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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의 여왕] 16
#1. 지애 집앞 일각 (N)
태준 : (이 순간만큼은 진지) 아줌마. 내 말 듣고 가요.
지애 : (? 돌아보면)
태준 : (약간 긴장) 나 아줌마 데리고 장난 친 적 없어요. 그러니까 내 말은.. 아줌마 만나면 재밌고. 또 뭐냐.. 마음도 편해지고.
그래서 또 만나고 싶고... (말해놓고 헉!) 아니 그러니까 그게...
지애 :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태준 : 아줌마가 우습게 보여서 그런 거 아니라는 얘기에요. 한순간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우습지 않았어요.
지애 : 우습지 않으면요?
태준 : ....
지애 : 아 우습지 않으면요!
태준 : 같이 있으면. 좋았어요.
지애 : (! 해서 보는데)
이때 베란다에서 두리번거리며 지애 기다리고 있던 달수. 두 사람 보고 헉 놀라고.
달수 : 여보!!!
지애, 깜짝 놀라 달수 보고. 서둘러 걸어가려다 발 삐끗. 휘청하고.
달수 놀라는데.
얼른 지애를 받아내는 태준. 헉! 하면서 얼결에 태준 품에 안기고.
태준 얼굴 바로 앞에 지애 얼굴.
태준, 두근.. 지애, 술이 홀딱 깨면서 눈 커진다.
보고 있던 달수, 에씨! 맘 같아선 뛰어내리겠지만 그러진 못하고. 완전 열받아 급하게 뛰쳐 들어가고.
지애 확 떨어지며 완전 어색한.
태준도 표정 굳은 채 그대로 서 있고.
지애 : (당황당황) 아 왜 이상한 소릴 해서. 사람 깜짝 놀라게. 어우.. 코 깨질 뻔 했네. (어색)
태준 : 그러니까 나는요. 태봉이로 아줌마를 만났을 때. 참 좋았어요. 그게 좋아서. 사실을 밝힐 타이밍을 놓쳤어요.
아줌마를 속인 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요.
지애 : ..... 알았으니까 가기나 하세요.
태준 : 화 푼 거에요?
지애 : 그게 미안하다고 한마디 한다고 해서, 풀릴 화에요? 아니 남자들은 왜 이렇게 단순해? 지들이 잘못한 건 생각도 않고.
언제 화 푸나.. 이것만 기다려?
태준 : 그러게.. 언제 화 풀건데요?
지애 : 신경 쓰지 말아요. 앞으로 뭐 볼 일 있다고 내가 화가 나있든 뿔이 나있든 그런 걸 신경써요? (가려는데)
태준 : (싫고, 막아서며) 아줌마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가요. 아 진짜 나 안볼 거에요?
지애 : (쌩하니) 돈 갚고 나면 딱히 볼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요? 내가 그 돈은 진짜 땡빚을 내서라도 금방 갚을거니까 좀만 참아요.
하는데, 신발 짝짝이로 신고 다다다 뛰쳐 나오는 달수.
달수 : 여보!!!
지애 : (표정)
달수 : (막 달려와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태준 째려보며, 그러나 정중하게)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사장님께서 저희 집 앞 까진 또! 웬일이십니까?
지애 : (표정) 그냥 우연히 만나서 나 태워주려고 오신거야.
달수 : 그냥. 우연히? (태준 보면)
태준 : 많이 취하신 거 같아서요.
달수 : (오버하며) 아.. 그러셨구나. 당신두 참! 그럼 날 부르지 그랬어! 내가 당장 달려갔을텐데! 사장님 괜히 피곤하시게.
지애 : (표정 있다가, 일부러 태준에게 다정하게) 태워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태준 : (이 아줌마가 웬일이지?) 예? 아.. 뭘요.
지애 : (달콤) 가실 때 운전... 조심하시구요~~
태준 : (왜 이렇게 잘해주지?) 그럼요. 조심..해야죠.
달수 : (이씨! 해서 둘 번갈아 노려보고) 사장님. 안녕히 가십시오!
태준 : 예? 아.. 뭐...
태준 차에 올라타고 출발하면. 지애, 다정히 손까지 흔들어주고.
달수, 완전 열받아서 여보! 하면. 지애, 쌩해서 들어간다. 아직 취기가 남아 있어 약간 비틀..하면서.
달수 얼른 가서 부축하려는데. 손을 탁 치고 들어가는 지애.
#2. 지애 집 거실 (N)
맥주 벌컥 마시고. 분노에 차서 오징어 뜯는 달수.
이때 지애, 화장실에서 나와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달수 : (괜히 큰소리로) 괜찮지 여보!!!
지애 : (차갑고) 아 괜찮냐구 몇 번 물어봐. 술 홀딱 깼거든?
달수 : 그래. 당신은 술이 약해서 너무 많이 마시면 안돼. 아까두 봐. 휘청하다가 괜히...
(지가 더 기분 나쁘면서) 아 당신 완전 기분 나빴지. 사장 자식 아주 웃기는 자식이더라!!!
지애 : (일부러) 아니 왜 멀쩡한 사장님 보구 자식이래?
달수 : (!) 어?
지애 : 사장님이 나 안받아줘서, 확 자빠져 코라도 깨졌어야 된다는거야?
달수 : 아니지. 그건 아닌데...
지애 : 난 고맙기만 하더구만... 택시값 굳게 데려다주시고, 안자빠지게 잡아도 주시고. 왜 괜히 좋은 분을 욕해? (들어가려는데)
달수 : (욱해서 팔 잡고 와서 앉히는) 당신 잠깐 앉아봐.
지애 : 아 왜!
달수 : 둘이 어떤 사인데?
지애 : 뭘 어떤 사이?
달수 : 아니... 그냥 접촉사고 때문에 알게 된 사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잖아!
지애 : 뭐가 이상해?
달수 : 사장두 그러더라구. 당신이랑 둘이... 친한 사이였다구.
지애 : (표정) 그래?
달수 : 아 당신도 그랬었잖아. 사장이 당신 쫓아다녔었다고! 어떤 관곈데!
지애 : (표정 있다가, 일부러 약올리려) 솔직히 말해줘?
달수 : (!!!) 뭐?
지애 : 아니면 당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까지만 말해줘?
달수 : (눈 뒤집히는)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못 받아들일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야 뭐야!
지애 : (뭔가 말할 것처럼 보고)
달수 : (조마조마)
지애 : 아니다. 당신 괜히 잠 못 자.
달수 : (헉) 여보오!!!!
지애 안방으로 가면. 여보..하며 뒤따라 들어가려는 달수.
지애 : (차갑게) 안방엔 들어오지 말랬지! 약속은 지켜줘! (문 꽝 닫고 들어가면)
달수 : (들어가진 못하고) 여보! 당신이 몰라서 그러는데 우리 사장 진짜 왕날라리거든? 여자가 한둘이 아니야!
신문에도 얼마나 많이 났는데! 내가 그거 스크랩해서 보여줄까? 장난 아니야!
(대꾸 없자 약올라서 왔다갔다 하며 씩씩대다가 괜히 인형 같은 거 걷어차고)
#3. 지애집 안방 (N)
지애, 화장대 앞에 앉으며 혼잣말.
지애 : 어떤 관계는! 빚쟁이다 빚쟁이! 뭐 알지도 못하면서 흥분하기는. (표정 위로)
<플래쉬컷>
태준 : 같이 있으면.. 좋았어요.
지애 : (!!) 뭐지? 내가 좋다는 얘긴가? (갸웃) 에이 설마... (하면서도 거울 보며) 그렇지만 뭐...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긴 아니지?
(괜히 예쁜 척 표정 지으며 거울 보고 머리도 귀 뒤로 넘겨보고) 아우 그냥... 이노무 인기는....
서른 넘으면 사그라들라나 했더니...
#4. 소현 집 태준 방 (N)
태준 들어온다. 침대에 벌렁 눕는다.
<플래쉬백>
바로 눈앞에 있던 지애.
두근.. 정신 차리려는데.
<플래쉬백>
다정하게 “태워다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가실 때 운전 조심하시구요”
다시 또 두근...
태준 : (벌떡 일어나며) 아... 왜 이러냐. (자기 가슴 확 때리며) 미쳤냐..? 이상한 아줌마 때매 나까지 이상해지네.
#5. 사장실 (M)
태준, 성민(까메오)와 함께 앉아 있다.
성민 : (밝고) 내가 다른 놈은 몰라도 넌 꼭 이혼할 줄 알았다. 내가 오죽 반가웠으면 플로리다에서 전세기 내서 여기까지 날아왔겠냐!
태준 : (어이없고) 넌 친구가 이혼을 했다는데, 그게 반갑냐?
성민 : 너도 이제 내 마음 알아줄 거 아냐! 내가 정말 우리 안나랑 이혼하고 나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 임마? 하루가 십년 같았다.
태준 : 그래도 안나한테 섬 하나 받았다며.
성민 : 크크섬이라고 별 쓸모도 없는 섬이야. 안나가 은근 짜더라구.
태준 : 근데 빌리 넌, 그때 왜 이혼한거야?
성민 : (갑자기 이글이글) 있어. 장철수라고! 아주 재수없는 놈! 근데 넌 왜 이혼한건데?
태준 : (표정 있다가) 있어! 온달수라고... 아주 왕재수지!
#6. 회사 일각 (D)
태준과 성민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서류뭉치를 든 달수가 걸어온다.
성민, 달수를 보고 ! 표정. 태준, 달수를 보고 ! 표정.
달수, 뭐지? 해서 보며 다가오고 태준에게 꾸벅 인사하면.
성민 : (뚫어져라 보고)
달수 : (??)
태준 : 왜 그래?
성민 : (믿을 수 없고) 아니...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놈이랑 너무 흡사하게 닮아서...
자넨 정말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눈코입을 가졌군.
달수 : 예? (뭐냐..! 표정)
태준 : 가보세요 온달수씨.
달수 : 예. (가려다가) 아 그리고 사장님. 어젠 제 와이프 바래다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감사 인사를 빼먹은 거 같아서요.
태준 : (쓴웃음) 하하! 뭘요.
달수 : (가면)
성민 : 뭐지? 이 기분나쁜 기운은? 나 왜 이렇게 울컥하면서 기분이 안좋아지는거지?
태준 : (동감) 솔직히 나도.... 쟤만 보면 막 짜증도 나고. 재수도 없고.
성민 : 내 말이.
달수 : (가다가 뭔가 따가운 시선에 돌아보면)
태준, 성민 둘 다 노려보고 있고.
달수, 저것들 뭐냐? 하는 표정으로 경보로 도망가듯이 간다.
#7. 고깃집 (D)
태준과 성민 앉아 있다. 둘이 밥먹는.
성민 : 너 이혼이 뭔 줄 아냐?
태준 : 어?
성민 : 꽃등심 혼자 구워 먹어봤냐? 내 목소리가 나오나 안나오나.. 거울하고 대화해 봤어?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서 혼자 셀카 찍어 봤냐구. 너 이혼은 그런거야.
태준 : (피식)
성민 : 내가 이혼 생활을 다년간 해보니까 이게 노하우가 생기더라구.
태준 : 노하우?
성민 : 너 이혼했다구 절대 혼자 살면 안된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하다못해 똥파리라도 집안에 키워야 돼. 안그러면 외로워 죽어 너.
태준 : (끄덕..)
성민 : 그리구 절대 넓은 데 살 필요 없어. 나 안나가 사준 고성에서 살다가 우울증 걸려서 나왔잖아. 밤에 막 귀신 나올 것 같구.
야, 요새 서른평 짜리 오피스텔 사는데. 딱 좋아.
태준 : (표정)
성민 : 창밖으로 물 보이는 데 말구. 사람 많은데. 그런 데를 찾아봐.
태준 : 사람 보이는 데?
성민 : 뭐.. 니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는 데면 더 좋고. 아니면 말고.
태준 : (생각하는 표정)
#8. 휘트니스 센터 (D)
봉순, 이슬 정란 향숙 이끌고 가고 있는데. 마주 오던 고운과 마주친다.
봉순 : (표정)
이슬 : 어머나, 이게 누구야? 공영민씨네 아냐?
고운 : 양과장네는 여기서 죽치고 운동만 할 게 아니라, 먹는 걸 좀 줄여보지 그래? 그래서 살 빼겠어?
이슬 : (충격) !!!! 뭐? 뭐? 양과장네?
고운 : 양과장네랑 나랑 동갑 아냐? 왜? 내가 뭐 인턴사원 부인도 아니고, 존대말 해야 할 이유라도 있나?
이슬 : 너 몇살인데! 너 나보다 어린 거 다 알거든? 민증까봐.
고운 : 까기는 뭘 까. 너나 까.
이슬 : (어찔해서) 사..사모님!!! 정고운씨 말하는 것 좀 보세요.
봉순 : (여유롭게 보는 표정)
정란 : 아니, 너무하는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땐 우리 모두 퀸즈가족.... (하는데)
고운 : (OL) 퀸즈 가족은 무슨. 자기들이 사원이야 뭐야? 왜 퀸즈가족이래? 나처럼 정식사원이라면 또 몰라. (휙 보고)
암튼 여자들이 떼로 몰려다니면서 오늘은 누구 뒷담화 깔까 그 궁리나 하구. 난 거기서 빠져나온 게, 너무 홀가분하고 좋네!
이슬, 또 한번 어찔해하고. 정란 잡아주며 표정.
봉순, 요것 봐라 해서 보는 표정.
#9. 영숙집 거실 (D)
영숙, 봉순과 앉아 있다.
영숙 : 그랬어? (알듯 모를 듯 미소)
봉순 : 은소현씨가 계속 갤러리 대표 맡을 줄 알고 까부는 모양이더라구요.
영숙 : 밑에 사람들이 왜 계속 밑에 있는데. 멀리 볼 줄 몰라서 그러는거야.
봉순 : 그러게요. 참! 오늘 저녁에 저희 그이가 이사님 모시고 주주분들과 저녁 모임 갖는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특별히 음식 신경써달라고 주방장님께 말씀 드려놨어요.
영숙 : 고마워. 우린 한부장네 아니었음 어쨌을까 몰라. 증말 피만 안나눴지 한 가족 같다니까? (봉순 표정 살피며 차 마시고)
#10. 한정식집 (N)
홍식, 준혁, 접대중이다. 앞에는 주주들이 앉아 있고.
홍식 : 사실, 기업이라는 게, 시간이 흐르면서 친족간에 지분도 분산되고 증자하면 지분율도 하락하고,
뭐 이러면서 총수 일가의 지분은 줄어들게 돼 있으니까요. 주주분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주주1 : 그나저나 회장님은 언제까지 허사장체제를 유지하실건지...원...
홍식 : 아무리 공과 사 분명하신 회장님이라고 해도, 혈육 아닙니까. 스스로 쳐내시긴 힘드실거고.
이런 일일수록 옆에서 도와줘야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준혁에게 슬쩍 눈치 주면)
준혁 : (주주1의 빈잔에 술을 얼른 따라준다)
홍식 : 그래두 우리 회장님은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헐값에 넘겨서 경영권 승계하려는 편법상속은 생각 안하고 계시더라구요.
워낙 보는 눈들이 많으니까.... (웃으며) 사회가 투명해질수록, 윗분들은 살기가 팍팍해지는 것 같애요.
주주들 : (동의하는 반응들이고)
홍식 : 한잔씩들 하시죠. (건배하고 술잔엔 입만 댔다 떼고)
준혁 : (홍식 대신 원샷하고, 다른 사람들 잔에도 술 채워주면서 술상무 역할을 한다)
홍식 : 우리 한부장 와이프가, 사모님들 위해서 좋은 자리 마련했다면서?
준혁 : (얼른) 예. 골프 약속 잡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홍식 : 또 우리 사모님들 속이 편하셔야, 우리 속도 편한 거 아니겠습니까.
일동 껄껄 웃고. 질펀한 분위기 이어지는.
#11. 차 안 (N)
대리가 운전중이고. 준혁과 홍식이 뒤에 탔는데. 홍식은 눈 감은 채.
준혁 : 최대철 대표 쪽에서 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건 아닌 것 같아서 거절했는데 막무가냅니다.
다음 계약을 약속하는 증거로 계약금을 미리 지급해 달라고 하는데.
홍식 : ...
준혁 : 어떻게 할까요.
홍식 : (눈 감은 채) 자네 맘대로 해.
준혁 : 예?
홍식 : 몇잔 안마셨는데 확 오르네. 고량주가 쎄긴 쎄. (하품하고 자는 척)
준혁 : (표정)
#12. 갤러리 (D)
영숙 들어오면. 고운, 손님에게 그림 설명해주고 있다가 깜짝 놀라 보는 표정.
영숙 여유롭게 여기저기 둘러본다. 갤러리 비품들 만져보기도 하고.
고운 : (표정 있다가 걸어온다. 어색) 오셨어요.
영숙 : 응. 잘 있었지? 은소현 대표는?
고운 : 당분간은 출근 안하세요.
영숙 : 그래? (쓱 한번 둘러보고) 고운씨는 요새 지내는 게 어때?
고운 : 네?
영숙 : 남편 억울하게 짤리구 많이 힘들었지?
고운 : 아니 뭐... (눈치 보고)
영숙 : 나도 나중에야 그 상황 알게 됐지 뭐야. 조만간 자기네 그 억울함, 풀어줄 기회가 있을거야.
고운 : (표정)
영숙 : 그나저나 대표가 손놓고 있어 그런가? 갤러리 분위기가 영 그러네.
고운 : ...네?
영숙 : (혼잣말처럼) 할 일이 많겠어. (고운 보며) 가서 일 봐. (여기저기 살펴보고)
#13. 소현 집 거실 (D)
고운, 소현에게 이르고 있다.
고운 : 아니 뭘 이것도 고쳐야겠다는 둥 저것도 고쳐야겠다는 둥 하면서 막 그러고 다니는데요. 이상하더라구요.
(표정) 혹시... 라인에 어떤 변동이 있나 해서.
소현 : 고운씨. 나 갤러리 대표 안할거에요.
고운 : (이런 청천벽력이!) 네?? 진...짜요?
소현 : 직원들한텐 아무 피해 없을 거니까. 나 믿고. 그만 가봐요.
고운 : (표정) 네.. (눈치 보며 나가고)
방에서 나오고 있던 태준, 표정 있다가 소현 가까이 오고.
태준 : 들을라 그래서 들은 건 아닌데. 갤러리 왜 안하겠다는거야? 너 거기 좋아하잖아.
소현 : 좋아한다고 다 가질 수 있어?
태준 : (표정)
소현 : 퀸즈그룹 갤러리 대표 자리에 내가 계속 있는다는 게 우습잖아. 있던 직원들만 좀 부탁해.
태준 : (표정)
소현 : 이사할 집도 알아보는 중이야.
태준 : 니가 여기 있어. 내가 나갈거야.
소현 : 됐어. 내가 나가.
태준 : 어디로 가게?
소현 : 갈 데 없을까봐? 당분간 평창동에 가 있으면서 가 있을 데 알아볼거야.
태준 : 너 거기 불편해하잖아.
소현 : ....
태준 : 편하게 있을 데 찾을 때까진 여기 있어. 남의 눈 신경쓰여?
소현 : 그런 건 아니구.
태준 : 그럼 그냥 있어.
소현 : 왜 안어울리게 착한 척이야?
태준 : 누가 그러더라? 내 눈엔 책임감이라곤 전혀 없다고. 그래도 막판에 착한 짓 좀 하게, 도와주라.
그럼 내 눈빛도 좀 변하지 않겠냐?
소현 : 당신이 나가면, 어디로 가게?
태준 : 내가 예전부터 땅값도 알아보고 집값도 좀 알아보던 동네가 있는데. 그쪽으로 갈까.. 뭐 생각중이야.
#14. 지애 동네 일각 (D)
태준 차 슝 와서 멈추면. 거기서 내리는 태준과 황비서.
부동산 아저씨와 황비서와 함께 돌아다니는 태준. 이집 저집 구경하는 모습들.
집이 너무 낡아서.. 너무 좁아서.. 후줄근해서.. 바퀴벌레가 나와서...
질색하며 뛰쳐나오는 등등 이래저래 마음에 안드는 태준.
황비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듯 태준을 보고. “꼭 이 동네여야 되겠습니까” 하면.
“응. 꼭 이 동네여야 돼” 라고 답하는 태준.
발품 팔아가면서 집 보러 다니느라 고생하는 태준. 다리 아프고 덥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괜찮은 단독주택 찾아내고. 괜찮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둘러보는 태준.
#15. 지애 동네 슈퍼집 앞 (D)
태준, 황비서에게 쭈쭈바 건넨다. 옆엔 초딩들 딱지치기하고 있고.
태준 : 고생했어. 시원하니까 먹어봐.
황비서 : (황당하지만 받고) 감사합니다. 저.. 그런데 사장님. 정말 이 동네 와서 사시려고 그러십니까?
태준 : 그렇다니까. 좋잖아? 공기도 좋고. 애들도 많고. 여기 슈퍼도 좋고. 나 여기 아는 동네 사람도 하나 있거든.
황비서 : 회장님 사모님께서 아시면 노발대발하실 것 같은데.
태준 : (아무렇지 않게) 왜? 우리 어머니한테 가서 또 이르게?
황비서 : (뜨끔) 예? 무슨 말씀이신지 전 잘...
태준 : 먹고 사느라 그러는 거 모르는 건 아닌데. 너무 깊게 개입하지는 마. 결국 그게 다 황비서한테 독이 되는거니까.
황비서 : (찔리는 표정)
태준 : 집 계약 끝나면 이거저거 필요한 거 좀 사다가 넣어줘.
(딱지치기 하는 애들 보며 오~ 잘하네~ 추임새 정도 넣어주다가 괜히 두리번두리번)
황비서 : (슬쩍 두리번거리다가, 태준과 눈 마주치면 헉해서 모른 척 하는)
태준 : (씁... 한번 눈치 주고. 지애집 쪽 보면 기분 좋다)
#16. 지애 집 거실 (N)
지애, 패턴 뜨고 있고 정원 옆에 있는데.
정원 : 엄마. 뭐 만드는거야?
지애 : 응. 가방. (표정 있다가) 정원아. 이건 있잖아. 남의 꺼 베낀 게 아니구, 이 엄마가 직접 만드는거거든?
정원 : 그게 뭐가 다른데?
지애 : 응. 남의 꺼 베끼는 건, 아무리 잘 베껴도 남의 건데. 이건 아무리 못 만들어도 내꺼거든.
정원 : 내꺼가 더 좋은거잖아.
지애 : 그렇지~!
이때 달수가 들어선다.
달수 : 여보. 나 왔어.
지애 : (오든가 말든가 흥! 힐끗 보다가 눈 커진다)
달수, 벗는 구두. 소현이 준 그것이고. 달수가 맨 넥타이도 소현이 준 것.
지애 : (싸늘하게 일어나며) 정원아 들어가서 자.
정원 : (심상치 않은 분위기 느끼고) 응. (하고 들어가는)
지애 : 지금 장난해?
달수 : 어? (자기도 모르게 물러나고) 왜 그래?
지애 : 넥타이랑 구두. 그 여자가 선물한 거. 그거 여태 하고 다녔던 거야? 여태 신고 다녔던거냐구!
달수 : 아... 난 그냥....
지애 : (넥타이 확 풀르더니 쓰레기통에 쳐박고, 구두도 쳐박는다)
달수 : (표정)
지애 : 왜!
달수 : 아니야.
지애 : (확 들어가려다가 보고) 근데 내일 아침에 신고 갈 거 있어?
달수 : (도리도리)
지애 : (! 표정 있다가, 조용히 구두는 다시 꺼낸다) 내일 다른 걸로 사다놀테니까 일단 내일만 신어.
달수 : 응.
지애 : (에씨 앉으며) 돈이 없으니까 맘대로 화도 못내겠네. 돈 없으니까 별거도 못하겠고. 돈 없으니까 남편이 맘 줬던 기지배가 준
구두를 신고 다니게 하고 앉았으니... 이래서... 돈..돈.. 하나부다. (서럽고)
달수 : (표정)
#17. 기획실 (D)
달수 : (통화중) 베이스 3차 수정 언제 나오나 해서요. 아뇨. 기일은 맞춰 주셔야죠. 낼모레까진 해주셔야 돼요.
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끊는데)
하대리가 헥헥대며 뛰쳐 들어온다.
하대리 : 달수야! 너 그 얘기 들었냐?
달수 : 예?
하대리 : (헥헥대며) 한부장... (소리 죽여서) 감사실에서 조사 받게 된단다.
김과장 : (헉 놀라서 돌아보고) 그게 무슨 소리야? 왜?
하대리 : 온달수 뇌물수수사건 있잖아요. 그걸 한부장이 꾸몄다는 투서가 들어갔대요.
달수 : !!!
김과장 : (얼굴 창백해지고)
양과장 : (놀라서 다가오며) 부장이 달수 죽이려고 그런 짓을 꾸몄다고? 설마...
달수 : (분노에 굳는)
김과장 : (슬금슬금 자리로 가려는데)
달수 : (낮게) 김과장님.
김과장 : (화들짝) 어? 나? 왜?
달수 : 저... 잠깐만 보시죠.
#18. 회사 한적한 일각 (D)
달수, 김과장 얘기 중.
달수 : 김과장님은 알고 계시죠.
김과장 : 아..알긴 내가 뭘 알아.
달수 : 그날 저녁에 부장님이랑 나누시던 말씀. 이거랑 연관 있는 거 아닙니까?
김과장 : 아니거든? 난 진짜 모르는 일이거든? 부장님이 다 그런거지. 내가 뭘 알아!
달수 : (표정)
김과장 : 나도.. 나중에 낌새 채고 어떻게 된건지 부장님한테 물어보고 있었던 거 뿐이야! 거기다 나 엮을 생각 하지 마.
(하더니 쪼르르 가고)
달수 : (기막히고. 배신감에 부르르)
#19. 영숙집 거실 (D)
봉순, 영숙 앞에 앉아 있다.
봉순 : (화들짝) 네? 전 그런 얘기 전혀 못들었는데요 사모님.
영숙 : 글쎄. 나도 자세한 건 모르겠어. 그런데 이 일로 우리 이사님도 좀 입장이 난처하신가봐.
봉순 : (표정) 이사님 지시도 없이 저희 남편 혼자서.. 그랬을 리가 없는데요 사모님.
영숙 : (날카롭게) 혼자 그랬을 리가 없으면, 누가 같이 그러기라도 했단 거야?
봉순 : (표정)
영숙 : 솔직히, 우리가 감싸줘서 그렇지.. 한부장네 부부가 이런 일 처음이야?
봉순 : 네?
영숙 : 내가 아무 말 않고 있다고 다 모를 거라고 착각하진 마. 예전에 천지애씨 식중독 사건. 그것도 자기가 꾸민 짓이잖아?
정고운씨가 그 증인 아냐? 고운씬 자기한테 유감이 많던데?
봉순 : (!!!)
영숙 : 그거 뿐이야? 사장님 사모님 뒤 캐서 CCTV 파일까지 빼내오고. 알아보니까, 그거 빼오느라 관제실 정실장 협박했다며?
봉순 : 협박...이라뇨.
#20. 이사실 (D)
준혁과 홍식 마주앉아 있고.
홍식 : 걱정하지 마. 자넨 내 오른팔인데. 내가 내 오른팔 짤리게 내버려 두겠어?
상처 아물때까지 좀 쉬고 있으면 다시 불러들일테니까.
준혁 : 그럴 수 없습니다 이사님! 재고해 주십시오!
홍식 : (표정 서서히 변하며) 그래? 아무리 오른팔이래두 말야, 짤라내야 하면 그래야지 어쩌겠어.
그거 하나 때매 몸 전체가 다 썩어문드러질 순 없는 거 아냐?
준혁 : (!!!)
홍식 : 다른 일까지 다 뒤집어쓰고 같이 죽기 싫으면. 나 믿고 기다려 봐. 이깟 일, 한달이면 잊혀져. 이 바닥 잘 알면서.
준혁 : (표정 있는데)
노크소리 들리고. 비서가 들어온다.
비서 : 기획부 온달수씨 와 있습니다 이사님.
준혁 : (표정)
홍식 : 어. 들여보내. (준혁에게) 조금만 기다려 봐. 금방 잠재울테니까.
달수 들어온다. 준혁을 보고 표정.
준혁도 달수 보고 표정 있다가 일어나 나가고. 엇갈려 들어가고 나가는 두 사람.
홍식 : 어. 온달수씨. 앉어.
달수 : (자리에 앉고)
홍식 : 얘긴 들었지? 한부장이 사고친 거.
달수 : ....예.
홍식 : 이걸로 자네 결백도 증명이 된 셈이니까. 잘됐어. 그렇지?
달수 : (표정)
홍식 : 그런데 말이야. 자네 혹시... 사장님 전부인하고 뭐 관련이 있었나?
달수 : 예?
홍식 : (선하게 웃으며) 아니야. 내 앞에서는 긴장할 거 없고. 대학 선후배 사이라고 듣긴 했는데.
달수 : 소현이는.... 제가 아꼈던 후배구요. 더 이상은 없습니다.
홍식 : 아..그럼 지금도 연락하나?
달수 : 아뇨. 지금은 연락 전혀 안하고 있습니다.
홍식 : (끄덕끄덕) 그러면 은소현씨 쪽 감정은 좀 달랐던건지...
달수 : 예?
홍식 : 이혼하기 전에 자네 문제로 오해를 받아서 회장님 사모님께 많이 들볶였던 모양인데.
그 와중에도 자네 안짤리게 하려고 무지 애썼다고 하더라구?
달수 : (표정)
홍식 : 뭐... 이혼하면서 아무 것도 안 가지고 몸만 나가는 이유도, 자네 보호하려고 그랬다는 얘기도 있고. 나두 뭐 들은 얘기야.
(하며 달수 표정 살핀다)
달수 : (표정 흔들린다)
홍식 : (괜히 설득해 보는) 남자한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나? 난, 지켜주는 거라고 생각해.
지켜주고 싶은 사랑이, 일생에 몇 번이나 와주겠어. 안그래?
달수 : (표정)
#21. 회사 일각 (D)
걸어가는 달수 표정 위로.
- 다신 나타나지 말라던 소현.
- 뺨 때리던 소현
걸어가는 달수 시선에 구두가 보인다. 우뚝 멈추고. 달수 표정.
#22. 도너츠 까페 (D)
지애 불려와 있고. 이슬,향숙,정란 앞에 있다. 커피와 도너츠.
지애 : 그게.. 정말이세요?
이슬 : 그래. 우리가 그 얘기 듣고 진짜 깜짝 놀라서 자기 불러 재낀거야.
향숙 : 우리 하대리님 말이요. 평소에도 한부장이 온달수씨를 그렇게 미워하고 그러더니 기어이 일을 친 거 같대요.
정란 : 우리 김과장님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 아냐. 한부장 사람이 어쩜 그렇게 야비해?
우리 온달수씨가 누명 쓰고 얼마나 억울했겠어.
이슬 : 암튼 지금 그거 밝혀져서 회사가 발칵 뒤집혔대.
지애 : (하! 기막히고)
이슬 : (커피 한모금 마시고) 커피 맛있다. 좀 들어 지애씨.
지애 : (표정)
이슬 : 그나저나~ 한부장이 이 일로 어떻게 되면 그 자리가 공석이 되는건가...? (은근 표정)
정란 : 자기 지금 무슨 꿈 꾸는거야. 실적면으로나 뭘로나 우리 김과장님이 양과장님보단 몇끗 윈데.
이슬 : 지금 화투 쳐? 몇끗이 왜 나와? 그리고 우리 양과장님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데!
이것만 잘되면 자잘한 거 몇 개 한 거랑은 비교가 안된다구!
정란 : 그게 그러니까, 잘돼야 말이지!
지애 : (손 들어 저지하며) 저기요. 계속 말씀들 나누시구요. 저는 좀 가봐야 될 것 같아서요. 이만. (나간다)
향숙만 좀 걱정스럽게 지애 보고.
정란 이슬은 싸우던 거 계속 싸우는.
#23. 봉순 집 거실 (D)
봉순 어디 나가려던 길이었던 듯. 지애 들어오면.
봉순 : 전화도 없이 웬일이니? 나 지금 나가는 길인데?
지애 : 너도 얘기 들었지? 한준혁 부장이 우리 남편한테 뇌물죄 뒤집어 씌우려고 그랬다는 거.
봉순 : 아직 확인된 건 아니야.
지애 : 지겹다 진짜 니들 부부!
봉순 : (보는)
지애 : 니들 그런 식으로 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갔던거니? 힘없는 사람들 이렇게 막 밟고 짓이겨서?
봉순 : 말 함부로 하지 마!
지애 : 그럼 설명해 봐. 우리한테 했던 행동들은 다 뭐니? 우리가 뭐라고.. 우린 니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건데? 나 때문이야? 내가 미워서 그랬어?
봉순 : 나도 이 일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어. 머리 아프니까, 좀 비켜줄래?
지애 : 이 기지배야. 내 머리도 뽀개져! 아우 난 요새 여기저기서 뒷통수를 하두 얻어맞았더니,
지금 붙어있는 게 내 머린지 남의 머린지도 헷갈린다. 왜들 그러니 다들?
봉순 : 나중에 얘기하자. 지금은 나도 할 말이 없다.
지애 : (확 잡으며) 기다려 봐!
봉순 : 놔! (뿌리치는데)
지애 : 잠깐 내 얘기 좀 듣고 가라구! (다시 잡는데)
봉순 : (스르르 그대로 쓰러진다)
지애 : (기막혀 웃고) 이 기지배가 아주 이제 쑈를 해라 쑈를 해. 너 뭐하냐?
봉순 : (쓰러진 채 그대로)
지애 : 알았어 알았어. 연기 그만 하고 일어나. 아 나가자고!!
봉순 : (그대로 있고)
지애 : (약간 이상하고) 너 뭐하냐 지금? (헉!해서 숨쉬나 보고 당황당황) 어떡해 어떡해. 이 기지배가 왜 이래 갑자기!
아니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전화 전화 전화. (하더니 전화기 들고 번호 누르고) 114죠! 저기... 119가 몇 번이죠?
구급차 부르는 데 있잖아요. 119가 몇 번이냐고요!
#24. 퀸즈팰리스 로비 (D)
봉순 실려나가고. 지애 어쩔 줄 몰라하면서 따라나가고.
이때 들어오다가 놀라서 몰려든 이슬,정란,향숙 표정.
이슬 : 자기.. 어떻게 된거야? 자기 사모님 때린거야? 아무리 열받는다고...
지애 : (뛰쳐나가며 화들짝) 예에? 그런 거 아니거든요?
정란 : 학교 때 껌 좀 씹었다더니. 이런 데서 지 성질이 나오네.
지애 : (자기도 모르게 버럭) 에이 진짜! 그런 거 아니거든요? (하는데)
이슬,정란,향숙 : (흠칫.. 물러나거나 가드 올리며 방어하고)
지애 : 아우... 내가 진짜.... 양봉순 사람 물멕이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지다. (하며 봉순 쫓아간다)
#25. 응급실 (D)
봉순 누워 있고. 지애가 그 옆에 있다.
한준혁 이름으로 전화해 보지만 전화기 꺼져있고. 답답한 지애.
의사 : 보호자세요?
지애 : 예? (표정 있다가) 예. 뭐... 그 비슷한....
의사 : 보니까 며칠 전에 검사를 받고 가셨더라구요. 방사선과에 연락해 보니까, 결과가 나와서
안그래도 내일쯤 병원 오실 예정이셨던데.
지애 : 결과요? 무슨 결과요?
의사 : (챠트 보며) 뇌혈관류라고...
봉순 : (눈 뜨고)
지애 : 그게 뭔데요?
의사 : 쉽게말하면 뇌혈관의 어느 부분이 확장돼 있는 상탠데. 뭐 내버려 뒀다가는 터져서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수술을 해버려야죠.
봉순 : (힘들게 일어나는) 수술요? 수술을 해야 한다구요? (놀란)
지애 : 뭐 위험한거에요?
의사 : 메쓰 대지 않고 하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에요. 확장된 혈관을 줄이면 되는 거니까.
봉순 : 그럼 수술만 하면 되는건가요?
의사 : 수술이라는 게 100% 성공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건 없죠. (챠트에 체크하며) 수술 경험은 없으시구요?
지애 : 얘가 성형수술은 굉장히 여러번 해봤는데. 이런 수술은 처음일텐데. 그지 봉순아.
봉순 : (째려보고)
의사 : (웃으며) 그거랑은 좀 다르겠지만, 너무 부담은 갖지 마시구요. 일정을 되도록 빨리 잡죠. 빨리하면 할수록 좋은 거니까.
봉순 : (표정) 네.
#26. 병원 앞 (D)
봉순과 지애 걸어나온다.
지애 : 괜찮냐? 그냥 의사말대로 수술날까지 입원해 있지 그러냐?
봉순 : 내가 지금 그럴 상황이냐?
지애 : 이 기지배가.. 왜 나한테 승질이야!
봉순 : 들었지?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일 거라잖아. 내 스트레스의 상당부분원인은 너한테도 있으니까.
내가 너한테 이정도 성질은 내도 되거든?
지애 : (하... 기막히고) 나중에 내가 복장이 터져 죽으면, 그건 너 때문인거다!
봉순 : (짜증내며 걸어가는데)
지애 : 수술이 이번주 금요일이랬냐?
봉순 : 신경 꺼라.
지애 : (표정) 그래. 넌 니 남편 있는데 내가 왜 신경을 쓰냐?
봉순 : (멈칫하더니) 너 우리 남편한테 입도 뻥긋하지 마!
지애 : 뭐?
봉순 : 한마디라도 하면 죽을 줄 알아!
지애 : 너 지금 무슨 신파 찍냐? 야. 그래도 수술인데 니 남편한테 얘기도 안하겠다고?
봉순 : 너 지금 상황을 몰라서 그래? 그런 말 할 수 있는 상황이니?
지애 : 사람이 아픈데 상황이 무슨 소용이야! 살고 봐야지!
봉순 : (흔들리는 표정 있다가) 죽을 병 아니야!
지애 : 의사 말 못들었냐? 모든 수술은 100% 안심할 수 없는거야. 그런데 남편도 없이 수술실엘 혼자 들어가기라도 하겠다고?
봉순 : 내가 수술실엘 혼자 들어가든, 관뚜껑을 혼자 닫든. 내 일이거든? 상관말고 입 다물어주길 바란다.
니가 뭔데 내 인생에 참견이니? (하고 가면)
지애 : 저누무 기지배. 니가 승질머릴 그렇게 쓰니까 혈관인지 뭐시긴지가 안 늘어나고 배기냐?
그래! 내가 무슨 상관이야! 너 알아서 해! (뒤에서 보다가 홱 돌아서 간다)
그렇게 반대 방향으로 가는 두 여자.
#27. 엘리베이터 앞 (N)
준혁, 복잡한 표정으로 서 있고.
지나가던 직원들 인사는 하면서도 뭔가 찜찜한 표정들로 자기들끼리 속삭이면서 가는.
그 분위기 다 느끼며 비참한 준혁인데.
저만치에서 오는 달수. 준혁 발견하고 온다.
달수 : 부장님!
준혁 : (표정)
이때 엘리베이터 문 열리면 준혁 올라타고.
달수 : 부장님!! 계속 찾아다녔는데 어디 계셨던 겁니까? 잠깐 얘기 좀...
준혁 : (차가운 표정으로 문닫힘 누르고)
문 닫히고. 엘리베이터 내려간다.
달수 표정.
#28. 봉순 집 안방 (N)
봉순 멍한 채 앉아 있는데. 준혁 들어온다.
봉순 : 당신 언제 왔어요?
준혁 : (털썩 앉고)
봉순 : 왜.. 그래요?
준혁 : 내가.. 그런 짓 하지 말랬었지.
봉순 : ...네?
준혁 : 뒤에서 장난치는 거. 식중독 사건도 그랬고 CCTV파일 빼오는 것도 그랬고. 이제 와서 그게 내 발목을 잡잖아.
봉순 : 왜.. 그러는데요.
준혁 : 일이 생겼는데. 김이사가 그걸 나한테 다 뒤집어씌우려고 해. 그런데, 예전 일들 때문에 들이받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구!
봉순 : (표정)
준혁 : 이제 어쩔거야! 당신 때문에 일이 이 지경 됐어!
봉순 : 내가 내일... 사모님 찾아뵐께요. 당신도 알잖아. 사모님이 나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준혁 : 다 틀렸어. 이사가 발 뺐는데. 그 여자라고 우릴 감싸줄 것 같애?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봉순 : (말 못하고 글썽해서 서 있다가 표정) 그냥 들이받아요!
준혁 : (!) 뭐?
봉순 : 그 전에 사건들... 당신 말대로 다 나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잖아? 당신은 몰랐던 거라고, 사실대로 말하라구.
내가 다 뒤집어쓸테니까.
준혁 : (표정)
봉순 : 그리구, 김이사 악착같이 물고 늘어져요. 혼자 죽는 짓 하지 마요. 당신 말대로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당신 여기서 무너지면 나도 당신 용서 못해! 그러니까. 김이사랑 같이 죽든, 아니면 같이 살아요. 그 길밖에 없어요.
준혁 : (표정)
#29. 소현 집 거실 (N)
소현과 태준 마주앉아 와인 마신다.
소현 : 정말 집을 계약했어? 어느 동네?
태준 : 있어. 사람 사는 동네. 니가 편할 때까진 여기 있다가, 너도 좀 작은 데 알아봐서 나가.
누가 그러는데. 이혼하고 너무 큰 집에 있으면 우울증 걸린대.
소현 : (쓸쓸한 웃음) 그래? 알았어.
태준 : 집에만 있지 말고 갤러리라도 나가보든가.
소현 : 정리할건데 나가서 뭐해. 괜히 맘만 복잡하지.
태준 : 아까 전화했더니 꺼져 있던데. 하루종일 뭐했냐?
소현 : 방에 있었어.
태준 : 방에서.. 뭐했어.
소현 : 그냥... 가만히 있었어.
태준 : (표정 있다가) 날도 좋은데 방구석에서 가만히 뭘 해. 나가서 산책을 하든, 뭘 배우든.. 그러지.
소현 : 나중에. 정신 좀 차리고 나면.
태준 : 그 정신, 쉽게 차려지겠냐? 남자 때문에 나간 정신인데?
소현 : 그러는.... 오빤?
태준 : (?해서 보면)
소현 : 이제 오빠 아냐? 결혼 전엔 오빠 동생이었잖아.
태준 : 그랬나... (표정 있는데, 전화벨 울리고 모르는 번혼데? 하고 받는) 여보세요? (하다가 헉!)
소현 : ?
태준 : 화자씨.. 내가 전화하지 말랬잖아요.
#30. 화자 점집 (N)
화자, 이소라의 청혼 노래 정도 틀어놓고 전화통화중.
화자 : (기분 좋은) 태봉씨. 신문에서 봤어요. 저한테 유부남이라고 폭탄선언하시고. 맘이 아프셔서 이혼 결정하셨더군요.
#31. 소현 집 거실 (N)
태준 : 화자씨 전화 바꿨어요? 번호 이게 아닌데?
화자OFF : 내 번호 암만해도 차단당한 거 같아서.
태준 : 저기 화자씨. 미안한데요. 내가 따로 좋아하는 여자가 있네? 어떡하죠? 내가 보기보단 순정파라서.
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면 그 사람밖에 모르는 성격이라서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전화 하지 마세요. 네? 끊어요. (전화 끊으면)
소현 : (어이없이 보고 있다가) 뭐하는거야? 화자가 누구야?
태준 : 어? (표정 있다가) 아 있어.
소현 : 그런데,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건 뭐야?
태준 : (!) 그게 아니고. 내가 화자씨 떼어낼라구 그런거지.
소현 : (표정 있다가 건조하게) 진짜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엔?
태준 : 너 저번부터 자꾸 그러는데. 니가 내 맘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
소현 : 예전에 결혼하기 전의 오빠 말이야.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을 때 오빠 모습. 꼭 그때 같아서.
태준 : (!!)
소현 : (씁쓸하게 웃으며 와인 마시고)
#32. 화자 점집 (N)
음악이 바뀌었다. 예전의 그 슬픈 음악.
다시 엎어져 있는 화자. 일어나며 눈물 젖은 분노의 눈.
화자 : 어떤 지지배야! (저주 바늘 꺼내더니) 감히 우리 태봉씰! (허리에 바늘 푹 꽂고)
#33. 지애 집 안방 (N)
지애, 열심히 가방 패턴 뜨고 있다가. 갑자기 허리 아픈지. 아우.. 허리야.
표정 있다가 밖으로 나가는데.
#34. 지애 집 거실 (N)
지애 나오면. 달수가 혼자 앉아서 눈 벌개지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다.
지애 : 안 자?
달수 : 어? 당신은 왜 안자고.
지애 : (싸늘하지만) 낼 출근하려면 일찍일찍 자. (주방 가서 물 한잔 떠서 들어가려는데)
달수 : 있잖아 여보.
지애 : (멈춰서 본다)
달수 : 오늘 한부장 감사실에 불려갔었어. 지난번 뇌물 사건 말이야. 그거 한부장이 꾸민 일이라고 투서가 들어갔거든.
처음엔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생각 안하기로 했어. 그 사람이 왜 그랬는지, 뭐 때매 그랬는지,
그딴 거 헤아려 주지 않기로 했어.
지애 : (표정)
달수 : 내 입장을 먼저 생각하려구. 나 살 길 먼저 찾으려구. 그럴거야 여보. 나도 이제 밟히기 싫다.
아무도 나 못 밟게 높이 올라가고도 싶고. 욕심도 나고...
지애 : 욕심이 생겼다니. 좋은 일이네. (하고 들어가려는데)
달수 : 지켜주고 싶어. 당신이랑 정원이도. 내 힘으로 지켜주고 싶어. 당신이 예전처럼 나 지켜봐주지 않는다고 해도.
진짜 한번 잘해보고 싶어.
지애 : (표정 있다가 아무말 없이 방으로 들어가고)
달수 : (표정)
#35. 지애 빌라 앞 일각 (D)
달수, 출근하는데. 이삿짐 차가 한 대 올라가고.
달수, 대수롭지 않게 스쳐 지나간다. 이삿짐 차 뒤로 태준 차가 따라가고 있다.
달수는 아무 것도 모르고 지나가고.
#36. 태준 새집 (D)
태준, 정리된 새집 둘러보고 있다.
태준 : 아.. 진짜 구려. 구리긴 한데. 그래도 뭐 괜찮네.
골든리트리버정도 되는 개 한 마리 멀뚱하게 서 있고.
태준 : 야. 얌마. 너 이름 뭘로 하지? 너 태봉이 할래 태봉이?
표정 있다가 전화 건다.
태준 : 아줌마 나... 태봉... (멈칫) 태봉이가 할 말 있대요.
#37. 지애 집 거실 (D)
지애 : 예? (하는데)
(E) 멍멍 짖는 소리 들리고
지애 : 어우 이게 웬.. 개소리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허사장님!
태준OFF : 태봉이 보고 싶으면 잠깐 슈퍼 앞으로 나와요.
지애 : (예의바르게) 사장님. 저는 더 이상 태봉이고 뭐시기고 보고 싶지 않습니다. 끊습니다.
태준OFF : 그럼, 내가 태봉이 데리고 그 집으로 쳐들어갈지 모르는데?
지애 : (표정)
#38. 슈퍼집 앞 (D)
태준, 선글라스 낀 채 멋지게 개 끌고 오는.
지애, 어이없는 표정으로 다가오고.
지애 : 뭡니까 그 똥개는?
태준 : 똥... (에이 표정 있다가) 아줌마. 이게 한 마리에 얼마짜린데.
지애 : (그러거나 말거나...)
태준 : 얘 이름이 태봉이에요. 인사해 태봉아. 나일롱 아줌마셔. 취미는 반지 내다팔기. 특기는 뻥치기.
지애 : 에? 내 특기가 왜 뻥치긴가요? 뻥은 사장님께서 고수시죠. 고귀한 사장님이면서 한낱 백수라고 뻥치셨잖아요?
태준 : 그림 70만원에 낙찰받았다면서요? 받은 금액 그대로 판다면서요?
지애 : (표정)
태준 : 내가 다 알아봤는데. 65만원에 받은거더구만. 그거를 거기서 5만원을 띵겨먹냐?
지애 : (찔리고) 내가.. 헷갈렸나... 그런데 개까지 끌고 우리 동네엔 웬일이세요?
태준 : 나 여기 이사왔어요.
지애 : 에???
태준 : 아시다시피, 나 이혼했잖아요. 이사는 해야겠고.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익숙한 동네로 왔지 뭐.
지애 : 아니 왜요? 사장님께서 비싸고 좋은 동네 다 놔두고? (헉 놀라며) 혹시 나 때문에요? 그건 아니죠?
태준 : (표정)
지애 : 저기 태봉.. 아니 사장님? 혹시나 해서 말인데요. 난 사장님.. 전부인 때문에 마음에 스크래치가 장난 아니게 간 사람이에요.
어떤 관계로든 그쪽이랑 엮이는 걸 원치 않거든요?
태준 : (섭섭한)
지애 : 뭐, 예전 같았으면 사장님과 아는 사이라는데. 쌍수 들어 대환영이었겠지만요.
내 마음이 마음이다 보니까 솔직히 그렇게 반갑지도 않아요.
태준 : (표정)
지애 : 그리고. 결정적으로, 허태준 사장님이 사장님이라고들 하니까 그런가부다 하는데.
어떻게 이런 사람이 한 기업을 이끌어가는 사장일까.. 의문도 생기구요. 신뢰도 안가구요. 이런 인간이 이끌어가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갈것이냐.... 뭐 이런 걱정도....
태준 : (표정)
지애 : (헉! 보고) 죄송해요. 방금 말은 너무 솔직한 멘트였으니까 잊어주세요. 저두 우리 남편 닮아가나봐요.
태준 : 됐어요. 내 생각도 비슷한데 뭐. 그런데요. 아줌만 우리... 우정을 너무 한찮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내가 좀 섭섭하네?
지애 : 네?
태준 : 친구..먹기로 한 거 아니었나? 난 그런 걸로 알았는데? 난 암튼, 무슨 말 꺼냈다가 무르는 거 완전 싫어하거든요?
한번 말을 꺼냈으면 책임을 져요.
지애 : 무슨 책임요.
태준 : 우리.... (표정 있다가) 우정.
지애 : (왜 저래? 표정)
태준 : 암튼, 나중에 집들이할테니까 놀러 한번 오든가. 그럼 갑니다. 가자 태봉아! (개 안고 간다)
지애 : (어이없어서 웃는데)
태준 : (돌아서 가며 궁시렁) 뭐? 엮이는 게 싫어? 진짜 냉정한 아줌마야. 안그냐 태봉아? (섭섭...)
#39. 호텔 레스토랑 (D)
회장, 태준모, 홍식, 영숙 함께 밥먹는 자리.
홍식 : 좀 더 계시다 오셔도 됐는데. 너무 무리해서 빨리 귀국하신 건 아니신지..
회장 : 아니야. 볼일은 대충 보고 들어왔어. 그나저나 이번에 김이사가 애썼어.
태준이 이혼 기사도 다 문제없게 나갔지? 루머도 잘 막았고.
홍식 : 아닙니다. 제가 할 도리를 못해서 죄송스럴 뿐입니다.
태준모 : (못마땅한데)
회장 : (한숨) 그러고 보면 김이사가 아들놈보다 나아.
태준모 : (기막혀 보면)
홍식,영숙 : (표정들)
회장 : 아들놈은 지 부모야 어찌되든 말든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혼발표나 하고 앉았는데 말이야. 괘씸한 놈!
태준모 : 태준이가 무슨 잘못이에요? 소현이 그게 사단이지! 그런데두 소현이네 친정 쪽에선 우리더러 다 잘못했다고 하니,
내 기가 막혀서...
영숙 : (표정 있다가) 즈이가 보기에도 사장님 아무 잘못 없으세요 회장님.
회장 : 이 와중에도 회사 생각하는 사람은 김이사밖에 없어. 내 이번에 다시 한번 깨달았어.
홍식 : 30년을 몸담아온 곳인데요. 저한텐 여기가 제 고향이고 무덤입니다.
영숙 : 그럼요. 회장님.
회장 : 소현이가 갤러리 운영을 그만둔다고 하던데. 거기 대표 우리 오영숙 여사가 맡아서 해.
영숙 : (깜짝 놀란 척) 어머. 제가요? 제가 감히 어떻게...
태준모 : (열받지만 우아하게) 김이사네두 미술 공부 한다고 들었어.
영숙 : 미흡하지만 열심히 정진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정말 갤러리를 제가 맡아서 해도 될지.... (좋아죽는)
회장 : 당신은 오늘 저녁에 당장.. 태준이 호출해.
태준모 : 알았어요. (좋아하는 영숙 얄미워서 물 마시고)
#40. 영숙집 앞 (D)
영숙 기분 좋게 들어오는데. 봉순이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영숙 : 나 기다리고 있었던거야?
봉순 : 네. 전화를 안받으셔서.
영숙 : 그럼 나중에 얘기하면 되지 뭘 기다리기까지 했어. (하고 들어가려는데)
봉순 : 그냥 여기서 말씀드릴께요. 저희 좀 살려주세요 사모님.
영숙 : (차가운 표정)
봉순 : 저희가 이사님내외분께 어떻게 했는지 기억해 주세요. 그이는 이사님 위해서, 저는 사모님 위해서 안한 거 없어요.
시키시는 일 다 했어요.
영숙 : 그랬지. 고마웠어.
봉순 : 그러셨잖아요. 피만 나누지 않았지 가족이나 다름없다구.
영숙 : 맞어. 가족이나 다름없어.
봉순 : !
영숙 : 그렇지만 가족이라고 해서, 지 목숨 내놓고 불구덩이에 같이 뛰어들진 않지. 안그래?
가족이라고 해서, 같이 죽자고 나오면 그게 몰상식인거야.
봉순 : (표정) 그래서, 저희만 죽으라구요? 그렇겐 못하죠.
영숙 : 뭐?
봉순 :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거면 같이 죽어야죠.
영숙 : (피식) 자기. 정신 차려. 지금 화난 거 알겠는데, 후일 도모 안 할거야?
봉순 : 우리 살려줄 생각 없잖아요 지금. 나도 그런 짓 해봐서 아는데요. 지금 우리 손 완전히 놓으려고 하는 거잖아요.
영숙 : (표정)
봉순 : 다시 생각해 주세요. 저는 제정신두 아니구요. 뵈는 것도 없어요 사모님.
영숙 : (표정)
봉순 :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가는 표정)
#41. 봉순 집 서재 (N)
준혁, 멍하게 컴퓨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들어오는 봉순.
봉순 : 여보 잠깐 나 좀 봐요.
준혁 : 피곤해. 나중에...
봉순 : 보라면 좀 봐요!
준혁 : (기세에 밀려) 왜! 뭘 보라구!
봉순 : (표정 있다가) 오늘 공증사무실 다녀왔어요. 식중독 사건, CCTV사건 다 당신과 상관없이 나 혼자 단독으로 저지른 거라는 거.
자술서에요.
준혁 : (표정)
봉순 : 필요할 때 내밀어요. 그리고 내일 감사받을 때 할 말 다 해요. 김이사도 걸고 넘어져요.
같이 죽을 것 같으면, 지들 살기 위해서라도 그쪽에서 방법을 강구할 거에요.
준혁 : 쉽지 않을거야.
봉순 : 쉽지 않으니까 꼭 해내라구 한준혁!
준혁 : !
봉순 : (추스르고) 그리구. (각종 서류 내미는) 나 내일부터 어디 좀 다녀올거에요.
준혁 : 이 와중에 어딜 가!
봉순 : 중요한 약속이 있어요. 혹시.. 나 없는 사이에 필요할까봐. 당신이 가지고 있으라구요.
준혁 : 이게 다 뭔데...
봉순 : 그냥 뭐 이거저거. 보험증서랑 통장이랑 그런 거. 괜히 아무데나 놔뒀다가 잃어버릴지 모르니까, 당신이 잘 챙겨두라구요.
준혁 : (참나) 무슨.. 먼 데 가?
봉순 : (표정)
준혁 : (이상하긴 하지만 신경쓰기 싫고) 당신이 잘 챙겨. 쌩뚱맞게.
봉순 : (맨 윗서랍에 잘 넣어두며) 여기 넣어둘께요. 혹시라도 필요하면 맨 윗서랍 봐요.
준혁 : 알았어. 나 뭐 좀 생각해야 되니까 좀 나가.
봉순 : 그래요. 낼 아침에 얼굴 못보고 갈 지 몰라요.
준혁 : 아 맘대로 하라구! 요즘 당신이 내 말 들어먹었어?
봉순 : (표정 있다가 나간다)
준혁 : (짜증나고 신경쓰기 싫은)
#42. 기획실 (D)
달수, 일하고 있는데. 부장실에서 준혁이 나온다.
달수와 눈 마주치지만. 아무 말 없이 나가는 모습.
하대리 : 감사 받으러 가나부다.. 한준혁 저 자식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나쁜 놈은 아닌데. 안그냐 달수야?
달수 : (표정 있다가) 사람은 뼛속까지 겪어보기 전엔 모르는 거라는 걸, 저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하대리 : 난 안 그래 달수야.
달수 : (정색) 그거야 모르는거죠.
하대리 : (이 자식이..!)
#43. 입원실 (D)
봉순, 간호사 안내에 따라 환자복으로 갈아입는 모습.
간호사 : 수술동의서 써주실 보호자는 안오셨어요?
봉순 : 네? (표정 있다가 전화기 만지작)
#44. 지애 빌라 앞 일각 (D)
지애 서둘러서 나오다가 표정 있고. 망설이다가 전화기를 꺼내 드는.
#45. 감사실 앞 (D)
감사실 앞 의자에 준혁, 앉아 있다. 준비해온 서류들이 옆에 쌓여있고. 약간 멍해진 표정 위로.
이때, 비서 나오며.
비서 : 한준혁 부장님. 들어오세요.
준혁 : (표정 위로)
지애OFF : 난데. 내가 지금 이런 얘길 전할 입장인지. 전해야 맞는건지 잘 모르겠다. 나 이거 너한테 얘기하고 나면.
양봉순한테 나 진짜 죽일년 돼서 다시는 얼굴도 못볼 지 모르겠는데. 뭐 나야... 그 기지배 얼굴 안봐도 그만이니까..
말할께! 봉순이. 오늘.... 수술 받는댄다.
준혁 : (표정)
지애OFF : 무슨 뇌혈관이 늘어졌대나 뭐래나.. 극도의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준혁, 표정 있다가 서서히 일어난다.
지애OFF : 오늘이 수술인데. 오늘 너 중요한 일 있다구 그 기지배가 절대 말하지 말래. 혼자 수술실 들어갔다가 혼자 나올거랜다.
그 기지밴 무슨 70년대 영화 찍니? 너한테 털끝만큼도 폐 끼치기 싫대. 넌 도대체... 봉순이한테 어떤 남편이었던거니?
준혁, 입구 쪽으로 나간다. 걸음 점점 빨라지고.
“한준혁 부장님!” 부르는 소리 있는데. 그냥 나가는 준혁.
앉았던 의자에 그대로 쌓여있는 서류들.
#46. 병실 앞 (D)
지애, 또각또각 들어와서 문 살짝 열면.
봉순, 환자복 입은 채 좀 불안하게 앉아 있다가. 지애 본다. 반가움 애써 감추며 불안한 눈동자.
#47. 차 안 (D)
꽉 막힌 도로. 준혁 차안에 있고.
<플래쉬컷>
- 군복 입고 지애 부르며 봉순 울리던 준혁.
- 봉순에게 차갑게 굴던 준혁 모습들
- 준혁 앞에서 울던 봉순 모습들
- 다 니탓이라며 화내던 준혁
- 어디 다녀오겠다던 봉순 모습
- 보험 증서며 잘 보관하라던 봉순 모습
준혁, 참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차는 꽉 막혀서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고.
즉석 피자가게가 보인다. 앞엔 오토바이들 서 있고.
준혁 표정 있다가 가게 앞에 차 대고. 뛰어 들어가는.
#48. 가게 안 (D)
준혁 : 배달 좀 해주세요. 지금 바로 배달 되죠!
#49. 도로 (D)
피자배달원 오토바이 타고 차 사이로 가고. 뒷자리에 매달리듯 앉아 있는 준혁.
준혁 : 좀만 더 빨리 안돼요?
#50. 수술실 앞 (D)
봉순, 스트레쳐카에 누워서 나온다. 지애가 서 있고.
봉순 : (표정)
지애 : (막상 보니 안쓰럽고) 너 뭐니? 표정 웃긴다 진짜. 어디 죽으러 가니? 오바 떨지 마라 제발.
봉순 : (쌩하니) 누가 그렇대니? 바쁜데.. 와서 사인도 해주고. 암튼 고맙다.
지애 : 고맙다는 기지배가 말투 봐라... 넌 정말 재수 꽃다발이야. (시계 보고 괜히 차갑게) 야. 너 빨리 끝내고 나와라.
나 이따 오후에 약속 있거든? 그 전엔 나와라.
봉순 : (표정 있다가) 늦어지면... 먼저 가. 난 괜찮아.
지애 : 괜찮기는. (시계 다시 한번 보고 복도 쪽 보는데)
봉순 : 그리구 지애야.
지애 : 왜.
봉순 : 진짜 만에 하나, 나 어떻게 되더라도. 너 우리 남편이랑 뭐 어떻게 잘해볼 생각 하지 마.
지애 : 미친년 진짜. 욕 나오게 한다!
스트레쳐 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이때 저만치 끝에 복도에서 뛰쳐 들어오는 준혁. 그 뒤로 피자배달원 “아저씨 피자 안 가져가세요?”
준혁, 헉헉대며 뛰어온다.
지애 : 잠깐만요! 잠깐만! 야. 니 남편 왔어.
봉순 : (놀라 일어나며) 여보... (지애 보면)
지애 : (내가 뭐? 하는 표정으로 모른 척 뒤로 빠지고)
준혁 : (뛰어오고 눈물 쏟아지고) 야. 양봉순. 너 진짜.... 사람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래? 이꼴이 뭐야 지금!
봉순 : (놀라서) 당신 지금 여길 오면 어떡해! 지금 감사받을 시간 아냐?
준혁 : 지금 감사가 문제야?!
봉순 : 이거 중요한 수술도 아니란 말이야. 그냥 나 혼자 들어갔다 나오면 되는데. 목숨 왔다갔다하는 것도 아닌데! 여길 왜 와!!
미쳤어 정말! 어쩌려구! (하는데 눈물이 나고)
준혁 : 어디가 뭐 어떻게 아픈건데. 뭐가 늘어나?
지애 : (뒤에 있다가 슬쩍) 뇌혈관..
봉순 : 아씨 몰라! 여길 왜 오냐고 도대체. 지애 저 기지배지.
준혁 : (표정) 지애 아니야.
봉순 : 지금 끝까지 지애 편드는거야? (하는데)
준혁 : (기막혀 봉순 보다가, 꼭 안아준다)
봉순 : (!!!!)
준혁 : 여기 기다리고 있을게. 수술 잘 받고 나와. 나와서 우리.. 얘기하자.
봉순 : (울음 터지고)
지애 : (괜히 눈물 나서 쓱 닦고) 영화를 찍어라.. (하고 돌아서 나온다)
#51. 지애네 동네 일각 (D)
황비서가 운전하고 태준 차 들어오고 있는데. 달수 퇴근 하는 중.
달수가 차 안의 태준을 보고 표정. 태준 차 멈추게 하고 내린다.
태준 : (황비서에게) 먼저 가서 태봉이 밥 좀 줘.
황비서 : 예. (하고 운전해 사라지면)
달수 : 사장님. (적개심 애써 감추고) 저희 동네에서 참 자주 뵙게 되네요.
태준 : 여기 우리동네기도 한데?
달수 : 예?
태준 : 나 여기 집 사서 이사 들어왔잖아요. 며칠 됐는데.
달수 : 사장님께서 이 동네에 이사를 오셨다구요?
태준 : 여기가 맘에 들더라구? 여기 사는 사람들도 맘에 들고.
달수 : (하.. 기막힌데)
태준 : 집들이는 아직 준비가 안돼서 못하겠고. 여기 내 단골가게가 하나 있는데. 한잔 할래요?
#52. 슈퍼집 앞 (N)
소주병 두어병 놓여있고. 달수 태준 소주 한잔씩 한다. 과자를 안주로 해서.
태준 : 일은 할 만 해요? (소주병 들면)
달수 : 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두손으로 잔 받고)
태준 : 일도 열심히 하고. (툭 던지듯) 잘 살고 계시네. 소현이는 별로 안 그렇던데.
달수 : (표정 있다가 마시고) 외람된 질문입니다만, 왜 이혼하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태준 : (마시고) 애를 갖자 그러더라구요? 어머니랑 약속했다면서. 온달수씨 안 다치게 하는 조건으로,
애 가지라 그러셨대요 우리 어머니가.
달수 : (!!!!!)
태준 : 냅뒀다간 사람 아주 버리겠다 싶어서 이혼하자 그랬어요 내가.
달수 : (표정)
태준 : (시니컬하게 웃으며) 왜요. 그 얘기 들으니까 또 흔들려요?
달수 : 뭐라구요?
태준 : 두 사람 다에게 잘하는 건, 두 사람 모두에게 못할 짓이란 걸 아셔야지.
달수 : 그래서 사장님께선 자기 와이프한테 그렇게 못할 짓 하셨습니까? 철저하게 외롭게 하고.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태준 : (표정) 난 최소한 사랑한다고 했다가 뒤통수 치는 짓은 안했어. 온달수씨 당신이 천지애씨한테 한 짓이 뭔지나 잘 생각해 봐요!
달수 : 사장님! 저희 동네 오신 진짜 이유가 뭡니까?
태준 : 뭐?
달수 : 사장님 정말... 우리 지애 좋아하시기라도 하시는 겁니까 뭡니까?
태준 : (표정 있다가 싸늘하게) ....... 그런다고 하면 어쩔건데!
달수 : (에이씨!!! 폭발하고 확 일어나면)
태준 : (함께 일어나고 쓰윽 한발 다가서며) 어쩔거냐구!
달수 : (확 멱살잡고)
태준 : (함께 멱살 잡는데)
지애 걸어오다가 두 남자 서로 멱살 움켜잡고 있는 거 보이면.
지애 : 또 오밤중에 술먹고 쌈박질들 하고 있네 증말. (한심하다는 듯 혀차다가) 저게 누구야?
(달수와 태준인 거 깨닫고 깜짝 놀라는) 미쳤어 저 인간이!!! (하는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