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왜 서해교전 말고 많은 다른 전사자들과 삼풍,대구지하철사고 등은 추모 안 하냐는 말들...

아마도 어떻게 해서든지 간만에 일고 있는 제대로된 추모열기를 꺽어보려는 불순한 세력들이 그런 질문을 던져서 님을 곤란하게 하는 것 같은데 제 짧은 소견이지만 한마디만 적고 가지요. 서해교전은 군사정권이 아닌 민간정권하에서 북측과 벌어진 공식교전(정규군 대 정규군) 상황중에서 대량 사상자와 함께 아측 함정이 격침당한 유일한 대형 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축제 분위기에 밀려 제대로 추모분위기나 보상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잊혀져간 안타까운 역사적 비극었습니다. 더군다나 사상자분들은 당시 교전규칙 자체가 선제공격을 받기전에는 사격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 극도로 불리한 상황이었음에도 묵묵히 영해방어 임무를 수행하다 불의의 기습을 받아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나 그러한 불합리하고 어처구니 없는 행위에 대해서 지금까지 그렇게 퍼주면서 껴안을려고 해온 소위 같은 민족으로 부터 공식사과조차 받지 못했고 국민들로 부터는 그 흔한 촛불추모 한번 받지못한게 현실입니다. 무장공비 소탕작전 등에서 발생한 전사상자 분들은 그때마다 언론의 경쟁적 취재와 보도를 통해 국민들의 충분한 이목을 받기도 하였고 심지어는 대북경각심 고취의 주요한 소재로 활용되기 까지도 하였지요. 하지만 서해교전 참전 용사들은 심지어 일부 어용언론의 모함으로 선제공격을 통해 해빙무드속의 남북관계를 깰뻔했다는 누명까지 뒤집어 쓴적도 있었으며 국민들의 기억속에서 철저히 망각되어 갔습니다. 분명 국가를 위해 국민을 위해 바친 같은 희생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관심의 차이가 있었기에 우리가 이제라도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삼풍이나 대구지하철사고의 경우 피해자 돕기 성금모음도 모든 방송사에서 경쟁적으로 상당기간 했던걸로 기억되고 사고현장에 국화꽃이 수북히 쌓여있는 것도 본 기억이 납니다(물론 이게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해교전 전사상자 분들에 대한 관심에 비해선 훨씬 높은 열기였죠.). 또한 사고 관계자들의 처벌과 반성도 있었기에 어느정도 위로는 받았다고 생각됩니다(대구지하철사고 관련해서는 지금도 재판 등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외침으로 부터 우리 영해를 수호하기 위해 소중한 생명을 바쳐가며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을 안전불감증이나 우리 자체의 모순된 제도 때문에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과 비교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되지 않는 억지라고 봅니다. 만일 참수리 357호가 첫 포격을 받은 후 후퇴하였다면 사상자 수도 줄었을 뿐만 아니라 배도 살릴 수 있었겠지만 지금쯤 우리의 서북방 영해는 북측 전함과 어선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말았겠죠. 그러나 그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우리 어민들이 그곳에서 마음놓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삼풍이나 대구지하철 사고 유가족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만든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고칠 수가 있는 그리고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반성은 커녕 언제든지 우리가 약한 모습을 보일때 우리 영해를 넘어와 뺐으려 하는 외부의 적은 가만히 앉아서 고쳐지기만을 기다릴 수 없기에 그 적들의 불순한 의도를 행동으로 봉쇄하다 불의의 변을 당하신 분들에게 최소한이나마 감사의 뜻을 전하는게 빚진 자로서 마땅히 해야할 도리이자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첫단추가 된다는 거지요. 53년전 오늘 새벽 오늘날과 같은 철저한 무관심 속에 조국을 지키겠다고 적의 화력에 비해 너무나도 보잘것 없는 소총 한 자루씩만을 들고 경계를 서던 수많은 젊은이들이 산과 들과 바다에서 스러져갔습니다. 다시는 그런 불상사가 없어야 하는데도 고작 반백년만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것을 보면서 우린 너무 빨리 잊는 민족인 것 같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상 제 허접한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