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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은 결혼 41주년 되는 날입니다.
기념일에는 무관심한 남편이 전 날
"내일이 우리 결혼 41주년이지,아이들과 함께 분위기 좋은데 가서 식사라도 하자."
'어머머! 웬일이야!'
나는 속으로 비아냥 거리면서도 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분위기 좋은 곳이어야 할텐데,어디가 좋을까?'로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잠을 설치기까지 했습니다.
결혼 기념일 챙긴 건 1주년 때 딱 한 번 일회성으로 끝냈고 40년이 흘렀습니다.
40주년이던 지난 해, 남편이 마음 먹고 이벤트를 준비했던 모양입니다.
"쿠르즈여행 알아 봤는데,비용이 좀 들지만 다들 좋다고 하네."
어지럼증으로 가끔씩 꼼짝 못하고 절대안정 해야 하는 나로서는 언감생심 꿈도 못꿀 쿠르즈여행입니다.
어지럼증의 고통을 알지 못하는 남편의 제의에 고맙지만,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했습니다.
40년만의 호의에도 응하지 못한 나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겠지만,아무튼 그렇게 의미없이 지나갔습니다.
출근하는 작은 아들에게 오늘 저녁식사 함께 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오늘 무슨 날이예요? 저는 선약이 있는데요."
얼마나 크고 중요한 약속인진 모르겠지만 약간 섭섭했습니다.
만약 딸이라면 이렇게 하진 않았을 거라는 내마음대로의 상상을 하며 가족들과의 단란한 식사는 포기했습니다.
"두 분이서 오붓하게 맛있는 것 드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출근해 버리는 아들을 보고 있던 남편도 섭섭한지,
"당신 친구 정여사에게 식사 함께 하자고 전화 해봐."
친구는 점심선약이 있다며 저녁을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저녁 6시에 지하철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남편이 아들과 먹었던 일식당 '미타니야'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습니다.
점심과 저녁을 외식으로 하면 과식이 될텐데...점심은 집에서 간단하게 먹자는 내 제의에 남편은
"가서 먹어 봐, 양도 많지 않고 맛있어."
더 이상 호의를 거절하기도 뭣해서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따라 나섰습니다.
12시,일식당 입구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있었습니다.
남편은 문을 열고 들어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여긴 예외인가 봅니다.
식당 내부가 그리 좁지 않은데도 빈자리가 없고 대기자 명단도 줄이 길었습니다.
문이 열리고 직원이 이름을 부르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만,우리 차례는 40분을 더 기다린 후에야 호명이 되었습니다.
안심튀김덮밥과 안심튀김정식을 주문했습니다.
가격이 좀 세다는 생각을 불식시킬만큼 고기는 연하고 부드럽고 맛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가 봅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소화를 돕기 위해 양재천 산책을 했습니다.
저녁 6시, 지하철역에서 친구를 만나 청계산 입구에 위치한 유명하다는 곤드레밥집으로 향했습니다.
친구 남편은 바로 오신다고 했는데,노신사 한 분을 모시고 왔습니다.
친구 말대로 그 밥집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으로 붐볐습니다.
곤드레밥,두부,된장찌개,김치...모두가 간이 맞고 맛있었습니다.
식사 후엔 밖으로 나와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벤취에 앉아서 담소를 나눴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면서 들린 수퍼내 비싸기로 유명한 Dalloyau 빵가게 앞에서 친구가 빵 두 봉지를 사더니,하나를 내게 내밀었습니다.슈크림에다 생크림으로 속을 채우고 겉엔 소보로를 얹은 아주 맛있는 빵입니다.
얼결에 받긴 했는데...
식사하러 함께 가면서 그 친구가 오늘의 의미에 대해서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오늘은 우리 둘째 아들과 딸의 결혼기념일이야."
"어머! 우리도 오늘이 결혼기념일인데..."
너무 신기해서 무의식적으로 한 댓구에 친구가 그 말을 염두에 둔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 번 결혼기념일은 소박하면서도 인정이 오가는 아주 의미있는 날로 기억 될 것입니다.
첫댓글 41주년 결혼기념일 잘 보내셨네요. 모두들 바쁘게 지내는 터라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챙기는 자녀들이 많지 않을겁니다. 그래도 챙겨주는 남편이 고맙지요.....
아들들이 부모 결혼기념일 챙겨주는 효자도 있겠지만,우린 바라지도 않았고
우리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는 것도 선약이 있다며 거절 당했어요.
결혼기념일 챙기며 사는 요즘 부부들 참 부러웠는데 옥덕님은 남편 타박 안해도 되겠어요.^^
속깊고 은근한 정이 남다른것 같으니 행복합니다.
부모님 결혼 기념일 챵겨주는 자녀가 얼마나 될까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이니 구태여 시간 뺏기보다 두분이 오봇이 더 좋을것 같아요.ㅎㅎ
기념일 챙기는 것 우리 둘다 무관심으로 일관하며 살았는데 나이가 많아지니 철이 드나 봅니다.
처음부터 포기하고 사니 섭섭하지도 않았고,타박도 안했지요.
결혼기념일합니다. *
언니,고맙습니다.
멋진 케잌과 음료,잘 먹겠습니다.
옥덕아우님 결혼기념일 춧하합니다.
5월에 태어나서 5월에 결혼하고
5월에 첫손주 얻은 옥덕씨 계절의 여왕 5월이
축하달입니다.즐겁게 잘보낸소식 반갑습니다.
생일카드도 보냈읍니다.주말쯤 받을거예요.
언니,고맙습니다.
카드,고맙습니다.
언니 말씀처럼 제가 5월과는 인연이 깊네요.
결혼기념일합니다.
장미가 피는 좋은 계절에 결혼을 했군요.
언니 고맙습니다.
장미 색상이 참 우아합니다.
장미 고급향이 느껴집니다.
결혼기념일합니다
저도 며칠있으면 결혼기념일인데...아예...아이들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습니다...
5월의 신부였군요.해요.
결혼기념,미리
아우은 5월의 여왕이네 결혼 기념일 축복이 있기를 ;;;
언니,고맙습니다.
모란은 부귀영화를 의미한다지요.
부귀영화와는 거리가 멀지만,평범하게 살았어요.
앞으로는 건강하게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언니,고맙습니다.
태어나고,결혼하고,여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었는데도 생각하면 한 순간인 것 같습니다.
덧없는 우리네 인생살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