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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산 정상 아래 531.5m봉, 제석산의 백미구간이다
여기서 저만치가 인생이다 저만치,
비탈 아래 가는 버스
멀리 환한
복사꽃
꽃 두고
아무렇지 않게 곁에 자는 봉분 하나
――― 홍성란, 『소풍』
▶ 산행일시 : 2016년 2월 27일(토), 흐림, 박무
▶ 산행인원 : 16명(버들, 모닥불, 스틸영, 악수, 화은, 대간거사, 온내, 상고대, 두루,
신가이버, 해마, 해피, 도~자, 무불, 자유, 메아리)
▶ 산행시간 : 10시간 12분(점심시간과 버스 이동시간은 제외)
▶ 산행거리 : GPS 거리 24.7km
▶ 교 통 편 : 25인승 선롱(Sunlong)버스 대절
▶ 구간별 시간(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0 : 00 - 동서울 출발
04 : 35 ~ 04 : 54 - 보성군 겸백면 석호리 석천 마을, 산행준비, 산행시작
05 : 30 - 임도
06 : 19 - 초암산 주등로
06 : 33 - 초암산(草庵山, 576m)
07 : 23 - 헬기장, 606.4m봉
07 : 38 - ┣자 갈림길 안부
07 : 55 - 광대코재(┣자 갈림길), 610.3m봉
08 : 27 - △568.8m봉
08 : 42 - 도로, 생태이동통로
09 : 08 - 존제산 전위봉(692.3m)
09 : 36 - 존제산 정상(尊帝山, 712m) 아래 군사도로
10 : 42 ~ 11 : 26 - 주릿재, 1부 산행종료, 점심, 오봉산 들머리 불재로 이동
12 : 04 - 불재, 2부 산행시작
12 : 50 - 오봉산(五峰山, 597.4m)
14 : 00 - △310.6m봉
14 : 18 - 도로, 우렁재
14 : 46 - 421.9m봉
15 : 18 - 제석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15 : 32 - 제석산(帝釋山, △560.6m)
15 : 53 - ╋자 갈림길 안부
16 : 28 - 보성군 벌교읍 연산리 신흥 마을, 산행종료
16 : 35 ~ 18 : 40 - 벌교읍, 목욕, 저녁식사
22 : 50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초암산 정상 헬기장에서, 달이 선명하여 그 배경으로 찍었다
2. 연산리 신흥 마을 들녘에 핀 매화
▶ 초암산(草庵山, 576m)
남도 보성 율어. 멀기도 하다. 동서울에서 밤으로 달려 여산휴게소 잠깐 들리고 초암산 끝자
락 석천 마을까지 4시간 35분이나 걸렸다. 창고건물 앞에 도착하자마자 산행 준비한다. 초암
산을 좀 더 가깝게 오르려고 농로 따라 산자락을 돈다. 논두렁 위 농로다. 산모롱이로 돌자
성아농장 출입금지 표지가 보여 주춤한다. 철문은 열려 있다.
성아농장 조경수 둘러보며 대로 따라 외곽을 돈다. 이제 그만 산속으로 들려고 덤볐다가 가
시덤불에 막혀 뒷걸음친다. 상고대 님 GPS가 용하여 그 뒤를 부지런히 쫓다보니 상고대 님
시비(施肥)하는 데까지 따라간다. 임도와 만났으나 임도는 산중턱에서 더 못 오르고 산허리
돌아간다. 왕도는 없다. 메아리 대장님이 척후하여 잡목 숲 뚫는다.
다행히 잡목이 성겨 갈만하다. 명감나무 가시덩굴은 앞사람의 선창을 뒷사람이 복창하여 인
계인수한다. 중천 스무날 달은 정월 대보름을 치르느라 많이 초췌해졌다. 이 밤중 산길 앙상
한 나뭇가지 헤치는 월광이 교교하다. 며칠 전에 영화 『동주』를 보았다. 러닝타임 110분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송몽규(宋夢奎, 1917∼1945.3)의「밤」을 생각해본다. 그에게 낮이
있었을까?
고요히 침전(沈澱)된 어둠
만지울듯 무거웁고
밤은 바다보다 깊구나
홀로 헤아리는 이 맘은
험한 산길을 걷고
나의 꿈은 밤보다 깊어
호수군한 물소리를 뒤로
멀-리 별을 쳐다 쉬파람 분다.
산행 시작한 지 1시간이 다 되어간다. 첫 휴식한다. 390m 고지다. 오늘도 모닥불 님이 곶감
을 돌린다. 물렁물렁하고 달콤하다. 반중(盤中) 조홍(早紅) 감인 양하고 노계(蘆溪)를 떠올
린다. 선생의 시가(柿歌)가 아니었으면 더욱 맛있을 곶감이다. 다시 잡목과 나 잡아 봐라 하
는, 혹은 옷 찢어진다 그만 놔라 하는 유희는 계속된다.
선두로부터 길이 나왔다는 낭보가 들리고 곧 뭇 산행표지기들이 안내하는 주등로와 만난다.
아마 겸백에서 오는 길일 것이다. 소로는 한 산등성이 넘자 임도 수준의 대로와 만난다. 서릿
발이 풀려 땅이 푹신푹신하다. 소폰지 위를 걷는 것 같다. 처음에는 발바닥에 만져지는 부드
러운 감촉을 즐겼으나 이내 지친다. 길섶이 낫다.
초암산 정상은 운동장만큼 너른 헬기장이다. 그 위로 철쭉 숲 소로 조금 더 가면 바위들이 몰
려 있고 정상 표지석이 있다. 바람 끝은 사뭇 무뎌졌지만 냉기마저 가신 것은 아니다. 바람이
찾아들지 못할 헬기장 가장자리에 둘러앉아 아침 요기한다. 올겨울 산행은 어묵으로 따뜻하
다. 대자 코펠 2개에 끓인 어묵을 다 비운다.
초암산은 철쭉으로 유명하거니와 그 정상의 바위군으로 하여 ‘草岩山’인 줄 알았는데 ‘草庵
山’인 건 뜻밖이다. 정상은 사방이 훤히 트였으나 박무로 원경은 무망이다.
3. 초암산 정상에서 아침요기 중
4. 초암산 정상에서 전망, 가야 할 산릉
5. 초암산 정상 헬기장에서, 마스크 쓴 이는 모닥불 님, 감기가 심했다
6. 초암산 주변은 온통 철쭉 숲이다
7. 초암산 주변은 온통 철쭉 숲이다
8. 뒤돌아 본 초암산, 주변은 철쭉 숲
9. 초암산 넘어 가야 할 산릉
10. 해는 달처럼 떴다
11. 멀리 왼쪽이 초암산, 철쭉 숲은 계속 이어진다
▶ 존제산(尊帝山, 712m)
초암산 내리는 길. 광활한 철쭉 숲 가르마로 난 길을 간다. 지리산 바래봉이나 소백산의 철쭉
숲과는 다른 양태의 철쭉 숲이다. 바래봉 등지에는 철쭉이 군데군데 모여 있는데 여기는 비
집을 틈이 전혀 없이 산 전체가 빽빽하게 우거진 철쭉 숲이다. 철쭉 숲길 따라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자맥질이다. 완만하고 길게 내렸다가 그 반등으로 오른 606.4m봉 정상도 사방 트인
헬기장이다.
해가 반공에 보름달처럼 솟는다. 식생상태 살피려고 사면 누빌 수도 필요도 없다. 박무는 봉
봉마다의 조망을 가렸다. 해찰 부릴 일이 없어 막 간다. 겁나게 뚝뚝 떨어지고 ┣자 갈림길
안부다. 긴 새벽 들인 적공을 그만 한입에 톡 털어 넣고 만다. 다시 발걸음을 모으기 시작한
다. 울창한 철쭉 숲은 계속된다. 길 좋다. 당분간 호남정맥 길이다.
┣자 갈림길인 광대코재 지나고 바로 610.3m봉이다. 광대코재는 안부가 아니라 산봉우리다.
휴식. 입산주 탁주 마신다. 길은 철쭉 숲 외길이다. 줄달음한다. △568.8m봉 삼각점은 대간
거사 님이 교묘하게 감추어 놓아 찾지 못하고 간다. 고흥지맥 시작점이라는 570m봉 ┫자 갈
림길에서 왼쪽으로 직각방향 틀어 북진한다.
존제산이 흐릿하게 보인다. 거대한 준봉이다. 존제산을 더욱 높이려 길게 내린 안부는 도로
위 생태이동통로다. 고도 300m를 올려쳐야 한다. 마치 수목한계선을 넘는 것처럼 키 큰 나
무숲을 한참 오르다가 키 작은 나무숲에 든다. 지뢰매설지역이라는 경고판 지나고 깊은 교통
호를 넘고 넘는다. 나선형 가시철조망도 넘는다.
692.3m봉. 건너편에 존제산 정상의 군부대가 빤히 보이는 그 전위봉이다. 억새풀밭에 둘러
앉아 후미 기다려준다. 아니 온내 님의 돌배주를 기다린다는 게 더 정확하다. 신가이버 님의
봄동 배추전은 탁주 안주로 썩 알맞다. 뱃속이 든든하고 함부로 걷도록 얼근하다.
벌교의 진산인 존제산의 산 이름은 고려 충렬왕이 지었다고 전한다. 충렬왕이 남부 지방을
순시하는 길에 광주에 이르러 시종 관원에게 전남의 명산을 물었더니 첫째가 광주 무등산,
둘째가 나주 금성산, 셋째가 고흥 팔영산, 넷째가 보성의 존자산(尊者山)이라고 아뢰자 왕은
존자산보다 존제산이라 부르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한다.
존제산 능선마루금은 철조망이 뚫을 수 없도록 엄중하여 사면을 돌아 군사도로에 진입하여
야 한다. 그 길도 이중 삼중의 가시철조망을 넘어야 한다. 선답의 길 따라간다. 빈 초소 지나
고 연병장일 듯한 공터 지나면 존제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군사도로다. 철문이 나온다. 자물
쇠를 굳게 채운 쇠고리가 느슨하여 그 틈을 늘어뜨려 빠져 나왔는데, 맨 후미인 도~자 님은
그런 줄을 모르고 서성이다가 군인이 와서 자물쇠를 열어주어 통과했다. 군인들은 우리들의
행동거지를 관찰하고 있었다!
군사도로를 간다. 산굽이 돌고 돈다. 팍팍하다. 능선마루금은 군부대와 KT중계소가 막았다.
능선마루금을 적사장이 있는 산모퉁이에서 만난다. 군사도로를 벗어나 산길을 간다. 이리 푸
근한 것을. 그리고 895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주릿재다. 조정래 대하소설 태백산맥 문학비 앞
잔디밭에서 점심자리 편다.
12. 박무가 끼여 원경은 보이지 않는다
13. 멀리 흐릿한 산은 존제산
14. 존제산
15. 존제산 전위봉(692.3m)에서 휴식 중
16. 존제산 군사도로를 향하여, 가시철조망 넘고 넘어 저기 초소를 지나야 한다
17. 존제산 군사도로를 향하여
18. 존제산 군사도로는 능선과 이웃하며 내려간다
19. 군사도로 따라가다 다시 산속에 들어 벌목지대를 내린다
20. 존제산 다 내린 주릿재, 왼쪽부터 온내 님, 모닥불 님, 자유 님
▶ 오봉산(五峰山, 597.4m), 제석산(帝釋山, △560.6m)
2부 산행. 낙안 지나 오봉산 들머리인 불재로 간다. 불재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바라보는 금전
산이 당차다. 훗날을 기약한다. 오봉산을 어디로 오를까? 불재 산자락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오지산행이 우스운 노릇이기는 하지만) 일반등산로가 보이지 않는다. 남도에서 등산로가
아닌 생사면을 치다가는 가시덤불(특히 명감나무)에 혼쭐이 나는 건 저간의 숱한 경험이다.
일단 초지 조성하는 농장으로 들어갔다가 벌목한 능선을 보고 가시덤불 무찔러 달라붙는다.
주릉을 어렵사리 잡는다. 주릉에도 인적이 희미하다. 팔 걷어붙이고 박차 오른다. 가파른 오
르막은 왼쪽 호사산에서 오는 능선과 만나고부터 수그러든다. 오봉산 정상. 나무숲이 가려
사방 아무 조망이 없다. 서울청산수산악회와 서래야 박건석 님이 정상 표지를 달아 놓았다.
오봉산 삼각점은 정상에서 조금 더 가서 있다. 순천 310, 1986 재설. 서진하여 다가간 전망
바위에 내동마을 주민이 세운 오석의 표지석이 있는데, 오늘은 근경조차 가려 막막하다. 남
진. 굴곡 심한 봉우리는 없다. 경주하듯 달음질한다. 야산 냄새가 나는 산길이다. 등로 주변
에 자주 보이는 보춘화는 꽃대를 세우고 있는 중이다.
△310.6m봉(삼각점은 ‘순천 434, 1996 재설’이다)에서 두 팀으로 나눈다. 제석산을 갈 사람
과 우렁재에서 그만 둘 사람들로. 주릿재에서 본 태백산맥 문학비에 새긴 글귀가 걸린다.
“징광산과 제석산은 태백산맥이라는 거대한 나무의 실가지에 피어난 잎들이다”. 그 잎을 보
고싶다. 나도 간다!
마음이 너무 성급했다. 능선마루금은 △310.6m봉에서 남동진해야 하는데 잘못 남서진했다.
대 알바다. 사면을 돌고 돌아 주릉에 이르고 도로가 지나는 우렁재다. 잠시 도로 따라 내리다
목장길 올라 제석산 품을 파고든다. 제석산이 지도에서도 육안으로도 첨봉이었다. 첫째 피
치, 거의 수직사면이다. 고도 160m를 치고 오른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만하다.
입가에 버캐가 인다.
둘째 피치, 421.9m봉 넘어 평탄하다. 걸으면서 가쁜 숨 고른다.
셋째 피치, 다시 한바탕 치솟는다.
넷째 피치, 평탄하다. 잡목 숲 헤치며 숨 고른다.
다섯째 피치, 완만한 사면 느긋이 오르면 제석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다. 여기가 사실상
제석산 정상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의 제석산 정상 표지석 아래에서 배낭 털어 먹고 마신다. 사람이 꽃이
다. 어찌 보면 지금 이 시간 우리들이 이렇게 함께 있는 것, 기적이다. 기념사진 찍는다. 제석
산 정상 삼각점은 ‘순천 311, 1986 재설’이다. 제석산 정상 약간 내린 531.5m봉이 암봉 구간
으로 제석산의 백미다. 바위가 솟은 모양이 ‘帝’자를 닮았다.
531.5m봉을 직등하지 않고(서울 가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오른쪽으로 돌아 넘는다. 바윗길
이다. 뚝 떨어져 바닥 친 안부는 ╋자 갈림길이다. 오른쪽 낙안 구기마을을 향한다. 길이 잘
났다. 임도 수준이다. 연신 제석산 암봉 올려다보며 총총걸음 한다. 고센힐링펜션 지나고 연
산저수지 지나니 매화향기 은은한 신흥 마을 들녘이다.
매화가 피었다. 다가간다. 명향(明香)이 진동한다. 이제 어쩔 수 없는 봄이다.
오늘도 무산산행을 자축하는 하이파이브 서둘러 나누고 벌교로 회 먹으러 간다.
21. 불재에서 오봉산 오르면서 뒤돌아본 낙안 금전산(왼쪽 뒤)
22. 제석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23. 제석산 동쪽 능선
24. 제석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25. 제석산 정상에서, 두루 님
26. 제석산 정상 아래 531.5m봉, 제석산의 백미구간이다
27. 제석산 전망바위에서, 스틸영 님
28. 제석산 하산 길의 ╋자 갈림길 안부
28-1. 제석산 하산 길에 뒤돌아본 531.5m봉
29. 제석산 하산 길에 뒤돌아본 531.5m봉, 암봉이 ‘帝’자의 느낌이 든다
30. 제석산 하산 길에서
31. 연산리 신흥 마을
32. 연산리 신흥 마을 들녘에 핀 매화
33. 연산리 신흥 마을 들녘에 핀 매화
34. 연산리 신흥 마을 들녘에 핀 매화
첫댓글 제석산이 이번 산행의 백미였네요.
오랜만에 나와 완죤 아직 안왔네가 되어버렸습니다.
존제산 군부대 사건은 후미가 못나오게, 스틸님께서 손수 늘어진 시건장치를 꼭 조여 틈을 없애주시는 친절을 베풀어 주신 결과입니다.
악수 님은 역시 훌륭한 찍사이십니다.
그런 밋밋한 장소에서
이런 조망이 나오니 말입니다.
감사합니다,멋진 산행기를..
감사함을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오랜만에 뻐근하게 한 산행이였습니다

모처럼 남도산행을 떠났는데, 조망이 뒷받침을 안돼서 아쉬운 하루였습니다...초암산의 철쭉은 한창때 아주 멋드러지게 생겼습니다^^
꽃필 때 꼬옥 다시 가고 싶어요.
나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