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로키는 모두 6개의 국립공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널리 알려진 밴프(Banff)와 재스퍼(Jasper)국립공원은 알버타주에 속하고, 요호(Yoho), 쿠트니(Kootenay), 글레이셔(Glacier), 레벨스톡(Revelstoke)국립공원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위치해 있다. 이 가운데 레벨스톡국립공원(Revelstoke National Park)은 캐나다를 관통하는 1번 고속도로 상의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밴쿠버에서 접근할 때 레벨스톡은 캐나다로키의 관문 역할을 하는 도시다. 컬럼비아강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시가지 뒤편에 거대한 장벽처럼 솟아 있는 봉우리가 바로 레벨스톡산이다. 이 곳을 지나 글레이셔와 요호국립공원으로 도로가 이어지며 캐나다로키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레벨스톡산의 탐방코스는 비교적 단순하다. 레벨스톡 시가지 북쪽의 공원 진입로를 통해 들어가면 산 정상부(1,939m)의 전망장소까지 포장도로가 이어져 있다. 공원 통제소에서 꼭대기의 주차장까지는 약 24km 거리. 걸어서 오를 수 있는 트레일도 있지만 대부분의 탐방객이 차를 몰고 정상부까지 오른다. 입장료는 받지 않지만 오후 늦은 시간이나 야간에는 차량 운행을 통제한다. 파크웨이라는 이 산정까지 이어지는 도로는 레벨스톡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에 착공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 산길 입구에 세워 둔 이정표(사진 혜초트레킹 제공).
정상부의 주차장은 커다란 캠핑카도 세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차를 타고 손쉽게 산을 오를 수 있다는 점이 관광객에게 매력적이다. 정상부에는 노약자나 어린 아이도 즐길 수 있는 가벼운 트레킹 코스까지 마련되어 있다. 캐나다로키 여행객 가운데 많은 수가 레벨스톡을 방문하는 데는 이러한 접근 편이성이 한몫을 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도로를 타고 다시 20분쯤 오르면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산정에 오르게 된다. 이곳의 감시초소는 산불 통제를 시작한 초창기인 1927년에 세운 것으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위성과 비행기를 이용한 산불감시 체제가 도입된 이후 이곳은 보존대상 건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감시초소에서 보는 풍광은 근사하다. 바로 옆에 작은 호수가 하나 자리 잡고 있어 전형적인 캐나다로키의 풍경을 연출한다. 멀리 보이는 산세는 웅장하면서도 힘이 있다. 특별히 날카로운 봉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브리티시컬럼비아 특유의 아기자기한 산세를 감상할 수 있다.
감시초소 오르기 전에 거치는 넓은 공터에는 작은 벤치와 화장실 등의 시설물이 있다.
▲ 산불감시초소에서 촬영한 레벨스톡 주변 파노라마.
이곳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곰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곰을 발견할 경우 방해하거나 먹이를 주지 말고 구경만 하라는 내용이다. 이곳은 그리즐리와 흑곰 등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으로 레인저들이 예의 주시하는 지역이다.
정상부에는 산불감시초소 외에도 ‘호스 인더 스카이’ 트레일도 있다. 화장실 왼쪽이 초입으로 산정 일대를 돌보는 코스다. 야생화와 주변을 조망하는 간단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레벨스톡 주변의 산자락과 컬럼비아강이 어우러진 조망이 일품이다.
▲ 1) 숲으로 둘러싸인 밀러호수의 아름다운 풍광(사진 혜초트레킹 제공). 2) 레벨스톡 정상에 남아 있는 산불감시초소. 3) 밀러호수로 가는 길은 고도 변화가 그리 심하지 않다(사진 혜초트레킹 제공).
취재팀이 레벨스톡을 방문한 7월 초에는 아직도 눈이 많았다. 지난겨울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렸기 때문이다. 정상 주차장 밑 1km 지점에서 파크 캐나다 레인저들이 차량을 통제했다. 길가의 여유 공간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정상까지 올라갔다.
보통 이곳에서 출발해 완만한 능선을 타고 밀러호수(Miller Lake)와 에바호수(Eva Lake)를 다녀오는 트레킹을 많이 즐긴다. 드문드문 형성된 숲과 초원 사이로 연결된 길은 두루뭉술한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산불감시초소 부근에서 밀러호수까지의 거리는 5.5km, 에바호수까지는 6km, 제이드호수(Jade Lake)까지는 9km 거리다. 밀러호수까지는 왕복 네 시간이면 쉬엄쉬엄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다.
▲ 바닥이 비치는 맑은 물이 가득한 밀러호수(사진 혜초트레킹 제공).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제이드호수로 넘는 고개가 안성맞춤이다. 이곳에 서면 보이지 않던 색다른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고개 아래 보이는 제이드호수까지 다녀올 수도 있다. 밀러호수에서 고갯마루까지의 고도는 약 300m이고, 다시 제이드호수까지 그만큼 내려서야 한다. 어차피 왕복해야 하는 길이라 제이드 패스까지만 오르는 것이 무난하다.
레벨스톡국립공원의 성수기는 8월이다. 눈이 완전히 녹아 정상적인 차량 통행이 가능하며, 트레킹에 적합한 산길 상태가 유지된다. 이 즈음에도 음지에는 눈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철저한 채비가 필요하다. 곰이 많은 곳이므로 안내판에 붙은 주의 글귀를 확인하는 등 최신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