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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소백산 (철쭉은 이미 지고 없어도 좋았더라!....) 언제 : 2020.06.11. 어디로 : 소백산(죽령 - 비로봉 - 달밭골)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목요의 전임 회장님인 무아님의 "소백이 열어준 꽃길" 이라는 제하의 희부 단독 종주 (희방사 - 부석사) 38.4 km 산행기가 올라온 일이 있었다. 기가 막힌 나는 차마 축하 한다는 댓글 한줄 달지도 못하고 "원체 노는 물이 틀리니 이건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여!..." 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으니 목요의 현임 회장님 고물박사님이었다. 전임회장이 툭툭 가볍게 숙제를 던지면 신임회장은 따박따박 받아 먹고 있으니 장군하니 멍군하고 받아 채는 모양새라 지리산 종주 이후 두 번째다. 그러니 두 사람 덕분에 우리 쫄데기들은 언저리에서 사부작 사부작 이삭 줍기를 즐길수 있으니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리를 덮는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었더라!...이번 소백산은 나에게도 아련하고 소중한 추억이 서린 산이다. 딸네미가 중1땐가 2땐가 니가 앞으로 험한 세상을 살어갈려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이 있을테니 체력과 극기심을 길러야 한다며 어르고 달래어 세 식구가 소백산에 오른적이 있었다. 그것도 8월의 뜨거운 여름방학때 말이다. 내가 첨으로 소백산에 오른 첫 번째 사건(?)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산행은 할 일 없는 노인네들이 어슬렁 거리며 동네 뒷산이나 오르는 일인줄 알었지 소백산처럼 큰 산이 있는줄도 몰랐던 때니 고어텍스니 어쩌고 하는 기능성 등산복은 커녕 등산화도 없어 테니스 운동화 신고 낡은 청바지 입고 소백산에 갔던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이었다. 내가 그 지경이라 아무것도 모르는 딸에게 보약을 멕인다는 것이 쥐약을 멕인 꼴이 되 버렸으니 어린 것이 말은 못하고 산이라면 이가 갈리고 치가 떨렸을 것이리다. 그후 딸에게 산 얘기를 하면 애비하고 상종도 않하고 고개를 돌려 버리니 미련맞은 애비의 인과응보는 그게 다 마누라 탓이었더라!....ㅋㅋㅋ 멋도 모르고 아내를 따러온 딸네미와 나는 죽을등 살등 이를 갈며 비로봉에 올라오니 안그래도 약올라 죽겄는데 아내는 국망봉까지 댕겨 오자니 "이 여자가 사람잡을 일 있나!...빽하고 고함을 질러댔으니 딸네미 보기에 창피했더라!...당신이나 댕겨 오라며 국망봉 삼거리에 퍼질러 앉아 귤 몇 개 까먹는 사이 아내는 휭~ 하고 국망봉에 다녀 오는거 아닌가?...참! 독한 여자여!... 그즈음 마누라는 어떻게 산 맛을 알었는지 산악회라는 데를 슬금슬금 따라 댕기더니 인터넷에 산행기 쓴답시고 꼬물 컴퓨터 앞에 쭈구려 앉아서는 밥이 타는지 찌게가 끓어 넘치는지도 모르고 지엄하신 가장을 소 닭보듯 하더니만 급기야 인터넷 댓글 악플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때는 인터넷 실명제니 ID니 하는 개념이 없던때라 특정인이 닉을 바꿔가며 아내의 글에 악플을 달아대고 있으니 가련하고 측은한 아내를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산행기라는 것은 산행하면서 보고 느낀 주관적인 감정을 글로 쓰는 것일진데 그까짓거 무시하면 되지 왜 저렇게 집착하나 싶어... 좋다! 그렇다면 나도 어디 산행기라는 것을 한번 써보마!..했던 것이 2003.7.18 정저지와 (井底之蛙)라는 제목의 운악산 산행기였고 그후 나도 산 맛에 물들어 지금까지 쓴 산행기기 이백여 편에 이르니 이것도 다 마누라 탓이었더라!...ㅋㅋㅋ (다시 또 그곳에!!...2011. 12.17. 소백산 비로봉)
03:15 죽령 고갯길 → 03:55 박사님 죽령 출발 → 04:54 B조 죽령 출발 → 05:57 바람고개 전망대 → 06:22 등산모자 회수 → 06:35 바람고개 출발 → 07:12 제2연화봉 → 07:59 천문대 → 08:12 연화봉 → 09:12 제1연화봉 → 09:25 제1연화봉 출입금지 푯말 알바 → 10:08 휴식(간식) → 11:05 천동삼거리 → 11:25 비로봉 → 11:38 삼가리(비로사) 하산 → 13:17 달밭골 산행종료후 죽령으로 차량 회수(9시간 14분 산행종료) → 15:11 좌석리에서 박사님 픽업 → 15:25 늦은 점심 → 16:15 부석사 → 17:16 부석사 관광 종료 → 17:30 안성으로 출발
송탄에서 24:00에 출발한 큰바위님이 세교동에서 불사초님을 태우고 벽산에서 볼매님을 태두고 송정에서 우리 부부를 태우고 남안성에서 박사님의 차로 갈아타고 멀다고만 생각했던 죽령에 이르니 02:30여분...무릎팍이 시큼거려 관절을 풀어 줄려고 차에서 내리니 눅눅한 습기와 함께 가늘은 비가 내리는데 기상청 예보는 06:00까지 비가 내린다고 했지만 아직은 몇시간 후의 일이라 믿을 수 없다. 한때는 기상청이 구라청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으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제 2안으로 초암사 - 비로사 구간의 소백산 자락길 1코스로 행보를 바꿀수 있으며 그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는 제 3안으로 소수서원 - 부석사 투어링 코스도 염두에 놓고 있었던 터다.
죽부종주(죽령 - 부석사)는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못내는 42km의 대장정이다. 큰바위님은 따뜻한 순두부 국에 밥말어 먹고 기운을 내라고 응원을 하지만 그건 보통 사람들이나 하는 얘기고 산꾼은 그저 찬밥 한덩어리에 무짠지 한쪽이면 족하다며 거들떠 보지도 않는구나!...이를 워쩔거여?...
완주의 희열을 미리 예행 연습하는 고물박사님표 이미지 트레이닝!...지난번 지리산 종주때도 이랬다. 어쨋거나 나는 안전과 무탈을 기원하며 증표를 남기고 그를 배웅한다.
고물 박사님이 출발한지 1시간이 지난후 희뿜하게 어둠이 걷히자 이제 쫄떼기들의 순서가 되었다. 아직은 가는 비가 천천히 내리지만 비는 더 이상 내리지 않을 모양이고 그대신 짙은 안개가 스멀스멀 내려 앉았으니 오리무중이다.
지난 10년간 애지중지하며 사용했던 캐논 똑딱이 s95가 내부적인 메카니즘은 괜찮은데 액정 디스플레이 불량으로 퇴역시키고 며칠전 캐논 Power Shot G7X Mark Ⅱ를 구입해서 첫날 사용해 본다. 동영상까지 산행기에는 필요치 않지만 요즘은 브이로그니 유투브니 하는 SNS 영상 위주의 트렌드라 어쩌면 손자놈 커가는 모습을 담아볼려고 업그레이드 해본 것이다.
1시간여 만에 바람고개 전망대에 이르니 추억의 한 장면이 떠올라 잠시 올라가 잠시 좋았던 날을 되돌아 본다. 해가 갈수록 부실한 체력이 여실히 드러나니 천동리에서 희방사까지 13km라고는 하지만 눈밭길에 어프로치 구간까지 합하면 족히 15km는 될터이니 내 체력으로 6시간 만에 내려오기는 불감당이라 잔머리를 굴려 날머리 희방사 어디쯤에서 혼자서라도 컵라면이나 끓여 먹고 오자며 배낭을 꾸린다. 아쉽지만 애시당초 B조를 위한 배려는 없었다. 이를테면 올 오어 낫씽!..."죽기 아니면 살기"의 치킨 게임이니 스스로 살길을 찾아 희방사 빽코스를 선택한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남녀 7명만 남았으니.... 꼴찌대장 : 성님은 어떻게 하실려우?... 빵과버터 : 어떻게 하기는?....소백산 눈밭에서 얼어 죽을일 있냐?....희방사에서 빽코스를 타아지!.. 꼴찌대장 : 나도 오늘 빽코스를 탈라요!.... 빵과버터 : ???.... 꼴찌대장 : 근 두어달 동안 산행다운 산행도 못했고....요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자서 몸이 엉망이라서... 잠시후 서정리 박노인이 은근살짝 내 옆자리에 앉으면서 내 속을 떠본다. 박노인 : 성님은 어디로 가실라요?... 빵과버터 : 당근 빽코스지!.... 박노인 : 옴마?...그럼 나도 같이 갑시다요!... 빵과버터 : 암만!... 이렇게 김장수님 내외분, 발톱이 아파서 어쩌구 하는 산따라님 과 한 남자, 꼴찌 대장, 박노인과 나 7명이 남았는데 천동리에서 희방사로 가는 버스에서 꼴찌 대장이 하는 말이... 꼴찌대장 : 성님?...희방사로 가다보면 어짜피 죽령을 넘어 가는데 맥칼없이 희방사에서 연화봉이나 어디쯤에서 빽코스 하느니 차라리 죽령에서 연화봉 찍고 희방사로 내려가면 어떻겠수?.... 빵과버터 : 죽령이라고라?....하모 좋지라!... 이거야 말로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 아니던가?....죽령길은 대간 종주하는 사람들이 필히 거쳐가는 길이지만 소백산 단산만을 하는 경우는 들머리로 정하는 일이 별로 없어 나역시 죽령 코스는 못갔으니 희방사 빽코스 보다는 백배 천배 좋았고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컨디션이 좋네, 나쁘네, 어쩌구 해도 꼴찌 대장님의 탁월한 선택에 죽령길에 올라 그동안 궁금해 했던 천문대를 둘러 보았으니 지극한 감사를 드릴 밖에....
오늘따라 서정리 박노인이 자꾸 카메라를 외면한다...아니 이 양반이 카메라를 거부하는게 아니고 나를 거부하는거 아녀?....하는 불길한 생각도 들고?....ㅋㅋ (2015. 12..05. 박노인과 함께 바람소리 전망대에서 )
바람소리 전망대에 올라가 영주쪽을 내려다보니 전망은커녕 하얀 어둠만 입을 크게 벌리고 있네!....오리무중 비탈길을 1시간이나 걸었으니 얼굴에서 진한 땀이 흘러내리는건 당연한 일 아니던가?.. 모자는 벗어 배낭 끈에 걸고 손수건으로 머리를 질끈 동여매고 한참을 올라가다가 잠시 아래를 보니 모자가 없다!...우짤고?...거기서 빠뜨렸구나!...올라온 거리를 생각하면 그냥 버리고 갔으면 싶었지만 잃어 버린 장소를 확실히 알고 있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내려가서 도로 줏어 와야지 않그러면 후회될거 같아... 빵과버터 : 여보야?...아까 거기 전망대에서 모자를 잃어 버리고 왔나벼...내려가서 줏어오께!... 볼매님 : 앗따!...언제 거기까지 내려 갔다가 올라 온대요?...그냥 버리고 가셔!.... 빵과버터 : (속으로 : 안되여!...그러면 두고두고 마누라한테 쫑코 먹게될걸....ㅋㅋㅋ)
평소 산악회 산행은 시간과의 싸움이지만 오늘 산행은 지구력과의 싸움인거라!...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내가 영판 그꼴이 되고 말었으니 전망대에서 반바지에 반팔로 복장을 갈아 입었더니 결국 비로사로 하산 하던중 겔겔거리면서 올라오던 어떤 경상도 수다쟁이 여편네를 만났는데 나의 패션이 기가 막히게 멋쟁이라면서 호들갑을 떨더라니깐!...ㅋㅋ
그렇게 금쪽같은 38뷴을 날려 버리고 서둘러 깔끄막 세멘도로를 허겁지겁 올라간다. 흐미!..어느 세월에나 아내를 만나게 될꼬?..
연화봉 대피소나 산상 전망대에 올라가봤자 보이는게 당연히 없을테니 제 2연화봉으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어디쯤 오냐고 전화가 온다. 자기들은 제 2연화봉에서 내려 간다고...
여기서부터는 수월한 잔자갈 평지길이니 뛰다시피 걷는다.
산길을 빙돌아 천문대에 이른다.
소백산 천문대와 걸맞게 전망대 마다 행성에 대한 설명문이 있지만 어느 세월에 자세히 읽어 보겠는가?,..
그렇게 연화봉에 이른다.
뭔소리인지 모르겠자만 차분히 읽어볼 시간도 없고 애써 만든 사람들의 정성을 생각하여 백과사전에서 베껴왔다. 태양의 질량은 태양계 전체질량의 99%를 차지한다. 태양은 막대한 양의 에너지 원천으로서 그 에너지의 일부는 빛과 열의 형태로 지구에 도달하여 지구상에 사는 생물들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태양은 은하계의 평범한 별 중의 하나이다. 태양은 우리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약 3만 광년 거리에서 많은 항성과 더불어 은하계의 중심 주위를 돌고 있으며, 그 주기는 약 2억 년이다. 태양은 초신성의 폭발로 생긴 가스가 다시 모여서 형성된 별로 추측되므로 태양의 구성물질은 과거에 폭발한 초신성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일 것이다.
소백산 진수인 숲길이다. 이름하여 캉스로드!... 왕이 된 기분으로 걷는다.... ㅋㅋ
데크 계단이 설치된 후의 옛길은 이렿게 복원되고 있더라!...
똑같은 곳의 사진이 중복 게재된 이유는?...다음부터 그러지 말자는 다짐이다!...ㅋㅋㅋ
연리목의 조언!...사랑을 할려면 이렇게들 혀봐!...ㅋㅋㅋ
뭐때매 이사진이 찍혔는지 모르겠어라!...
큰바위님은 바위만 나타나면 좋아라 하며 올라가고...
앗싸!...
여기서 잠시 숨을 돌리고 간식을 먹는다.
이제 조금씩 운무가 걷히고 파란 하늘이 언뜻언뜻 보아나 좋은 예감이 든다.
동영상 모드로 찍으면 구름이 날라가는 모습이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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