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리그의 꽃… 해마다 관심 집중올스타전의 시초는 메이저 리그다. 1933년 7월7일 시카고 코미스키 파크에서 첫 올스타전이 열렸다. 당시 시 창립 100주년을 맞은 시카고는 ‘과학발전 엑스포’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대공황의 여파로 시카고의 재정은 바닥나 있었다.
에드 켈리 시카고 시장은 흥행과 함께 시에 활력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스포츠 이벤트를 원했고, 시카고 트리뷴지의 편집장 아치 워드가 내셔널 리그와 아메리칸 리그의 대표선수끼리 맞붙는 꿈의 대결을 제안해 성사됐다.
야구에서 시작된 올스타전은 이제 농구, 축구 등의 종목으로도 퍼져 올스타전을 치르지 않는 종목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
때부터 시작된 프로리그 올스타전은 올해로 벌써 5번째에 접어든다. 프로리그 원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올스타전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올스타전이 인기있는 이유
올스타전이 인기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팬들이 원하는 선수들이 출전해 맞대결을 펼치기 때문이다.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 등 ‘4대 천왕’들이 리그에서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프로게이머들이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 된 지금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 간의 매치업을 보는 것도 쉽지 않다. 이들의 대결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의 소망은 올스타전에서 이뤄진다.
올스타전의 또 하나의 묘미는 선수들 간의 채팅이다. 과거에는 공식전에서도 친한 선수들끼리는 자주 채팅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한글 채팅이 지원되기 시작한 뒤부터 심리전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팅을 금지했다.
올스타전은 이벤트전이기 때문에 이러한 규정에 구애받지 않고 선수들이 채팅을 한다. 지난 2006시즌 올스타전에서는 팀플레이에서 일찌감치 아웃당할 위기에 처한 서지훈과 강 민이 다정한(?) 채팅을 나눠 경기보다 더욱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최초의 올스타전
프로리그에서 가장 처음 올스타전이 치러진 것은 2003년 8월16일 올스타전이다. 정규시즌이 모두 종료된 뒤 결승전까지는 시간의 여유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을 활용해 올스타전을 열었다.
당시 올스타전에는 상금도 없었고, 선수들이 모두 자신의 종족이 아닌 랜덤을 선택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팬들이 평소 보기 힘들었던 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취지가 강했던 것. 선수 선발도 먼저 임의로 임요환, 홍진호 등 6명의 올스타 선수를 정한 뒤 감독 추천 선수와 주최사 추천 선수라는 명목으로 선수들을 추가, 각 팀의 선수들을 고르게 올스타전에 출전시켰다.
모든 선수들이 랜덤으로 출전했기 때문에 다양한 양상을 볼 수 있는 올스타전이었다. 자신의 종족으로 플레이한 선수는 서지훈, 송병석, 장진남, 이윤열, 강도경 등 총 5명의 선수였고 이 중 이윤열과 강도경은 마지막 개인전에서 맞붙었다. 강도경이 엄청난 수의 뮤탈리스크 떼로 경기를 압도하는 가운데 이윤열은 핵을 준비했다. 핵이 떨어지기 전에 강도경은 경기를 끝낼 수 있었지만 이벤트전임을 감안해 이윤열이 쏜 핵을 웃으면서 맞아준 뒤 GG를 받아냈다.
커지는 규모
< KTF EVER 프로리그 >가 마치 <온게임넷 개국 특집 특별전>처럼 가벼운 올스타전이었다면 <네오위즈 피망 프로리그> 올스타전부터는 조금씩 틀을 갖추고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우선 선수들의 선발 방식부터 달라졌다. 온라인 상에서 팬들의 투표로 올스타전에 출전할 선수를 정해 그야말로 올스타전다운 라인업을 갖췄다. 그리고 팀 간의 멤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추천 선수 제도를 만들어 모든 프로게임단 선수들이 최소 한 명씩은 출전하도록 했다.
올스타 투표로 뽑힌 선수들은 개인전, 추천 선수는 팀플레이에 기용하도록 했으며 개인전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종족을 바꿀 수 없도록 정했다.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것은 올스타 간의 개인전이기 때문이다.
또 <네오위즈 피망 프로리그> 올스타전부터는 상금이 생겼다. 총 500만원의 상금을 두고 대결, 승리한 팀이 상금을 모두 가져갔다.
< KTF EVER 프로리그 > 올스타전이 메가웹 스튜디오에서 조촐하게 치러진 것에 비해 <네오위즈 피망 올스타전>은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 WWI 2004 > 행사와 함께 화려하게 치러졌다. 이날 올스타전에는 약 5000명의 팬들이 왔다 간 것으로 집계됐다. <네오위즈 피망 프로리그>부터 올스타전의 규모가 급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무리한 일정으로 생략되기도
메이저리그의 올스타전은 2차 대전이 열렸던 1945년에 딱 한 번 열리지 않았다. 프로리그에서도 단 한 번 열리지 않은 해가 있다. 바로 1, 2, 3라운드와 그랜드 파이널까지 진행했던 <스카이 프로리그 2004>다.
2004년 4월 1라운드를 개막한 <스카이 프로리그 2004>는 2라운드가 종료되고 난 뒤 10월에 올스타전을 열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1라운드가 종료된 뒤 < WCG 2004 > 대표선발전, < WEG > 등 스케줄이 많아 2라운드의 개막이 2주 늦춰져 10월 올스타전 개최는 어렵게 됐다. 이에 온게임넷은 올스타전을 2라운드가 시작되기 전인 8월 개최하려고 했으나 여러 팀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됐다.
올스타전 취소는 많은 아쉬움을 낳았다. 우선 프로리그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올스타전 자체가 무산됐다는 것이 가장 큰 아쉬움이다. 또 2004시즌 올스타전은 프로리그 최초로 팀배틀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프로리그의 고유 방식인 개인전과 팀플레이 대결을 버리고 5대5 팀배틀로 진행하려 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지만 결국 무산되며 프로리그에서 팀배틀 방식은 볼 수 없게 됐다.
통합리그 출범과 함께 더욱 커진 올스타전
2005년은 프로리그에 있어 중요한 한 해다. 한국 e스포츠 협회는 온게임넷의 프로리그와 MBC게임의 팀리그를 통합, 12개 팀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리그를 출범시켰다. 통합리그의 출범과 함께 올스타전의 규모는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온게임넷과 MBC게임 양 방송사에서 동시 중계됐으며, 5전제로 치러지던 올스타전이 7전제로 바뀌었고, 참여하는 선수의 숫자도 14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났다. 정규리그와 동일하게 현장에서 엔트리를 발표하는 방식을 선택했으며, 선수가 원할 경우 랜덤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스카이 프로리그 2005> 올스타전에는 총 2000만원의 상금이 걸렸으며, 우승팀은 이 중 절반인 1000만원을 e피스 네트워크 기금으로 기부했다. 또 승리팀의 감독에게는 감독상을, 가장 돋보인 선수에게는 MVP를 수여하고 부상으로 휴대폰을 지급하기도 했다.
첫 MVP의 영광은 e네이처(현 이스트로)의 김동진이 차지했다. 김동진은 CJ 마재윤을 상대로 특유의 거침없이 몰아붙이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역전승을 이뤄냈다. 당시 e네이처는 전기리그에서 최하위를 차지하며 후기리그 출전이 좌절된 상태였기 때문에 김동진의 수상은 더욱 뜻깊었다.
재미를 위한 고민
올스타전은 정규리그가 아닌 이벤트전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치러지는 리그가 아닌 단 시간 내에 끝나는 이벤트전은 무엇보다도 재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리그를 진행하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팬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는 매치업이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2005시즌 올스타전은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했다. 두 팀 감독이 서로의 엔트리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팀 엔트리를 짰기 때문에 팬들이 원하는 매치업이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6시즌 올스타전은 규정이 조금씩 바뀌었다. 임의대로 양 팀의 선수를 정하던 방식에서 올스타 팀을 이끌 감독이 직접 선수들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 주 훈 감독은 임요환을 비롯해 서지훈, 이윤열 등 테란들을 주로 지목했고, 박성준마저 테란으로 출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올스타전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반대로 하태기 감독은 홍진호, 박정석 등 저그와 프로토스로만 팀을 꾸렸다.
또 올스타전 중간에 감독 특별전도 치러졌다. 올스타전에 출전할 선수들과 함께 감독 특별전에 출전할 감독도 팬 투표로 선발해 무한맵에서 팀밀리 경기를 펼치도록 했다. 감독 특별전은 올스타 대결 못지 않은 호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올스타전 역시 오는 9월8일 서울 어린이 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전기리그 우승팀인 삼성전자의 김가을 감독과 준우승팀인 르까프의 조정웅 감독이 올스타전의 감독을 맡는다.
협회 제훈호 이사는 “올스타전은 매년 프로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할 수 있는 최고의 행사다. 이번 <신한은행 프로리그 2007> 올스타전을 통해 예년과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