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이름 꺼내면/ 조경선
잊고 지낸 작은 새 이른 봄을 쪼아댄다
먹이 주는 새한테 매달리는 봄의 행방
그림자 기다리는데 기별은 녹지 않는다
내 몸 안에 찬 구름 쉬었다 떠나갈 때
멀리 있는 새 꺼내면 떠나간 사람 날아와
서로를 위로하면서 아득한 곳에 닿는다
새들이 안 보여도 먹이는 없어지고
한 움큼의 웃음은 날개만큼 가벼워져
어느새 겨울을 떠나 새의 이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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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소박한 다짐/ 조경선
백 년 된 국밥집
벽에 걸린 문구 하나
구십구 세 이상만
흡연이 가능함
나는 꼭
이 집에 와서
담배를 피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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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이런 고요/ 조경선
외딴집에 홀로 앉아
아궁이에 불을 넣는다
낯익은 발자국보다 먼 소리가 먼저 들려
일몰은 남아 있는데
고요만 타들어 간다
어제 떠난 발자국
퉁퉁 불어 커질 때
저녁을 훔쳐보는 유일한 산 고양이
눈빛은 노을을 따라
조금씩 움직인다
쓸쓸한 곳 들춰 보면
불씨들 살아날까
녹이는 곱은 손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눈사람처럼
어때요 이런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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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조경선
한 번쯤 사람으로
살았으면
됐지 뭐
한 번쯤 눈에 띄는 곳
서봤으면
됐지 뭐
한 번쯤 자리 지키다가
녹았으면
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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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교감
조경선 시집/ 어때요 이런 고요/ 여우난골/ 2024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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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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