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를 쓰지 않고 맹물로 머리감는 걸 "노푸"라고 요즘 그럽니다.
기름을 물과 섞이게 하는 계면활성제의 발달로 깨끗해지기는 했으나
동시에 분비되는 기름 속에 있던 보호물질도 다 씻겨나가고, 기름이 바로바로 모조리 씻겨나길 거니까 피부는 기를 쓰고 기름을 더 분비합니다.
또 석유로부터 만들어진 계면활성제 자체가 피부에 미량 스며들기도 하죠.
천연재료 샴푸라고 팔길래 써봤더니 해초 풀가사리의 점액을 쓴 호료가 잘 씻어지지 않아 도리어 계면활성제를 피부에 붙잡아두는 느낌이길래
전에 여름에 며칠 하다가 포기했던 노푸에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샴푸를 안 쓰고 머리를 감으려면 머릿거죽이 기름을 잃는 것에 대해 안심할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그 완충(전이?) 단계로 약한 세정제를 골랐습니다.
뭔고 하니 밀가루 ;;;
대기업이 끼어들면서 수급의 균형이 무너진 우리밀이 팔리지 않아 고전한다기에
귀한 곡식으로 세제를 쓰긴 아깝지만 글리포세이트와 살충제로 버무린 수입밀가루는 차마 못 대겠어서......;;
실험 결과, 밀가루 한 줌으로 머리감고 세수까지 됩니다. 곡분의 입자로 약간의 스크럽까지.....
곡식의 전분 입자는 기름을 흡착하는 기능이 탁월합니다. 쌀뜨물 설거지나 같은 원리죠.
(옛적 신분사회에서는 얼굴로 먹고 사는 기생이나 부잣집 여성이 녹두가루로 세수했답니다.)
다만 밀가루가 샴푸만큼 기름을 박박 긁어가지 않기 때문에 매일 머리감아야 하는군요.
그치만 참고 길을 들이면 최종 맹물로 샴푸하는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고약한 변화는, 비누 샴푸 냄새를 안 맡으니 가뜩이나 예민한 코가 더 예민해져서
사무실과 화장실의 방향제 냄새에 미치고 팔딱 뛰겠다는 겁니다. ㅜㅜ;;;;;
이런 저런 믿거나말거나의 잡설에 의하면 암종을 적출하다보면 거기서 샴푸냄새가 난다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계면활성제가 나쁜 건지 독하게 퍼넣은 합성방향제가 나쁜 건지 또 따져봐야겠죠?
첫댓글 이건 저도 해야 할 사항이네요
아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