오빠가 뚜껑을 열자마자
퍽~
군밤 하나 터졌다
밤하늘 불꽃놀이처럼
퍽~
퍽~
터진 밤이 사방에 덕지덕지 붙었다
-오빠 괜찮아?
-난 괜찮은데 부엌이 안 괜찮아
-------------
앗, 뜨거워! / 양현미
무슨 일이야?
글쎄, 여름도 더워서
잠깐 휴가 나왔대
여름이 냇물 위에서
반짝반짝 물놀이를 한다.
------------
봄 기차가 오면 / 양현미
방긋방긋 벚꽃이
햇살아래 화르르 피어난다
분홍 꽃잎 날리며
사뿐사뿐 춤추는 벚꽃가로수
찰칵찰칵,
사람들이 예쁜 봄을 찍는다
꽃잎 가득 태운 봄기차가
휘잉~ 떠나갈 때
기다렸다는 듯
살랑살랑 초록잎사귀들 내린다.
----------------
잠자리 바지랑대 / 양현미
전주한옥마을에 놀러 왔다
오목교 아래 냇가에서
빙빙 도는 잠자리떼를 보았다
첨벙첨벙 냇물에 들어가
아빠는 오른손 높이 치켜들고
오빠는 나뭇가지 들고
나는 까치발로
잠자리야, 내 손가락에 앉아라
오르락내리락 빙빙
우리는 잠자리 바지랑대
--------------
심심한 오후 / 이창순
준영아, 놀자!
준영이는 학원 가고 없다
대원아, 축구하자!
대원이네 집에는 아무도 없다
혹시나, 놀이터에 갔더니
바람만 그네를 타고 있다
다시 학교에 갔다
넓은 운동장에 하늘만 가득 했다
----------------
청개구리 파도 / 이창순
모래구멍 파고 있으면
와~~~~~ 같이 놀자며 달려와
모래구멍 덮어버리고
모래성 쌓고 있으면
와~~~~~ 같이 놀자며 달려와
모래성 무너뜨리고
----------------
형이 고치가 되었다 / 이창순
중학생이 된 형
학교에서 학원으로
나랑 놀아 줄 시간이 없다
시험 끝나 일직 온 날
같이 게임할 수 있을까
공차기 할 수 있을까
형을 반겼지만
방바닥에 책가방 벗어두고
이불 둘둘 말고 잠만 잔다
고치처럼
형은 지금
어떤 나비를 꿈꾸는 걸까!
--------------
축구경기 하는 날 / 이창순
텔레비전 앞에 모인 우리 가족
아빠와 난 한국 팀을
중국에서 태어난 엄마는 중국 팀 응원한다
선수들의 발끝에서
작은 공 하나가 솟구칠 때마다
한국 대 중국
중국 대 한국 열띤 응원
경기 끝나면
통닭 한 마리 가운데 놓고
아빠는 엄마에게
엄마는 나에게
난 아빠 입에 건넨다
가장 맛있는 부분을 골라서
----------------
보름달의 고민 / 주미라
추석날 저녁
우리 손주 좋은 색싯감 만나 장가가게 해 주세요
우리아들 취업해서 일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우리 딸 수능 시험 잘 보게 해 주세요
진우도 날 좋아하게 해 주세요
누구 소원부터 들어줘야 하나
아, 고민이다!
--------------
개 언니 / 주미라
엘리베이터 앞에서
딱 마주친 하얗고 털이 많은 개
내 발에 코를 대고 킁킁거린다
- 저리가, 무서워. 내 옆으로 오지 마!
- 샤샤, 이리와, 언니가 널 싫어하나 보다
아줌마가 개를 얼른 품에 안는다
나는 졸지에
개 언니가 됐다
------------
꽃등 / 주미라
개미네 가족
수선화 꽃등 노랗게 밝히고
생일파티 한다.
---------------
신호등 / 주미라
빨강은 멈추고 초록은 건너요
사람들은 초록을 좋아하고 빨강은 싫어해요
기다리는 것도
가는 길 막는 것도
내 마음은 지금 빨간 신호등
답답해도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초록불이 켜질 때까지.
------------------------언론보도 모음-------------------------
첫댓글 아들이 어렸을 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 나 사람들이 공부 잘하는 줄 알거야'' 하하하하
그때가 그립습니다
좋은 시 소개, 감사합니다~~~~
4분의 작가님들에게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