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후기] 2017 영남알프스 그란폰도 - KOM Riders 팀 후기(2)

[오혁]

시원하게 배내고개 다운힐을 하고서 오른 배태고개부터는 조금씩 비가 내렸습니다. 다행히도 빗방울이 굵어지거나 많이 내리지 않아서 노면도 별로 젖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챙겨갔던 바람막이는 펄럭거리기만 하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잠시 입었다가 바로 벗어버렸네요.

이후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달까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끝내고 싶은데, 마음처럼 따라와 주지 못하는 팀원이 답답하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하고. 몸이 힘드니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물금'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멘탈을 부여잡을 수 있었습니다. 없는 힘 짜내서 '다 와간다'고 팀원들에게 소리쳐가며 파이팅했습니다.

(동의없이 촬영된 다른 참가자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미등록으로 유투브에 업로드 되었으며, 공유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가민이 맛이 갔는지 고도가 남들보다 훨씬 많이 나옵니다^^;)

그 결과 공식 기록(http://cafe.daum.net/justfunironmanclub/kM2h/95) 기준 '8:40:23'으로 팀 KOM Riders 네 명 모두 동시에 무사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출전 전에 목표한 두 가지를 모두 달성할 수 있어서 더욱 뜻깊은 기록이네요. 끝까지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완주한 KOM Riders 우리 팀 모두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비가 조금씩 오는 가운데, 완주하고 먹는 컵라면은 그야말로 꿀맛 그 자체였습니다! 장시간 혹사받았을 라이더들의 위장을 위해서 컵라면을 진라면 '순한맛'으로 준비해주신 그 센스에 감동!!

대회 운영에 있어서 아쉬운 점을 토로하자면... 음... 낮엔 해도 좀 뜨고 했으면 따뜻하고 좋았을 텐데 기상을 조절하지 못한 점?!
네... 그닥 별로 없었다는 뜻이죠.

아, 끝나고는 완주 메달까지는 아니더라도 A4 용지에 대충 팀/이름/완주 시간 정도만이라도 기록해서(랜도너스처럼) 완주증을 주면 더 좋지 않을까 건의는 드려봅니다. 빈손으로 돌아가려니 뭔가 끝났는데, 개운치가 않은 느낌이랄까요 ㅎㅎ

다른 대회처럼 6만원, 8만원씩 내고 참가한 것도 아니고 사실상 참가비가 없는 대회인데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엄청나게 높았습니다. 지금까지 다녔던 대회에 비교하자면 설악 그란폰도급의 혜자스러움. 개인적으로는 기부금을 더 늘리고 별도로 대회 운영에 쓰일 참가비를 내더라도 참가할 의향이 있을 정도로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요즘 각종 지자체 및 관련 업체에서 자전거 대회를 우후죽순 막 내놓고 있는데, '영알'만큼만 운영된다면 시끄러운 이야기는 안나오리라 생각합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언제나 저희 참가자, 라이더들이겠죠. 중앙선까지 넘나들며 위험한 추월을 한다거나, 신호를 미준수한다거나 하는 중요한 것부터... 보급소에서 분리수거 같은 사소것들도 자전거 타느라 힘들다고 지키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가 몇십배 더 많은 일을 해야겠죠. 저희 팀도 부족한 점이 많았는데, 앞으로는 다 함께 노력해서 더 성숙한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안전, 집중 그리고 배려'

지금까지 자전거를 타면서 앞에 두 개는 열심히 지키려 노력한 것 같은데, 이전까지는 '배려'에 대해서는 평소에 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영알을 경험하면서 배려란,

애초에 상대방의 입장을 내가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기에, 어떠한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 그 결과에 의해서... 그로 인해 상대방이나 다른 사람들이 겪게 될 일에 대해서 더도 말고 딱 한 번만이라도 더 생각해보고 행하는 것.

애초에 서로가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는 우리가 만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도 조금씩 양보해가며 서로 맞춰가고,

애초에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우리이기에, 그렇게 마음을 모아 위기와 마주했을때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서로가 채워주며 함께 극복하는 것.

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여러모로 좋은 자극을 많이 받고 갑니다.

2017 영남알프스 그란폰도는 제게, 코스를 생각하면 여전히... 또 얼마나 힘든지 이제는 알기 때문에 쉽사리 도전하기 힘들지만, 항상 친절한 얼굴로 응원해주시던 분들을 다시 보고 싶어서라도 내년에 또 오고 싶은, 그런 대회였습니다.

모든 분들 수고가 많으셨고, 또 고맙습니다. 그리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긴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혹시 저희 피니시 사진 찍어주신 분... 여기 계실까요? 사진이 너무 가지고 싶어요 ㅜㅠ

[86김민성]

재미로 철인클럽여러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우리 팀 너무 고생많았어요 ㅠㅠ 제가 회복을 너무 못하는바람에 크흑... 4아직 대회많으니 앞으론 열심히 끌어야지! 흐르미야!

[갓빵구(강병규 울산)]

밀양댐부터 피니쉬까지 계속 만났던 팀웜들이시네요 한눈에 봐도 팀웍이 느껴질정도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혁]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홍익이(김대홍@장전동)]

후기가 너무 좋아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글 참 잘 쓰시네요^^★
자전거 라이딩 후기 연재해도 되겠습니다.ㅋ

[오혁]

아이고, 아닙니다^^;
사실 대회장에서 받은 행복과 감동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글로나마 남겨두고 싶었는데, 글재주가 없어서 반도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아쉬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심환(오상환_남산동)]

영상까지 만들어 주셨네요. 열심히 준비하신 만큼 영알 신나게?! 즐기신 것 같습니다. 재미나게 잘 보았습니다.

[오혁]

멋진 대회 만들어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수고해주신 대회운영진과 자원봉사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COCKTAIL(우병수_양산서창)]

봄바람님이 보이네요
팀라이딩, 여러모로 아름답습니다 ^^
이렇게 코스를 한번 더 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혁]

마지막에 저희 팀 사진 찍어주신 분이 '봄바람'님이신가요^^?
감사합니다~

[양산]

감동그자체에 후기네요..잘보고 감동받고갑니다^^

[오혁]

많은 분들이 달아주신 따뜻한 댓글에, 저도 좋은 기운을 받는 것 같습니다~^^

[어진곰]

함께 완주한다는것이 생각보다 많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함께 완주하게 되면 뿌듯함이 훨씬 큽니다 후기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오혁]

정말로 그렇습니다. 힘들다고 함께 완주하는걸 포기했다면, 아직까지도 후회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끝까지 함께 한 것이 정말 좋은 선택이었네요.

[봄바람(최병렬/망미동)]

가지고 계신 생각과 따뜻한 마음이 훌륭하다 느껴집니다~
피니쉬에서 접니다~
사진~올려 드릴게요~^^

[오혁]

봄바람님을 애타게 찾고 있었습니다 ㅎㅎㅎ
그럼, 시간 나실때 사진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슈퍼런]

정말 준비 완벽하시네요 영.알 코스 자료로 써도 되겟슴니다 실력도 완벽하시고 팀웍이 뭔가를 보여준것 같네요 내년에도 볼수 있으면 좋겟네요

[뺀찌(홍순복.구서동)]

영알 완주하는 것만큼 기나긴 후기지만 스릴있게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