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신동집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별을 돌아보고
늦은 밤의 창문을 나는 닫는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 켠에서
말없이 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차겁고 뜨거운 그의 얼굴은
그러나 너그러이 나를 대한다.
나직이 나는 묵례(默禮)를 보낸다.
혹시는 나의 잠을 지켜 줄 사람인가
지향 없이 나의 밤을 헤매일 사람인가
그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창문을 열면
또 한 번 나의 눈을 대하게 된다.
어디선가 지구의 저쪽 켠에서
말없이 문을 닫는 그의 모습을.
나직이 나는 묵례(默禮)를 보낸다.
그의 잠을 이번은 내가 지킬 차롄가.
그의 밤을 지향 없이 헤맬 차롄가.
차겁고 뜨거운 어진 사람은
언제나 이렇게 나와 만난다.
언제나 이렇게 나와 헤어진다.
===[한국 대표 명시 2, 빛샘]===
묵례 (默禮): 말없이 머리만 숙이는 절. 여기서는 절 그 자체보다는 서로의 관심과 이해와 존경을 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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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집(1924~2003) 대구 출생. 서울대. 미국 인디애나 대학 대학원 수학. 계명대 학장 역임. 시집 『대낮』으로 문단 데뷔. 시집으로 『서정의 유형』, 『제2의 서시』, 『모순의 물』, 『들끊는 모음』, 『빈 콜라병』, 『새벽녘의 사람, 『귀환』, 『송신』, 『행인』, 『미완의 밤』, 『해뜨는 법』, 『세 사람의 바다』, 『장기판』, 『친혼반격』, 『신동집 시선』, 『암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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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모든 사람.
얼굴이 백색, 황색, 흑색이라도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좋아도, 미워도, 싫어도, 사랑해도, 존경해도.................
이렇게 나이테를 하나씩 그리며 사는 것이
어쩌면 생(生)이라는 엉터리 같은 생각을 해 봅니다.
출장 중에 마시는 아침 커피는 참 맛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 행복하세요.
=적토마 올림=
첫댓글 시를 잘 읽었습니다. 관계에 대해 더욱 깊은 사유를 이끄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