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바바라(Santa Barbara)
김영한
10년전 제자 내외 초청으로 함께 여행했던 산타바바라를 금년 2월 11일 미국의 딸과 6살 ,1살의 외손녀, 우리 내외가 LA에서 아침 10시 30분 출발하였다. 딸이 LA에 살고 있어 대화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여행을 하는 차안에서 스스럼 없는 대화를 하면서 여행하니 무척 행복하다.
1시간을 달리니 좌우로 농장이 펼쳐지는데 귤밭 천지다. 미처 수확하지 못한 귤이 나무 밑에 나딩굴고 있다. 한참을 더 달려가니 태평양이 나타난다. 햇볕에 반사되어 영롱한 보석처럼 빛난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12시 30분.
미국의 지중해라 불리는 산타바바라는 산타네즈 산맥을 등지고 태평양 연안에 자리잡고 있다. 18세기말 스페인계 이주자들에 의해 개척된 도시로 남유럽의 분위기를 풍긴다. 붉은 지붕과 눈부시게 하얀 건물, 짙푸른 야자수와 푸른 바다가 여행객들을 불러 들인다.
미국 CBBC가 보도한 '은퇴 후 살기 좋은 미국 10대 도시' 순위에서 산타타바바라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순위로 꼽혔다. 산타바바라는 축복 받은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와이너리, 박물관 등이 한데 어우러저 문화시설과 생활수준과 만족도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좋은 환경에서 평화롭게 노후를 보내기에 가장 좋다는 것이 그 이유다.
제일 먼저 올드 미션 산타바바라(old mission santa Barbara) 를 찾았다. 주차장이 바로 가까이에 있어 차를 주차하고 외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미션을 바라보니 화려하다거나 고풍스럽다기 보다 소소한 아름다움을 풍겨주고 있다. 스페인 풍의 주황색 지붕과 흰 벽면, 아치형 기둥이 푸른 하늘과 너무 잘 어울린다. 입구 앞에는 켈리포니아 미션을 위해 스페인에서 건너와 헌신한 후니 페로세나 선교사 동상이 서있다.
미션(mission )이란 미국 서남부지역에 포교를 목적으로 건립된 오래된 교회를 말하는데 올드 미션 산타바바라는 켈리포니아주에 세운 미션 21곳중 10번째 미션으로 스페인 해군과 함께 들어온 후니 페로세나에 의해 1786년 12월 4일에 설립된 건축물로 1812년과 1925년 두번의 지진으로 파손되었지만 재건축하여 현재의 모습을 띄고 있다.
올드 미션은 로마 스페인 양식의 건물로 미션 중 가장 멋있다고 하여 "미션의 여왕" 이라 불리며 미션의 문서를 잘 간직하고 있는 켈리포니아 미션의 중심지다. 입장권은 성인 5$, 어린이(6~15)1$, 경로 4$, 6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다. 입장권을 내고 들어서니 이쁜 정원이 보이고, 내부로 들어갈수록 길 안내가 잘 되어 있어 이동이 쉬웠다. 선교사들의 무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성당 내부로 들어서니 경건자체다.기도를 하고 나오니 성인이 된 기분이다.
햄버거와 치킨 감자튀김으로 배를 채우고 다운타운 거리를 산책하는데 인형동상이 곳곳에 보이고 쇼핑몰, 극장, 레스토랑, 카페 등이 위치해 있어 쇼핑을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피츠커피 매장에서 커피를 맛있게 마시고 외손녀는 아이스크림으로 더위를 달래며 카운티 법원 청사를 가니 아치형 입구에 이쁜 시계탑이 보인다. 법원 청사 역시 전통적인 캘리포니아 스페니쉬의 건축물이다. 5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여행객들이 사진 찍기에 바쁘다. 산타바바라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색 창연한 전통구조물로 유럽의 한 도시를 이곳에 옮겨다 놓은 듯하다.
법원 정원 곳곳에서 재혼을 한듯한 40중반의 신랑 신부들이 드레스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사랑의 키스를 나누며 행복에 가득찬 모습이다. 넓은 잔디 광장에서 막 합동결혼식을 끝낸 모양이다. 인생의 제2출발을 하는 행복한 모습에 나도 덩달아 행복감에 젖어든다. 인생은 언젠가는 솔로가 되게 마련이지만 아내와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고 싶다.
바닷가 쇼핑들이 늘어선 곳까지 자동차 전용도로가 나무다리로 되어 있고 한쪽으로 인도가 나 있다. 우측으로 보이는 바다에 많은 요트와 유람선들이 여행객을 유혹하고 있다. 요트를 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고 싶은걸 손녀들이 있어 포기하고 식당에 들러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여 바다를 바라보며 맛있게 먹었다.
캘리포니아는 해안가를 따라 "샌 또는 센(san)" "샌타 또는 산타(santa)"라는 스페니쉬 접두어를 가진 도시명들이 많다. "샌(san)"은 성자( 聖者)로 남자 이름이고 "산타(santa)"는 성녀 (聖女)로 여자 이름을 뜻한다. 그러므로 산타바바라는 여성 성인의 뜻을 갖고 있다. 아메리카 켈리포니아주는 본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멕시코땅이었다. 그래서 도시 이름이 그들 식으로 지어진 것들이 많다. 그러기에 켈리포니아 주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성자 성녀와 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산타바바라는 미국 NBC 에서 1984년 7월 30일 부터 1993년 1월 15일에 걸쳐 방송된 연속드라마로 월요일 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3시부터 연속방송되었으며 총 2137부작으로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의 부유한 집안인 캡웰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려냈다.
우리나라에서도 산타바바라 제목으로 조성규 감독이 제작하여 2014년 7월 16일 개봉하였다. 내용은 낭만적인 공간 산타바바라를 꿈꾸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일상적이면서 코믹한 감성으로 그려내고 있다. 99분에 이르는 런닝타임 중 마지막 20여분 정도가 바로 산타바바라를 배경으로 전개되는데 이 부분이 바로 이 영화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하루 일정으로 피곤하지만 여행은 대만족이다. 오늘 여기 이자리가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딸과 사위, 두 외손녀가 축복의 땅에서 행복하게 잘 살아주기를 빌면서 어둠속을 헤치고 LA를 향하여 힘차게 달렸다.
첫댓글 저도 선생님따라 힘차게 달려보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글을 통해서 많은 지식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한 선생님!
따님을 훌륭하게 가르치셔서 남들은 하기 어려운 미국여행 자주 하시는군요.
부럽습니다. 많은 것을 보고 돌아와서 전해주세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들 나면 기차타고 딸 나면 비행기 탄다더니, 실감하네요.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비행기로만 가야하니.... 90일간의 세월이 어찌보면 기네요.
아직 가보지 못한 산타바바라를 선생님의 작품을 통해 잘 살펴봤습니다.
김영한 선새님 산타바바라 풍광을 머리에서 그려봅니다.
여행기 잘 일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