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2015년 알트루사 총회가 열렸습니다. 어린이 청소년 모두 합해 60여 명, 참석했던 모람보다 참석하지 못했던 모람이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쉽게 함께 하지 못한 분들도 한 해의 마무리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총회 내용을 틈틈이 정리해서 게시판에 올려 보자 생각했습니다.
총회 때마다 전해주시는 문은희 선생님의 글부터 올립니다. 저는 참석을 했어도 순서 마다 사이 사이에 이것저것 챙긴다고 돌아다니는 통에 내용을 듣지 못해서, 어제 이 글을 받고 나서야 아 이런 말씀을 하셨구나 싶었습니다. 함께 읽어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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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2일
또 한 해를 기쁘게 보냅니다.
한 해 두 번 다 같이 모이는 오늘 이 모임, 같은 때마다, 언제부터인가, 마지막 말을 제가 해 왔습니다. 그때마다 바로 전날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 무슨 말을 할까 끙끙대며 머리를 짜내곤 했습니다. 학생 때 하던 버릇대로 당일치기한 거지요. 우선 쉬운 건, 우리 서로 감사할 일이 많아 “감사한다!”는 말을 늘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늘 다른 말을 했습니다. 그때마다 어떤 다른 말을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자정을 훌쩍 넘겼습니다. 어떤 분은 제가 쉽게 글을 쓰는 것 같아 보인답니다. 아닙니다. 작년에 쓴 걸 다시 읽어 봤습니다. 아, 근사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자기 표절은 할 수 없지요. 껌을 하나 꺼내 물었습니다. 어떤 이는 담배를 피워야 글이 나온다지요? 나쁜 버릇이니 따라하지 마십시오. 껌 씹는 것도 좋은 버릇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간접흡연하게 하는 니코틴 연기는 뿜어내지 않으니 피해를 주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오래 전 여든 아홉에 세상 뜨신 제 친정아버지가 껌 씹는 걸 보기 싫다고 못 하게 하셨는데, 껌 씹을 때마다 지금도 아버지 생각합니다. 부엌에 가서 결명차 끓여 놓은 것 한잔 가져오려 했는데 나가보니 박선생이 어디 가서 간단히 저녁으로 때운 라면 끓인 냄비와 대접 그리고 젓가락이 그대로 설거지되기를 기다리고 있어서 그걸 했습니다. 아, 결명차를 잊었네요. 내가 마시던 잔이 어디 있나 여기 저기 찾다보니 내가 앉았던 책상위에 있지 뭡니까. 한 시가 되었습니다. 이젠 뭐가 되던 써야겠습니다.
이 한 해 동안 알트루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 배운 걸 쓰려합니다. 우린 죽을 때까지 배우고, 생각을 바꾸고, 자라고, 영글어(성숙해져서) 지금보다 달라진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분들도 다 그러고 싶어 할 거라 믿습니다. 그래서 알트루사에 와서 같이 활동하고 같이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자와 여자가 다르고, 얼마나 오래 이 땅에서 살았는가에 따라(나이에 따라) 다르고, 어떤 부모 품에서 자랐는가, 어떤 학교에 다녔나, 어느 지방에서 태어났나, 어떤 신을 믿는가, 돈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건강 상태가 어떤가, 등등 우리가 서로 다른 이유는 너무나 많습니다. 지난 심리학 교실에서는 얼마나 예쁘게 태어났는가 하는 것을 각기 얼마나 다르게 생각하는가를 이야기 했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모두 각기 다 다른 사람이라는 겁니다. 옆에 있는 사람, 앞뒤에 있는 사람을 보세요.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지요. 그런데 그 다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다른 것이 모두 다 다르게 살아나고, 힘이 되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서로 도움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겁니다. 자기가 다른 것, 그리고 이웃이 다른 것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면 되지 않겠습니까? 자기 같아야 한다는 고집은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합니다. 키는 왜 꼭 커야 좋습니까? 피부 색깔은 왜 하얘야 합니까? 요즘 경은군은 미군들 틈에서 군복무하면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면 흑인으로 태어나면 좋겠다고 한답니다. 누구나 첼로만 하면 오케스트라가 되겠습니까? 다 다른 악기를 하니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다 음악을 하면 또 듣는 사람이 없지요. 저 같이 못 하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재미있는 학교도, 심리학 교실도, 성경 공부도, 뜨개 모임도, 집단 상담도, 개인 상담도 다 같은 소리만 내는 사람들만 있다면 재미가 있겠습니까? 하나님이 사람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 닮은 사람들을 만드셨습니다. 어떤 특정한 사람만 하나님을 닮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더러 “너희가 서로 사랑하라” 하셨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세상이 살기 좋은 곳, 착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어머니 연구가 한 발자국 더 내디뎠습니다. 아직도 끝낸 것이 아니라 중간 보고서 2탄이 나왔습니다. 서로 다른 어머니와 딸이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를 품고, 서로를 살리는 한 발자국일 뿐입니다. 달에 처음 간 암스트롱이라는 우주인이 한 말 Giant Step입니다. 돌림병 메르스 때문에 짧아진 한 해여서 보고서 쓰는 걸 서둘렀지만, 다음 해에도 계속할 것입니다.
다름을 창피해 하지 말고 자기 소리를 내는 재미있는 학교 어린이들과 엄마 문지기들 다음 해도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삽시다. 이 인미 모람과 또 특별히 함께 즐기신 편 영수 모람의 성경 공부도 분명히 언제나 다른 시간을 즐길 것을 압니다. 집단 상담, 개인 상담은 늘 새로운 마음으로 다름을 확인할 겁니다. 심각한 심리학 교실에서 바뀜을 경험하면서 바뀜의 속도에 의심도 품지만 모두 다른 특징과 다른 내용의 삶을 가졌기에 방향과 속도도 자기 나름입니다. 이사회가 살림을 잘 하고 있는데 요즘 이사하고 싶은 바람이 들어있어 내년이 고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유 선희 간사가 동연이 동화와 제일 바쁘지만 그 못지않게 모람들이 자원 활동가 노릇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특징과 재능과 열의로 각기 다른 역할을 해냅니다. 그 다름이 조화를 이르고 협력의 묘를 살립니다. 그 중의 한 결과가 오늘 행사입니다. 회의를 하고 분담을 하고 함께 하는 모든 과정에 모람들이 발을 들여 놓고 해냈습니다. 모두 힘을 들였지만 무거운 짐이라 여기지 않고 달갑게 해냈습니다.
홍순영 선배님은 늘 우리를 곱게 여겨 후원해주십니다. 오래 병원에 입원해 계셨다는데 모르고 있어 찾아뵙지도 못한 현재 정 희경 선생님과 심 치선 선생님의 저희를 향한 사람의 마음이 든든한 힘이 됩니다.
오는 해 서로 다르면서 모두 같이 사는 맛을 즐기며 복 되시기 바랍니다.
문 은희
추 : 또 고칠지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쓰고 나니 두 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첫댓글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것. 서로 다르면서 모두 같이 사는 맛을 즐길 수 있는 것.
자주 들었던 것 같은데 오늘 다시금 새롭게 와 닿습니다.
자기 같아야 한다는 고집이 남을 아프게 한다는것..알았었는데도 습관처럼 어느새 까먹고 하니..
(저 같은 경우에는 그 고집으로 스스로 끙끙대니까요.)
그래서 부지런히 되새김질 하며 알트루사에서 머물러야 하나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