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만난 여자/나기철
집에 가려고
참고열람실에서
일어나
개가 열람실을 지나는데
안에 서 있는 한 여자!
다시 보려고 다가가니
자동문이 닫혔다
두드렸으나
열리지 않았다
<시 읽기> 도서관에서 만난 여자/나기철
미당은 「ㅎ 孃」이란 시에서 ‘아이갸나!’라는 예쁜 감탄사를 쓴 바 있는데, 이 시를 대하니 그 유쾌하고 간지러운 찬탄을 잠깐 빌리고 싶어진다. ‘저 여자’의 아마도 고요할 듯한 이쁨과, 문득 눈이 멎는 순간의 화자의 설렘은, 또 미당을 빌린다면, “물빛 라일락”스러운 것일 듯하다.
하느님이나 슬며시 눈치채실 이런 복된 순간에 우리 생은 남모르게 한번 환히 피어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또, 그것은 또 여린 그늘이 그렇듯이, “물빛 라일락의 빛과 향”이 그렇듯이, 잡히지 않는, 아무도 모르게 손 사이로 빠져나가고야 마는 것이어서, 마침내 한 순결한 쓸쓸함을 이루는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가신 김종삼 시인이 이 시를 혹 보신다면, 한번 멋쩍게 웃어는 주시지 않을까. 물론 그리고는 찡그린 긴 얼굴로 파이프를 볼이 패이도록 다시 빠시리라.
우울한 소식들 뿐인 세월이지만, 그럴수록 순간의 생기를 팽팽하게 서려 담는 시가 귀하다. ‘뽀-나쓰’로 같은 시인의 짧은 시를 한 편 더.
“세수를 했는데/잊고/또 잊고/또 세숫물을 받았다//물을 내리며/두 손을 깍지낀다//잘못했습니다/용서하세요”(「맑은 물」 전문)
아이갸나―!
―김사인, 『시를 어루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