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홍콩에서 만난 사람(2) / 김석수
아이비시(IBC)에서 ‘리펄스 베이(Repulse Bay)’로 가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기다리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973번을 타면 그곳으로 간다고 한다. 그는 내게 어디서 왔느냐고 말을 걸어왔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서울에 다녀온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영국 출신으로 25년간 이곳에 살고 있다. 예전보다 요즘 홍콩 경기가 어떠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한다. 나는 ‘국가보완법’이 통과되어서 많은 젊은이와 기업인이 홍콩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손사래를 치며 “언론 기관이 문제다. 대중 매체 대부분이 서양인의 시각으로 뉴스를 전달한다. 미국이 문제다. 중국을 견제하려고 홍콩이나 대만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양인 대부분은 중국 좋다는 말을 안 하는데 그는 그렇지 않아서 조금 의아했다.
10여 분 기다리자 버스가 도착했다. 아들이 홍콩에 처음 와서 가장 인상 깊었다는 2층 버스다. 타자마자 위층으로 올라갔다. 20여 분 뒤 구부러진 길을 돌아가자 ‘리펄스 베이’의 아름다운 바다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초승달 모양의 해수욕장이다. 넓고 아름다운 백사장이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손꼽히는 고급 아파트가 산 중턱에 있다. 길옆에는 옷 가게나 음식점이 즐비하다. 고급 레스토랑이 많다. 바닷가를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피자집 여자가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그녀 이름은 아말피타나(Amalfitana)로 40대 중반이다. 꽤 오랫동안 영국 버밍엄(Birmingham)에서 살다가 이곳에 와서 가게를 연 지 2년째다. 그녀는 “영국보다 홍콩이 살기가 좋다. 영국은 물가가 비싸서 살기 어렵다. 이민자가 많아서 치안이 좋지 않다. 이곳에서는 장사할 만하다. 홍콩은 모든 지역이 면세라 쇼핑하기가 좋다. 여행하기도 안전하다.”라고 했다. 아내가 “최근 유명한 아웃렛이 있는 곳이 어디냐?”라고 물었었더니 “칭리(靑衣)’에 있는 ‘마리타임 스퀘어(Maritime Square)”라고 한다. 구글 앱을 검색해 보니 시내에서 버스를 갈아타야 갈 수 있다.
아내는 20년 전 이곳 면세점에서 '구찌(GUCCI)' 가방을 샀다가 반품한 적이 있다. 교사가 한국에서 비싼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닐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귀국해서 신세계 백화점에 들렀다가 똑같은 가방이 진열대에 있어서 그 가격을 물어봤더니 홍콩보다 세 배가 비싼 것을 알고 후회했다. 이제 은퇴했으니 그런 가방 하나 사고 싶다고 한다. 그녀가 알려 준 쇼핑센터로 가려고 6번 버스로 ‘센트럴(Central)’로 갔다. 버스에서 내려서 ‘퍼스픽 플레이스(Pacific Place)’ 정거장까지 10여 분 걸었다. 930번으로 갈아탔다. 30여 분 뒤 ‘콰이청 플라자(Kwai Chung Plaza)에서 내렸다. 함께 내렸던 두 젊은이게 길을 물었더니 자기도 그쪽으로 간다고 따라오라고 한다.
그 둘은 신혼부부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했더니 한국 드라마 많이 본다고 한다. 서울에 가고 싶지만 직장 다니느라 시간이 없다고 한다. 건널목을 건너서 길모퉁이를 돌아서니 큰 강이 나왔다. 강가로 500여 미터 걸어가니 ’마리타임 스퀘어‘ 건물이 보였다. 아내는 아웃렛이 아니고 백화점이라고 잘못 왔다고 한다. 혹시나 하고 들어갔더니 명품점은 없고 음식점과 일반 옷가게만 있다. 점원은 “명품점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칭리역에서 ‘통청 라인 엠티알(Tung Chung Line MTR)’을 타고 ‘시티게이트 아웃렛(Citygate Outlets)’으로 가야 한다.”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었다.
시티게이트는 국제 공항 근처에 있다. 100여 개가 넘는 대형 브랜드 매장이 즐비하다. 고급 의류 브랜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활용품 가게도 있다. 50여 개 고급 레스토랑과 큰 슈퍼마켓이 있다. 종일 사고, 먹고, 노는 곳이다. 쇼핑하고 통청역에서 '옹핑 360' 케이블카를 타고 '란타우(Lantau)섬'으로 갈 수 있다. 디즈니랜드와 가깝다. 아내는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비싸다고 한다. 주말이라 명품점에는 사람이 붐빈다. 대부분 가족과 함께 쇼핑하러 왔다. 아내는 딸에게 선물로 주려고 진열대에 걸려 있는 옷을 휴대 전화로 찍어서 카톡으로 보낸다. 딸은 가격이 비싸다고 시큰둥한 반응이라고 한다. 그녀는 옛날 홍콩이 아니라며 이곳에서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한참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고 몸이 피곤해서 사람이 많이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메뉴판을 보니 시내보다 가격이 비싸다. 식사를 마치고 저녁 무렵에 아웃렛 매장을 나왔다. 홍콩섬으로 오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잠겼다. ‘사람은 왜 비싸게 명품을 사는가? 비싼 것을 가지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일까? 열등감을 그것으로 보상하고 싶은 것일까? 자신이 소중한 사람인 것을 확인하고 싶은가? 부자인 것을 과시하려는 것일까?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사야 한다는 것일까?’ 그 나름대로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댓글 이 가방을 든 나는 너와 다르다는 자존감 내지는 자만심 아닐까요? 근데 그것도 성격 좋은 사람들이나 들고 다니는 듯해서 저는 장기하 노래 가사처럼 '나는 부럽지가 않어' 하하하
자세하게 지명까지 써 주셔서 나중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되겠어요. 고맙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하하. 사모님에게 한번 물어 보시지 그랬어요? 원장님이 여행 갔는데 내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 홍콩 구경 잘 했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기행문이 참 재밌습니다. 언어도 한 몫하는 것 같아요. 영어 잘 하시는 선생님이 부럽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명품을 사는 이유를 위 내용에서 못 찾았네요. 원장님도 안 사 보셔서 모르시는군요. 하하.
네, 나도 명품을 사고 싶지만 비싸서 사지 않았어요. '명품의 심리학' 책이 있다면 한번 읽고 싶네요. 하하. 고맙습니다.
제가 홍콩 간 것 같아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네, 황선생님 홍콩 한번 놀러 가세요. 가실려면 10월부터 2월까지가 여행하기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명품은 모르지만 가서 구경은 하고 싶네요.
네, 고맙습니다.
원장님 글 읽으면서 아직 가 보지 못한 도시 홍콩을 함께 여행합니다.
가 보고 싶은 생각이 확 드는 글입니다.
네, 홍콩 한번 여행하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