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가 필요해 / 최미숙
초등학교 시절 내 별명은 ‘국제갈비’였다. 살이 하나도 없고 뼈만 남았다 해서 친구들이 붙여주었다. 그때는 살찐 애들이 없어 그렇게 불러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간식이라 해 봤자 동네 전빵에서 파는 1원에 2개짜리 알사탕, 손가락 과자, 2원짜리 세모 모양 우유 과자가 전부였다. 또 우유 아이스케키는 2원, 앙꼬 아이스케키는 5원인데 돈이 없어 병을 모아 바꿔 먹기도 했다. 아이스케키 통을 메고 팔러 다닌 아이들이 또래였으니 참으로 궁핍했던 시절이었다.
셋째를 낳고는 그동안 불어났던 몸이 빠지지 않는다. 특히 뱃살이 빠지지 않아 맞는 옷이 없을 지경이었다. 둘째 아이까지는 그래도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가벼운 몸으로 출근할 수 있었는데 늘어난 배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처녀 시절 다들 날씬했겠지만 한 번도 통통한 몸을 가졌던 적이 없었다. 불어난 몸으로 출근할 수 없어 갓난아기를 옆에 두고 아이가 잘 때면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을 시작했다. 두 달의 출산휴가가 끝날 때까지는 아이 낳기 전 입었던 옷을 다시 입을 수 있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먹는 것도 줄였다.
다른 사람은 아이 낳고 먹는 미역국이 맛이 없다고 하는데 나는 그때가 제일 맛있다. 더구나 수유 때문에 많이 먹어야 했다. 살을 빼야하니 간식은 입에 대지 않고 미역국에 세끼 밥만 먹었다. 지금도 국은 잘 먹지 않는데 미역국은 국물까지 먹는다. 도우미 아주머니는 아이에게 젖을 먹여야 하니 많이 먹어야 한다며 큰 대접으로 가득 주었고 그것을 다 먹고 나면 한 대접을 또 주신다. 마음이야 그것까지 먹고 싶지만 꾹 참고는 한 대접의 양도 줄였다. 그런 노력으로 예전에 입던 옷을 입고 출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퍼를 잠근 허리는 답답해서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런 후로 서서히 몸이 빠져 6개월이 지나니 예전의 몸을 회복하게 되었다. 그러나 몸 여기저기 군살이 생겨 볼 때마다 신경이 쓰인다.
친정에 고혈압과 당뇨병력이 있어 조심하고 있다. 살 때문에 관절에 이상이 생겨 고생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운동이라 해봤자 걷기지만 1시간 이상 걷고 먹는 것은 최대한 줄이고 있다. 옛날에 비하면 맛있는 먹거리가 얼마나 많은지 그 유혹을 이겨내기가 쉽지 않다. 학교, 집 어디를 가도 먹을 것 투성이다. 아이들이 뚱뚱해질 수밖에 없게 생겼다. 어른도 음식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데 아이들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예순이 넘으니 나잇살인지는 모르겠지만 군살이 빠지지 않는다. 어떤 이유에서든 다이어트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마 온전한 정신으로 있을 때까지는 음식과 싸우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나 역시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다. 아침은 삶은 달걀 한 개, 점심은 학교 급식, 저녁은 양을 최대한 줄여 먹는다. 나이가 들면 먹는 대로 살이 찐다. 그래서 간식은 거의 입에 대지 않고 과일도 남편 주려고 깎을 때 한 쪽씩 먹는다. 그래도 몸이 무거워 스트레칭을 많이 한다. 언제까지 이런 노력을 해야 할지 기약이 없다.
어렸을 때는 지금 불량식품이라고 여기는 간식을 먹으면서 자랐다. 그것도 없어서 못 먹었다. 그래서 국제갈비가 많았다. 이제는 그런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먹을 것이 넘쳐나 통통하다 못해 뚱뚱한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냥 웃고만 넘길 일이 아니다. 소아당뇨에 걸리면 의욕이 없어지고 평생을 관리하며 살아야 하니 부모님의 관심이 특히 중요하다. 없이 살았을 때야 많이 먹으면 복 있게 먹는다고 좋아했지만 지금은 무턱대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모두에게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첫댓글 여전히 국제갈비과에 가까우시면서요.
제가 선배님만큼 날씬하다면 원이 없겠습니다. 하하.
맞아요. 먹을것이 넘치니 절제하지 않으면 바로 살이 됩니다. '옷 다이어트'를 성공하시다니 의지력이 대단하세요.
예전의 몸무게를 유지해나가는 선생님은 대단한 분이시군요. 타고난 절제력인가봐요.
다이어트 열정이 있어 부럽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화면으로 선생님 뵈니 날씬하시던데, 너무 엄살 부리시는 것 아니에요? 선생님은 무슨 일에든지 절제와 성실이 몸에 밴 분이신 것 같아요.
나이살이 있긴 있나 봅니다. 특히 특정 부위가 자꾸 불어나서 스스로 민망할때가 많답니다. 제 경험상 저녁을 소식하고 식사 후 물만 마시는 게 현재 몸무게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다이어트 정말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아요. 적정체중 유지 가즈아~
꼭 밥을 먹고 포만감이 생겨야 살 것 같은 제게 많은 울림을 주시는 글 고맙습니다. 화면 속의 날씬한 모습이 노력의 댓가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노력하지 않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없나 봐요. 좋은 글 너무나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