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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거리 만큼이나 긴 글이더군요.
우리 동호회원중에도 몇분 계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경현님,초심님,그리고 달리기는 아니지만 장거리 걷기 마루치님..
다음에 올라온 글인데 우리 달림이들이 한번쯤은 꿈꾸고 있지 않나 싶어서
퍼왔습니다.. 저만 그런걸까요^^.
완주후 혹 자만해질지 모르는 저 자신을 일깨워주는 글인것 같아서요..
광주피스 울트라마라톤(101.5km)참가후기
10월 말에 참가 하였던 성남 울트라 마라톤 참가 이후 무릎과 장경인대 부상으로
스트레칭, 테이핑, 파스, 찜질, 소염제 복용,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취해 보았지만
상태가 썩 좋아 지질 않는다
운동을 나가서 3~4km 가량 달리게 되면 통증을 느끼곤 하여
계획대로 훈련을 하지 못한 이유로
대회 참가 취소를 심각하게 고려 해 보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이기에
일단은 참가를 하여 주로에서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중도 포기하기로
작심하고 편한 마음으로 대회일(11월 27일)을 맞이 하였다,
토요일 오후 매장문을 잠시 닫고 쌍암공원을 찾아 참가등록을 마치고
배번및 기념품을 수령하였다,
기념품이 타이즈와 긴팔상의였기 때문에 그 상태를 보고 대회 복장을 결정하였다
하의는 대회기념품인 롱타이즈위에 타이트한 반바지
상의는 04년 춘천마라톤 기념품인 약간 두꺼운 긴팔 속에는 쿨맥스 소재의 민소매
모자는 방한용으로 귀덮개가 있는것,
장갑은 약간 두꺼운 걸로 결정하고
신발은 무릎부상때문에 쿳셔닝이 좋은 뉴발란스 1023
양말은 아식스 발가락 양말을 선택하여 미리 준비를 하여 두었다,
45km 의 바꿈터에서 한 번의 복장 교체의 기회가 있기에 만약을 대비하여
반타이즈상하의,쿨맥스삼각팬티, 모자와 썬글라스
그리고 신발은 출발때 신는것 보다 가벼운 제품인 아디다스 아디제로 LT,
발가락양말까지 챙겨 넣었다.
파워젤 3개와 포도즙 3봉지까지 추가하여...
울트라 베낭에는 완전한 써바이벌개념의 울트라가 아닌
중간중간 급수대의 지원이 충분하리라 보고 500ML정도의 물과 바세린을 작은통에 담아서 넣고
롱타이즈를 처음 입어 보는거여서 혹시라도 잘못 될까봐 신경쓰여서
비상용 런링반바지와 약간의 돈,
파워젤 2개, 포도즙 2봉지, 화장지만을 넣어서 인지 가볍게 꾸려졌다.
이런 저런 준비를 주섬 주섬 하다보니 12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게 되었지만
쉽게 잠이 들리가 없다는 사실을 성남대회에서 깨달고는
애써 잠들려 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누워 있다가 2시 30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접촉이 있는 부분의 쓸림현상을 방지하기위해 바세린을 듬뿍 바르고
복장을 챙겨입고
택시로 대회장으로 향하였다,
도착하여 식사권으로 식사를 할려고 식당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나니 시간이 촉박해 진다.
내고향에서 펼쳐지는 대회인지라 멀리에서들 참가 하신분에게 불편함이 없이
대회를 잘 치러야 할텐데 하는 염려와 걱정어린 마음으로 이곳 저곳이 신경이 쓰였지만
출발전의 물품보관을 비롯한 대회운영이 원만하게 진행 되는듯해서 걱정이 사라진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출발전 커피가 좋다는 말에 커피도 마셔야지
화장실도 미리 들러야지
스트레칭도 해야하고
복장챙겨 입고 물품보관도 해야지 등등
몸을 데우려 약간의 따스한 물도 마셔야지...
어찌 어찌하여 정신없이 출발선에 서는데
새벽 4시에 정확히 출발하기에
행사시간이 촉박했는지 다급하게 카운트 다운을 외치며 출발신호가 떨어진다
깜박이등을 비롯하여 전멸등에 반사되는 화려한 빛깔들의 아름다운 자태들
훈련시에나 평소에 울트라를 떠올리면 가장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그러한 모습들이기에....
한 순간 한 장면이라도 더 기억하고 싶어
두리번 거리며 펼쳐지는 장면들을 뇌리속에 팍팍 도장찍듯 확실하게 입력을 시켜 놓는다.
대회 몇 시간전 비가 내리긴 했지만
출발 복장이 너무 두껍지 않나 하는 은근한 걱정이 생길정도로 기온은 적당했고
하늘을 보니 뿌옇긴 하지만 한껏 실눈을 뜨고 있는 초승달이 보이는걸 보니
비가 올것 같지는 않았다,
장경인대의 부상은 최대한 천천히 달려야만 한다는 사실을 몇번의 연습으로
터득하였던 터라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빨려 들어가듯 자꾸만 빨라지는
발걸음을 붙잡는데 온 신경을 다 쓰며 최소한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려 본다,
5KM 지점도착
33분 00초 71 (구간기록)
33분 00초 71 (전체 기록)
적당한 시간을 소요하며 달린듯 하다 아직 몸상태는 아무런 신호가 없고
아직도 몸이 데워지질 않은듯 하여 당분간은 이속도를 유지 하며 달려 보기로 하였다
9KM 부근을 지나니 5.18 공원이 가까워 지고 약간의 언덕이 있지만
걷지 않고 달릴만 하다
호국 영령들을 위하여 가볍게 묵념을 올리고 숙연한 마음으로 달리며
발걸음 소리도 나질 않게 하고 싶어서 조심 조심 최대한 경건한 마음으로
지나치며 육교밑 10K도착,
10KM 지점도착
34분 00초 41(구간기록)
1시간 07분 01초(전체기록)
약간의 안개가 있어 위험에 노출되어 달리지만 곳곳 요소요소에 경찰들의
에스코트가 철저하여 달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이시간에 짜증스러울만 한데도 반가운 얼굴들이어서 지나치기가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15KM 지점도착
32분 01초 78(구간기록)
1시간 39분 02초(전체기록)
서서히 몸이 데워 지며 가벼워짐을 느끼지만 한 발 한 발 딛는 순간 불안함을
떨쳐 내지 못하고 최대한 도로를 살피며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밟지 않으려 신경을
곤두세워 달린다,
초반에 주자들의 이야기 소리로 웅성거리던 주로는 어느순간엔가 조용해 지고
터벅거리는 발자국 소리들의 낯선 장단에 놀라 개짖는 소리만이
시골마을의 고요함을 간지럽히며 깨우는듯하다,
20KM 지점도착
34분 40초 67 (구간기록)
2시간 13분 43초(전체기록)
4수원지 3거리에 있는 20KM 지점을 지나며 오르막이 시작되어
충장사 입구까지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 올라 보지만
평소에 자동차를 이용해 자주 다녀 보았던 길이어서였던지라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동반주자들과의 잡담을 나누다 보니
예상보다 빨리 언덕정상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임을 실감하게 될줄이야
늘 내리막길이 더 힘들다는 느낌으로 주로에 임하긴 했었지만
무릎에 통증이 느껴지며 내 딛는 순간 마다 짜릿 거리는 느낌이
견디기 힘들만큼의 자극으로 나를 주저 앉히려 한다...
내리막길인데 걸을수는 없지 않는가??
보폭을 최대한 줄이고 속도도 줄여서 가만 가만 조심스레 내려오지만
고통의 연속이다
중간에 스트레칭도 하고 걷기도 하며 어찌어찌하여
25KM 지점에 도착
40분 01초 30 (구간기록)
2시간 53분 44초(전체기록)
아직은 내리막이 더 남아있고
지금 넘어온 코스 이상으로 오르막 내리막이
많이 남아 있음을 코스도를 통해 알고 있던 터라 완주라는 단어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이
바꿈터까지만이라도 달릴수 있게 해 달라고 소리없는 외침을 간절히 주문해 본다..
중간에 60km주자들이 좌회전으로 빠지는 뒷모습이 마냥 부럽기만하다.
30KM 지점도착
30분 56초 47(구간기록)
3시간 24분 41초(전체기록)
거리표지판의 오류인지 아니면 고통을 이기기 위한 몸부림의 흔적이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구간 기록이 내눈을 의심케 했지만 무릎의 통증때문에 기록에 대한 의미는 내게 아무런
느낌을 주지 않았다...
다시 시작되어지는 35KM 까지의 오르막의 시작은 차라리 내게는 반가운 일이었다..
걸을수 있으니 고통을 이겨 낼수도 있었던 것이다 ..
경사도가 낮은 오르막은 가볍게 뛰어서 내리막을 한껏 달릴수 없음을 달래야 했다
35KM 지점도착
37분 25초 41(구간기록)
4시간 02분 07초(전체기록)
다행스럽게도 견딜수 있을만큼의 고통이 지속되어서 나만의 골인지점인 바꿈터를
향하여 전진 전진을 외치며 나아간다.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이 나 혼자만이 느끼는게 아니라는 것을
주변의 몇몇 주자들의 표정이나
절룩 거리는 자세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저마다의 인내에 대한 한계를 절감하며 힘든 레이스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40KM 지점도착
36분 41초 79 (구간기록)
4시간 38분 48초 (전체기록)
의정부에서 오신 주자분과 동반주를 얼마간 하다가 첫출전에 부상까지 많이 힘들어 하시더니
걸음을 늦추며 따라 붙지를 못하시며 뒤 쳐지며 걸음을 늦추신다.
앞선 주자분을 따라 붙어 말을 걸어 보니 영광마라톤 클럽 회장님이신 최석무님이시다,
58의 나이에도 불구 하고 정말 가볍게 잘 달리신다,
그렇게 4km를 바꿈터인 금호 리조트 건물이 보이는 순간 안도감과 함께 온몸의 기운이
빠지더니 다시금 걸음을 멈추게 하고 만다.
회장님을 먼저 보내 드리고 가만가만 달려서 1차 골인목표 지점에 도착하니
많은 주자들의 부산한 모습들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은 외롭지 않은 레이스임을 느끼게 해 준다.
45km 지점도착
35분 27초 18 (구간기록)
5시간 14분 16초 (전체기록)
계획은 4시간 45분 이었는데 무릎고통이 30분여의 시간동안 날 붙잡았나 보다.
따뜻한 된장국에 꿀맛같은 식사를 하고 여기까지만을 외치며 달려 왔음에도
포기를 해야하나 하는 고민 같은것은 해 보지도 않고 갈아 입을 옷을 챙겨 탈의실로 향하는
내모습에 다시 한번
"그래 한번 해보는거야 여기까지 왔는데..."
주문을 외우며 주섬 주섬 반팔 반바지 타이즈를 입고 모자와 썬글라스를 챙기고
파워젤3봉지와 포도즙 3봉지를 베낭에 집어 넣고 베낭을 힘있게 두어번 두들기고 난후
짊어 지고 출발 하였다.
22분 40초 30 (CP 소요시간)
5시간 36분 56초 (출발)
코스 고저도 상에 나타나있는 마지막 오르막이 있는 50KM 를 향하여 출발 하였다
오랜시간 머물러서 인지 출발직후의 고통은 외부충격으로는 느껴볼수 없을 만큼의
원초적인 고통(?)을 내게 주었다..
체력은 남아 있기에 무릎의 고통만이 나를 대적할 뿐이었다.
고통을 즐겨보기로 했다.
아플수록 더 빨리 달려 보려 했고
고통스러울수록 이를 악물게 되고
때로는 뒤로 돌아서서 뒷걸음으로 걷기도 하고
그렇게 하여
50KM 지점도착
31분 53초 61(구간기록)
6시간 08분 49초 (전체기록)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한참을 달린듯 이구간의 기억은 하얗게 남아 있다..
소위 말하느 런링하이를 느끼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떻게 무슨생각을 하며 달렸을까???
55KM 지점도착
41분 25초 55(구간기록)
6시간 50분 15초(전체기록)
코스도의 내용상 완만한 주로 이긴 하지만 간간히 약간의 오르내리막이 반복되어
지루함을 덜어 주기도 한다
고통도 지속되면 무디어 지는 것일까?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던 무릎의 통증은 걷다가 다시 출발하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그럭저럭 견딜만 하여 레이스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좋은 일들만을 생각하며
지나치는 주자들에게 힘들여 인사를 건네며
주위도 둘러 볼 여유를 애써 가져 보려 노력하며....
60km 지점도착
37분 58초 40(구간기록)
7시간 28분 13초(전체기록)
10km지점마다 설치되어진 급수대에서 급수와 간식 섭취
급수대가 없는 중간 5km 지점에서는 거리표지판앞에서 간단한 스트레칭과 베낭의
포도즙과 파워젤을 적절히 분배하여 섭취하였는데
몇봉지 되지 않은 포도즙과 파워젤을 분배 하느라
집중이 잘 될리가 없는 두뇌로 얼마나 많은 횟수를 거듭하여
계산했는지도 모른다...
65km지점도착
31분 52초 37 (구간기록)
8시간 00분 06초 (전체기록)
65km지점에서 약간은 딱딱한 찹쌀떡을 입에 물고 스트레칭으로 시간을 지체하고
구간기록도 좋아지고 통증도 꾀병처럼 좋아 지고 있는데다가
아직은 체력이 충분하여 이제 부터는 완주의 자신감은 물론
완주 시간 욕심까지 생긴다..
사람의 욕심이란 참으로 시시때때를 가리지 않는 참으로 못된망령이구나 싶은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착점에 도착할 수 있을 시간계산하기에 바쁘다...
70km 지점 도착
38분 13초 46(구간기록)
8시간 38분 19초 (전체기록)
반복되어지는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코스를 주위 주자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자연스레 많은 횟수를 거듭하며 마주치게 된다.
잠시 동행했다 다시 헤어지고 얼마간 달리다 보면 앞서게 되고...
철저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들 하지만
내자신과의 극한의 싸움을 하는 순간에도
내 주위에는 늘 날 지켜 보는 누군가가 있고
나의 상황을 이해 해 주는 이가 존재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내 자신과의 싸움은 나를 위함이지만 나 혼자 하는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75km 지점도착
39분 06초 31(구간기록)
9시간 17분 26초(전체기록)
이제 남은 거리는 26.5km 시간을 보니 이대로만 유지 하다가 마지막 스퍼트를 한다면
12시간 이내도착을 목표로 설정하는데 무리가 없을듯 싶다.
그렇게 나름대로 목표 설정이 되고 나니 자연스레 시계를 자주 보게 된다...
여기 까지 올 수 있음으로도 만족해야 하건만
출발할때의 초심을 잃고 힘차게 내 달린다.
80km 지점도착
36분 46초 78(구간기록)
9시간 54분 12초 (전체기록)
80km 지점 못미쳐 동반주를 할 주자를 찾아 도움을 주고 받으며 달려야
지루함을 이겨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앞선 주자를 열심히 따라 붙어 보았다.
충남 서산에서 온 첫 출전자와 대략 페이스가 맞을 듯 싶어 말을 건네고 얼마를 달려 보았지만
무릎 뒷쪽이 부어 올라 힘들게 레이스를 하던 중이었고 정상적인 레이스를 할 수 없는 처지였다,
하지만 어찌하랴 한참동안을 같이 달린 후였던지라
미안한 마음에 혼자서 차고 나갈수도 없고
그렇다고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내 처지도 아니기에 순간 고민에 빠져야 했지만
동반주를 하기로 작심하고 목표 시간 12시간은 포기를 했지만
한편으로 미련이 남는건 부질 없는욕심 때문이리라...
한참을 달렸는데도 85km지점표시를 발견 하지 못하고
85k 급수대에 도착하여 보니 (1시간 16분 32초 소요)-????
컵라면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맛을 먹어 보지 않고서는 어찌 표현 할 수가 있으랴...
라면을 먹고 다시 출발 하며 시간 체크를 하여보니
11시간 10분 45초
다음 거리 표지판은 90km 였지만
내 짐작으로는 100km보다 1.5km 가 더 있는 코스이다 보니 남은 거리상
91.5 km지점 일 것으로 추측하여 본다
21분 20초 (구간 기록)
11시간 32분 06초(전체기록)
(80km에서 이곳 91.5km 까지의 구간기록은 1시간 37분 52초)
도로 갓길이 좁아서 내가 앞장을 서고 동반주를 뒷 따르게 하였지만 신경이 많이 쓰인다
자꾸만 뒤 돌아 보아 지게 되고 너무 무리하게 달려서 부상이 더 심해 지면
내 책임도 적지않을텐데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자꾸만 무리하면 안된다"고 했던 소리 반복해서 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꾸 걷게 되고 다시 눈앞에 보이는 다음 목표 설정하고 그 지점까지 달리고
그렇게 반복하며 한발짝이라도 더 거리를 좁혀나가며
코스중에 제일 지루할 것이라고 염려 했던 지점을 통과 하고 있었다
96.5km 지점도착
45분 44초(구간기록)
12시간 17분 51초(전체기록)
이제 남은 거리는 5km 인데 동반주의 상태는 갈 수록 심각해져서 걷는 횟수가 많아 지고
달리는 거리가 짧아 진다
마지막 언덕을 힘들여서 걸아 올라 서니 골인지점이 자리한 첨단 지역이 눈앞에 보인다.
다 왔다는 안도감때문인지 동반주를 하던 친구는 도로가에 털썩 주저 앉아 버리며
더 이상은 달릴 수 없음을 호소 하며 먼저 나갈것을 권유한다,
난 비겁하게도 그말을 오랫동안 기다렸다는듯이 두번의 거절도 없이
잘 이겨내고 골인지점에서 만나자며 끝까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간단한 인사를 남기고
아쉽고 미안한 마음을 안고 냉정하게 돌아 서 보지만
어쩌겠는가 부축하고 달릴만한 상황도 아니고....
돌아서서 시계를 보니
남은 거리는 3.6km
12시간 43분을 나타내고 있다
순간 13시간이내 골인이 가능할것인가?
짧은 시간 계산을 해 보지만
불가능 할 것도 없을것 같다는 아주 어리석은 답이 얻게 된다,
17분에 3.6km의 거리면 km 당 4분 30초 이내의 속도를 과연 낼 수가 있을까???
순간 한가지 생각에 집중하였다
남은 거리를 생각치 말자
남은 시간 17분을 생각하자
17분 동안 최선을 다하여 죽을 힘을 다하여 달려 보자
그렇게 달려 17분 후에도 아직 골인지점이 남아 있다하더라도
그순간 절대로 후회는 없으리라...
인생은 마라톤이라고들 한다
마라톤은 골인 지점을 향하여 나아가는게 아니고
골인지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동안 많은 시간 짧지 않은 거리 견디기 힘든 고통 이 모두가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이순간 이자리를 있게 하기 위함이었는데
찰라의 순간 일지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수 없음이 아닌가?
가장 힘든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순간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숨가쁜 희열을 주고 용기를 주어
무한의 힘이 되어 주는
내인생과 영혼의 반려자인 아내 그리고 보권 선우 두아들의 모습들을
떠 올리며 그이름들을 불러 본다
성란아!
보권아!
선우야!
사랑한다!
그렇게 내딛는 발아래 가족들의 이름을 새기면서
내리막을 힘차게 힘차게 내 딛으며 나아간다.
살아온 날들의 처절했던 실패에 대한 기억도
최선을 다하지 못함의 후회도 없다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일말의 미련도 없다
그냥 그렇게 휑하니 비어 버린 공허함속에 새로움을 채우며 달렸다,
살아갈 날의 소중한것들을 담기 위해
지난날의 모든 기억을 지워야 하기에
힘찬 발걸음 한 발 한 발로
모든것들을 짖이겨 떨쳐 내며
눈물나도록 벅찬 희열을 느끼며 달린다,
삭막한 세상사에 말라 비틀어져
건조함에 짓무르고 뻑뻑하던 두눈에
촉촉한 물기가 어려지고 뿌옇게 보이는
거리가 온통 내 세상인 양 두팔 벌려 안으며 달려 간다,
101.5 km 지점 도착
41분 56초(구간기록)
12시간 59분 48초(전체기록)
반가이 맞이하는 아내와 늦동이 선우를
안으며 또 한 번의 기나긴 연습주를 마친다
그래 또 한 번의 연습이었다
먼거리를 헤매이며 많은 시간동안 무수한 생각들로 웃기도 하고
때로는 울기도 하며 희노애락을 맛보며
세상이 내것인양
세상위에 내가 군림하는양
들뜬 마음으로 뛰어다녀 보았지만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은 13시간 전에 출발 하였던 곳이기에
......
첫댓글 글 잘 읽었습니다. 전 42킬로 이상은 더이상 뛰지 않을랍니다. 42킬로의 고통만이라도 충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