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0 거주불능 지구 1부~2부 5장
1부. 이것은 ‘자연재해’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전례 없는 위기와 그런 위기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사용하는 우리의 방어기제에 대해 명료하면서도 철저하게 묘사한다” – 윌리엄 깁슨(SF 작가, <뉴로맨서> 저자)
기후변화의 진행 속도가 더디다는 주장은 판타지 수준의 착각이다. 어쩌면 기후변화가 아예 일어나자 않고 있다는 주장만큼이나 위험한 착각이다. 우선 기후변화의 속도부터 생각해 보자. 지구는 총 다섯 차례의 대멸종 사태를 겪었다. 매번 화석 기록을 싹 쓸어버릴만큼 철저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진화적으로는 리셋 버튼 역할을 했음. 4억5,000만년 전에는 86%의 종이 소멸, 최근 7,000만년 전에는 75% 종이 소멸함. 소행성 충돌설이 유력한 공룡이 멸종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 대멸종은 모두 온실가스에 의한 기후변화와 관련되 있음.
가장 악명 높은 케이스는 2억5,000만년 전에 발생한 대멸종으로 이산화탄소가 지구의 온도를 5도 증가시키면서 시작됐고 그로 인해 또 다른 온실가스인 메탄이 방출되면서 가속화되어 결국 일부 종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가 죽음에 이르고 나서야 종결됨. 그런데 오늘날 인류는 그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대기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전문가 대부분이 적어도 10배는 빠른 속도라고 추정하고 있음.
대기중에 배출된 탄소 중 절반 이상은 불과 지난 30년 사이에 배출된 것.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점 이후로 계산하면 수치는 85%까지 올라감. 1992년 유엔에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함으로써 기후 문제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세계적으로 공표한 바 있음. 그럼에도 결국 우리는 기후변화 문제를 인지하고 나서도 문제를 몰랐을 때만큼이나 지구를 파괴해 온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인류가 산업시대 전체에 걸쳐 자기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한 세대가 겪는 이야기에 불과했던 것이다.
2016년 이산화탄소 농도 한계선(기후학에서는 지겨울 정도로 익숙한 400ppm이라는 수치)을 넘어서고 있었다. 2100년까지 기온이 섭씨 4도 이상 증가한다는 현실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가 기후재난 사태 직전까지 다다르는데 한 세대가 걸렸다면 재난을 헤쳐 나갈 책임 역시 다음 한 세대에게 달렸다.
‘자연재해’가 아닌 ‘대량 학살’의 위기
2011년 이후로 약 100만명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이 기후변화와 가뭄으로 촉발된 내전을 피해 유럽 곳곳으로 퍼졌다. 기후재난으로 한층 더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을 세계는 도움이 필요한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면에서 훨씬 소극적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세계은행에서는 2050년 기후난민 수가 1억 4,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는 현재 유럽이 겪고 있는 시리아 난민 위기의 100배 규모에 해당.
2016년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면서 기온 상승을 2도(빙상의 붕괴가 시작되는 분기점) 이내로 유지하는 것을 전 지구적인 목표로 삼음. 하지만 불과 몇 해가 지나지 않았음에도 협약의 요구조건을 제대로 이행하는 산업국가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2도 상승이라는 기준은 놀랍게도 최상의 시나리오에 가까워 보이며 2도 상승을 넘어서는 끔찍한 미래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그런 전망은 대중의 시야에서 교묘히 숨겨지고 있다. 지구가 2도 이상 뜨거워질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지 않기로 선택했던 이유들-25p~27p 20~30가지 이유들 중 어쩌면 우리는 소름 끼칠 정도로 확장돼 가는 ‘평범함’의 범주 속에 나쁜 소식들마저 포함시키는 면에서 소시오패스만큼이나 탁월했을 수도. 역사가 특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고 신봉하면서 인류가 진보해 온 방향을 볼 때 인류 역사의 종착지 역시 환경 정의의 실현이라고 믿을수도. 결국 기후변화 문제에 관한 우리의 직관을 묘한 안도감으로 변질시킨 요인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의지가 부족해서든 능력이 부족해서든 우리가 학문적으로 명백한 사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신 보고에 따르면 피리기후협약에서 협의한 온갖 약속을 즉시 시행해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 당장 조치를 취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약 3.2도의 기온 상승, 즉 산업화 이후 상승한 수치의 3배에 해당하는 기온 상승이 뒤따를 것이다. 평소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된 경우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예측치의 중간값은 4도임(29page 표) 지질학 기록을 참조해 최근 지구의 장구한 역사를 연구한 바에 따르면 현재 통용되는 기후변화 모델은 2100년까지의 기온 상승치를 절반 정도로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봄. 바꿔말해 기온이 IPCC가 예측한 수치보다 2배 더 상승할 수 있다는 뜻. 파리기후협약에서 협의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지구는 여전히 4도 수준의 온난화를 겪을수 있음.
기온이 2도 증가하면 빙상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4억명 이상의 사람이 물 부족을 겪으며 적도지방의 주요 도시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북위도 지역조차 여름마다 폭염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설령 2100년에 지구의 기온을 2도 상승하는 선에서 붙들어 둔다고 해도 대기 중에는 이미 탄소가 500ppm 어쩌면 그 이상 존재할 것이다. 1,600만년 전, 가장 최근에 탄소 농도가 그와 같았을 때는 지구가 단지 2도 정도 뜨거운 수준이 아니라 최소 5도에서 최대 8도 더 뜨거웠으며 해수면이 지금보다 약 40미터 더 높았다.
유엔 보고에 따르면 현재 상황이 2100년까지 유지되는 경우 즉 최악의 탄소 배출 노선을 고집하다가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 기온 상승 상한선을 8도로 추정됨. 그처럼 끔찍한 시나리오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사이에는 ‘인류가 어떻게 반응할까?’라는 열린 질문만이 놓여 있다. 우리가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진로를 수정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내지 않는 이상 기온이 4도 상승하는 미래를 막을 길은 없다. 인류의 산업활동이 지난 30년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30년 동안 동일한 상승 곡선을 그린다면 21세기가 끝날 때 즈음에는 오늘날 기준에서 살 만한 지역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거대하고 압도적이면서 어디에나 있는 위협
2016년에 메릴랜드 주에서는 ‘1,000년에 한번 있을 법한 홍수’가 엘리컷시티라는 작은 마을을 뒤덮었는데 바로 2년 뒤에 비슷한 규모의 홍수가 다시 같은 마을을 침수시킴. 지구가 뜨거워지면 북극에서는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2배 이상에 해당하는 1조8,000억 톤의 탄소를 함유하고 있는 영구동토층이 녹기 시작한다. 방출된 탄소는 메탄으로 기화할 수 있으며 이는 100년 기준으론 판단하면 이산화탄소보다 34배, 20년 기준으로 하면 86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층으로 작용함.
뜨거워진 바다는 열을 덜 흡수해서 그만큼 공기 중에 열이 더 많이 남도록 만들고 산소를 덜 함유하고 있어서 그만큼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식하기 힘든 환경으로 바뀜. 식물성 플랑크톤은 지상의 식물과 마찬가지로 탄소를 흡수해 산소를 내뿜는 역할을 함.
뜨거운 지구에서는 가장 빈곤한 국가들이 더 많은 고통을 받을 것이다. 실제로 호주를 제외하고는 GDP가 낮은 국가들이 가장 극심한 기온 상승을 겪게 된다. 정작 개발도상국가들 대다수는 지금까지 지구의 대기를 그리 많이 오염시키지 않았는데도 그런 결과를 맞이한다.
미래를 낙관할 만한 이유가 있는가
2018년도 과학저널 <자연기후변화>에 실린 한 논문에서 지구가 2도 뜨거워지는 경우 1.5도 뜨거워졌을 때보다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만 약 1억5,000만 명 더 늘어난다고 함.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25배, 중국 정부의 대약진정책으로 발생한 희생자의 3배. 이미 대기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만 하더라도 매년 700만 명씩. 아무런 명분도 없는 연례 홀로코스트가 자행되고 있는 셈.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사실 그대로 묘사하려면 낙관적인 사회 분위기에 길들여진 사람 입장에서는 지나친 과장처럼 느껴지는 표현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보니 종종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지구온난화의 등장은 인류 문명의 역사를 단 두 세대의 이야기로 압축시켰다. 기후변화를 부정하기가 힘들다고 느낀 회의론자들은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대신 기후변화의 원인이 불명확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변화는 인간의 활동이나 개입 때문이 아니라 자연적인 주기에 따른 결과라는 것. 지구온난화를 우리 손으로 직접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은 위안이 돼야지 체념할 명분이 돼서는 안된다. 결국 지구온난화는 인간의 발명품이며 우리가 죄책감을 실시간으로 느낀다는 사실 이면에는 상황이 아직 우리 손에 달렸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 엄밀히 말하자면 혼란을 원천봉쇄하지는 못하더라도 다음 세대에게 더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기회 정도는 남겨주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집계된 바에 따르면 영국 탄소배출량의 절반은 비효율적인 건설방식이나 사용되지도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 전기, 의복에서 발생한다. 미국 에너지 사용량의 3분의 2 역시 낭비가 불러온 결과이다. 현재 지구에서 생성되는 에너지 중 70%가 폐열로 낭비된다고 추정. 만약 평균적인 미국인이 생성하는 탄소발자국을 유럽인 수준으로 제한한다면 미국 전체 탄소배출량은 절반 이상 줄어든다고 함. 세계 상위 10% 부자들이 평균적으로 생성하는 탄소발자국을 유럽인 수준으로 제한한다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3분의 1만큼 줄어든다고 함. 개인적인 차원의 생활양식 조정은 전체적인 수치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며 오직 정치적 차원의 움직임으로 확장될 때만 의미가 있다.
세계과학자연합의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긴급 행동지침 6 : 1.화석연료를 저탄소 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 2.메탄 그을음 수소불화탄소 등 단기 기후 오염물질 배출을 신속하게 줄인다 3.산림과 초원, 이탄지대, 습지와 맹그로브 숲 같은 생태계를 복원 및 보호한다 4.식물성 식품을 더 많이 그리고 동물성 식품을 더 적게 섭취한다 5.탄소 없는 경제로 전환해 생물권에 대한 인간의 의존을 해결한다 6.사회적 경제적 정의를 보장하고 지구촌 인구를 안정화시킨다
2부 12가지 기후재난의 실제와 미래
1장. 살인적인 폭염
IPCC에서는 현재 탄소 배출 추세가 그때까지 이어지는 경우 중앙값을 4도 정도로 예측한다. 기온이 4도 증가하면 2003년 유럽에서 하루에 2,000명꼴로 사망자를 발생시켰던 살인적인 폭염이 일상적인 여름날씨로 자리 잡을 것이다. 2003년 폭염은 유럽 역사상 최악의 날씨 재난 중 하나로 프랑스인 1만4,000명을 포함해 총 3만5,000명의 사망자를 초래함. 1500년부터 지금까지 유럽에서 여름 기온을 경신한 적이 총 다섯 차례 있었는데 모두 2002년 이후에 발생한 기록이었다.
2010년 러시아에서는 모스크바에서만 매일 700명이 폭염으로 총 5만5,000명이 사망했다. 2017년 예측한 바에 따르면 ‘평균적인’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2080년 무렵이면 사람들이 오늘날 최고기온에 맞먹는 습구온도(거의 죽음을 부르는 온도)에 노출되는 값이 매년 1억5,000만~7억5,000만 인일에 달할 것으로 추정.
2016년 파리기후협약에서 기온 2도 상승을 최소한의 요구조건으로 설정해 놓았음에도 2017년에 국제에너지기구에서는 탄소배출량이 1.4% 증가했다고 밝힘. 기후협약에서 탈퇴한 트럼프의 실수로 미국이 기후변화 문제에서 주도권 잡기를 포기하자 전 세계 탄소배출량 1위(2018년 중국 94억톤 미국 51억톤)인 중국의 시진핑에게 훨씬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기회와 유인이 주어진 측면이 있음. 세계적으로 2000년 이후로 지금까지 석탄 화력 발전량은 중국으로 인해 2배 가까이 증가함. 세계 전체가 중국의 본을 따른다면 2100년까지 기온이 5도 상승하리라 예측하는 분석도.
2장. 빈곤과 굶주림
최적의 온도에서 자라는 주곡 작물과 관련해 경험적으로 입증된 한 가지 기본 법칙은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수확량이 10%씩 감소한다는 것. 다시말해 21세기 말까지 지구가 5도 더 뜨거워지는 경우 먹일 사람은 50%나 증가하는 반면 먹을 곡식은 50%나 감소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단백질로 계산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햄버거 고기 1킬로그램만큼의 단백질을 얻으려면 곡물로는 8킬로그램이 필요하기 때문.
전세계적으로 인간의 식단에서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함. 여기에 콩과 옥수수까지 더하면 비중은 3분의 2까지 올라감. 유엔보고에 따르면 2050년에는 지구에 지금보다 식량이 2배 정도 더 필요할 것임. 대기 중 탄소 농도가 높아질수록 작물의 이파리는 두꺼워지는 경향이 있다. 두꺼운 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21세기 말에는 매년 63억 9,00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흡수되지 못한채 공기중에 추가로 남게됨. 토양 자체도 사라짐. 실제로 매년 약 750억 톤의 토양이 소실되고 있음. 미국에서는 토양이 침식되는 속도가 자연적으로 보충되는 속도보다 10배 더 빠름. 중국과 인도는 30~40배나 더 빠르다.
최근 개발도상국의 가파른 성장세(빈곤,기아,교육,유아사망율,기대수명,성차별 문제 등에서의 발전)를 보여주는 그래프가 지구를 재앙 직전까지 몰아넣을 만큼 급격히 증가하는 탄소배출량 그래프와 사실상 일치한다는 점. 이는 ‘기후 정의’라는 용어를 적용할 수 있는 한가지 측면에 해당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앞으로 세계 기후의 운명 역시 중국과 인도의 성장 흐름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 예컨데 중국의 우유 소비량은 2050년까지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 결과적으로 낙농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총량이 약 35%나 증가할 수 있음.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3분의1이 식품 생산 과정에서 비롯된다. 그린피스에서는 심각한 기후변화를 피하려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육류 및 유제품 소비량을 절반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추정. 영양 불량 상태에 놓인 사람의 수가 세계적으로 8억 명에 이르며 그중 1억명이 기후 충격으로 기근을 겪는다고 추산함.
이산화탄소가 작물을 더 크게 만들 수는 있지만 더 커진 작물은 그만큼 영양가가 떨어진다. 2004년 발표된 논문에서 1950년 이후로 우리가 기르는 식물에서 유익한 영양소(단백질,칼슘,철분,비타민C 등)가 무려 3분의 1이나 감소했다고 주장함. 2050년쯤에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사람중 1억5,000만 명이 영양 붕괴의 결과로 단백질 결핍에 시달릴 것. 세계 빈곤층은 대다수가 고기 대신 농작물을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기 때문. 식이성 철분 섭취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사람은 14억명에 달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빈혈이 유행병처럼 번질수 있다.
3장. 집어삼키는 바다
탄소배출량 감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21세기가 끝날 무렵 해수면은 최소 1.2미터에서 최대 2.4미터까지 상승할 수 있다. 탄소배출량을 급격히 감축한다 하더라도 해수면은 최소 0.6미터에서 최대 1.8미터까지 상승할수 있음. 이상하게도 우리 세대는 이런 수치를 보고 오히려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최악의 결과가 고작 몇 미터의 해수면 상승이라고 생각하자 바다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는 사람들조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구온난화를 강력하게 경고하는 글마저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는 경우 오히려 제 무덤을 파는 꼴이 됐다.
오늘날 우리가 탄소 배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2100년 즈음에는 매년 세계 인구의 약 5%가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다. 한 연구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터넷 기반 시설 상당 부분이 20년 내에 물속으로 잠길 것이라 지적. 2018년에 참여과학자모임에서는 미국에서 약31만1,000채에 달하는 집이 2045년쯤 대출기간이 만료되기도 전에 장기적인 침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 2100년 즈음에는 수치가 약240만 채까지 증가해 1조 달러 규모의 미국 부동산이 물속에 잠길수 있다.
세계 주요 도시의 거의 3분의 2가 해안가에 위치한다. 해수면이 ‘중간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증가한다고 하더라도 2100년 즈음에는 만조형 홍수가 미국 동부 해안을 ‘이틀에 한번’꼴로 강타할 것. 기온이 1.5도만 상승하더라도 홍수 피해는 160~240% 증가할 것. 기온이 2도 상승하면 홍수로 사망하는 사람 수가 오늘날보다 50% 증가할 것. 최근 미국연방재난관리청에서 예상 홍수 피해 규모를 3배 정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재난 수준의 범람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미국인 수가 4,000만명 이상이라고 주장함.
2018년 한 주류 연구에서는 불과 지난 10년 사이에 남극의 빙상이 녹아 내리는 속도가 3배 증가했으며 1992년에서 1997년 사이에 녹아 내린 빙하의 양은 연평균 490억톤이었지만 2012년에서 2017년 사이에 녹아 내린 빙하의 양은 연평균 2,190억 톤에 달함. 한 추산에 따르면 현재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는 속도는 지난 6,600만 년중 어느 시점보다도 10배 가량 빠르다. 매년 미국인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남극의 빙상 1만톤을 녹이기에 충분하다. 1인당 매분 19리터에 달하는 물을 바다에 들이붓고 있다는 뜻.
한 연구에서는 온난화가 1.2도만 진행되더라도 그린란드 빙상이 급변점에 이름. 그린란드 빙상이 녹아 내리는 것만으로도 해수면은 여러 세기에 걸쳐 6미터까지 상승할수 있음. 통상적인 탄소 배출 추세대로라면 2100년까지 기온이 4도 증가한다고 했지만 기온 상승이 전 지역에서 균일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북극에서만 기온이 13도까지 상승할 수 있음. 남극 대륙 빙하가 양쪽 전부 녹아 내린다고 가정하면 해수면은 60미터까지 상승할 수 있다. 피터 브래넌은 과거에 기온이 지금보다 4도 더 높았을 때에는 양쪽 극지방에 빙하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해수면은 80미터 더 높았다고 지적함. 북극에는 심지어 야자수가 자랐다.
주된 불안 요인중 하나는 북극의 빙하가 녹아 내리면서 메탄이 방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극의 영구동토층은 현재 대기 중에 부유하는 탄소량을 훨씬 웃도는 1조8,000억 톤에 달하는 탄소를 함유하고 있다. 2100년까지 북극에서는 1,000억 톤의 탄소가 방출된다고 지적함. 이는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로 인류가 배출한 전체 탄소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알베도 효과-눈은 하얗기 때문에 햇빛을 흡수하기 보다는 다시 대기 밖으로 반사해 보낸다. 따라서 눈이 줄어들수록 더 많은 햇빛이 지면에 흡수되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 지상에서 눈이 완전히 사라지면 지난 25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에 맞먹는 온실효과가 초래됨. 이는 인류가 지금까지 배출한 총 탄소량의 절반에 달함.
기온이 3도만 증가하더라도 해수면은 최소한 50미터 상승할 것이다. 파리협약 당시 2100년을 기준으로 했던 예상보다 100배 높은 수치다. 오늘날 이미 6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해발 9미터 이내에서 살고 있다.
4장. 치솟는 산불
2017년 가을 캘리포니아를 휘저은 토머스 화재는 1,140제곱킬로미터(여의도 3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면적이 불에 타고 10만명에 달하는 피난민이 발생함. 화재는 발화가 시작된 지 일주일 후, 단 ‘15% 진화’에 성공했을 뿐이다. 좀더 비유적으로 확장하자면 기후변화에 대해 인류가 어느 정도의 통제력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쭉 나열된 화재 기록은 한편으로는 산불이 지나치게 법석을 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역대 최악의 화재 20건 중 5건이 2017년 가을에 발생함.
현재 캘리포니아 사람들의 악몽을 차지하는 화재 사건들이 불과 10년내로 ‘낡은 일상’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그때가 좋았지’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산불과 관련해서 기후변화가 마침내 가정집 근처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불에 탄 지면 면적이 1970년 이후로 2배 증가함. 2050년까지 산불에 의한 피해는 다시 2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며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화재로 소실되는 면적이 5배까지 증가할수 있음. 수치는 기온이 추가로 1도 오를 때마다 4배씩 증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예측대로 21세기 말까지 기온이 3도 상승하면 미국에서는 이미 1년에 4만 제곱킬로미터(남한면적 10만 제곱킬로미터)가 화재로 소실되는 지금보다도 16배 더 큰 피해를 감당해야 한다는.
얼음으로 뒤덮힌 그린란드에서는 2017년 화재로 피해를 입은 면적이 2014년에 비해 10배 증가함. 화재가 발산하는 검댕과 재가 육지에 내려앉아 빙상을 검게 만들면 빙상이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해 더 빨리 녹아내릴수 있음. 세계적으로 매년 26만명에서 60만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산불에서 발생한 연기 때문에 사망함.
1997년에 인도네시아의 이탄지대에서 발생한 화재에서는 이산화탄소가 무려 26억톤 방출됨. 이는 전 세계 연평균 탄소배출량의 40%에 달하는 수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1년 내내 공격적인 환경정책을 펼쳐 탄소배출량을 삭감하더라도 산불 한번이면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될수 있음. 최근에는 그정도 규모의 산불이 매년 발생하는 추세.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산림 지역 가운데 아마존 열대우림이 매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양은 4분의 1에 해당함. 한 브라질 연구진은 2021년에서 2030년 사이에 보우소나르 대통령의 아마존 산림 개발 정책으로 13.12기가톤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방출될 수 있다고 추산함. 작년에 미국에서 배출된 탄소량이 약 5기가톤임.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2%는 산림 파괴가 원인이며 약 25%는 산불이 원인이다. 불과 30년 사이에 메탄을 흡수하는 산림 토양의 능력은 77%나 감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설령 화석연료 사용을 즉시 중단하더라도 열대우림이 파괴되는 속도에 따라 기온이 1.5도까지 추가로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함.
산림 파괴는 공중 보건에도 악영향을 미침. 산림이 1 제곱킬로미터 파괴될 때마다 ‘매개 확산’현상 때문에 말라리아 발병 건수가 평균 27건 늘어남. 나무가 잘려 나가면 그만큼 해충이 몰려드는 것.
5장. ‘날씨’가 되어버린 재난들
기온인 4도 증가한 세계에서는 지구환경 곳곳에서 수많은 자연재해가 들끓다 보니 사람들이 자연재해를 그냥 ‘날씨’라고 부를 것이다. 단지 느낌이 아니라 현실이다. 2017년 여름 북반구에서는 이제껏 본 적 없는 기상이변 현상이 나타났다. 대서양에서는 대형 허리케인이 짧은 시간 내에 세 차례나 연달아 발생했다. 휴스턴에서는 허리케인 하비가 초래한 ‘50만 년에 한번’ 겪을 법한 폭우가 텍사스 주민 한 사람당 378만 리터에 해당하는 물을 퍼부었다. 2018년 여름 총 여섯 개의 허리케인과 열대 폭풍이 동시에 레이더에 잡히기도 했다.
한때 생각지도 못했던 특수한 재난이 훨씬 자주 일어나고 완전히 새로운 범주의 재난이 벌어질수 있다. 앞으로 뉴욕에는 ‘500년에 한번’ 있을 법한 홍수가 25년마다 닥칠 것으로 예상됨. 이미 미국에서는 극심한 호우가 20세기 중반에 비해 40% 더 자주 발생함. 2018년 4월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 기후변화가 유발한 폭우가 닥쳤을 때는 말 그대로 우량계가 터지는 바람에 미국기상청에서 강수량을 예측할 수 밖에 없었는데 기상청에서 내놓은 일일 강수량 예측치는 무려 1,270밀리리터(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 1,300mm)였다.
기온이 단 1도 증가하더라도 4~5등급 허리케인은 25~30% 증가한다고 알려짐. 2011년 미국에서는 4월 한달에만 758개의 토네이도가 시골 지역을 휩쓸고 지나감. 토네이도는 뇌우에서 기인하는데 한 추산에 따르면 뇌우가 형성될 수 있는 날수는 2100년까지 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