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길을 따라가는 여행이다. 길을 찾고 길을 만들고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소문난 제주도 올레길을 걸었다. 제주도를 수십 번 다녀도 볼 수 없었던 것을 보았다. 늘 관광을 하면 정해진 코스를 가고 물건을 사고 떠들썩한 설명을 듣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북적거려야 했다. 올레길은 관광 명소를 만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을 만나고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었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차를 타고 가면서 부분적으로 보고 스쳐 지나가던 것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 ‘제주도가 이토록 아름답던가!’ 제주도를 마음속 사진관에 그려넣으며 찬사가 터져 나왔다. ‘그래 잘 왔다! 올레길 잘 걸었다!’ 걷고 또 걸어도 행복했다. 도시에 찌든 마음에 쉼표 하나 잘 찍을 수 있었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안내 표지를 따라 걸으면 된다. 바닷가를 걷고, 오름을 걷고, 마을길을 걷고, 밭길을 걸었다.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올레길을 만나고 걸었기 때문이다. 올레길을 걸으면서, 제주도를 더 아름답고 특색 있게 하려면 무너진 돌담을 다시 쌓고 시멘트 담을 돌담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담에 돌이 하나씩
쌓여 올라갈 때마다
지나간 세월도
내려앉았다
―「돌담」
삶도 사람도 겉만 보고 살아가면 얼마나 실수가 많고 고통이 많고 아픔이 많은가. 삶의 진가를 아는 것은 마음을 알 때다. 서로의 마음을 읽지 않고 큰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이 많다. 대화를 원하면서도 대화를 하지 않는다. 서로 고집만 부린다. 자연을 즐기면서 바라볼 수 있는 올레길을 걸어야 할 사람들이 참 많다.
올레길을 걷다가 귤 농장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농장 주인이 부르며 귤을 먹고 가라고 했다. 얼마나 친절한지 커피도 한잔 타주었다. 그분은 “올레길만 걷지 말고 제주 사람과 이야기도 하고 귤도 먹어보아야 여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분을 만난 것은 가슴 찡한 감동을 주는 행운이었다. 사람도 마음을 주고받아야 친구가 된다. 여행도 자연을 가깝게 만나야 친구가 된다.
여행을 하면서 지역의 유래와 역사를 알아가는 것이 흥미롭다. 어느나라 어느 곳이나 전통시장 벼룩시장을 돌아보는 것도 즐거운 구경이다. 시장에서 그 지역의 문화를 알 수 있다. 제주도 올레시장에서 순댓국도 먹고 제주 흑돼지 갈비도 먹고, 방어회도 먹어보고, 길치조림, 갈치회, 고등어회, 말고기도 먹었다. 여행과 먹거리는 역시 궁합이 잘 맞는다. 여행을 떠나서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만나고 싶은 것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제주 올레길을 걸으면
마음이 열리고
머물고 쉬면 쉼터가 된다
섬 곳곳에 펼쳐 있고 숨어 있는
아름다운 풍경에 발길이 머물고
멋진 풍경을 만나면
감동을 하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바닷가를 걸으며
밀려오는 파도에 마음을 씻고
밀려가는 파도에 고독을 씻는다
오름에 오르며
삶의 의미를 깨닫고
삶의 가치를 마음에 담는다
돌담을 걸으며
사람의 고단함에서 벗어나고
밭길을 걸으며
삶의 즐거움을 일깨운다
올레길은 어느 곳이나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야
그 묘미와 맛을 더 깊이 알게 된다
올레길을 걷다 보면
바다가 보이고
풍경이 보이고
삶이 보이고
휴식이 된다
―「제주 올레길」 전문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매일의 삶이 곧 여행이다.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삶을 이야기하고 낭만을 느끼고 인생을 생각하기 위해서다. 오늘 무엇이 가장 소중한가? 무엇이 가장 우선인가? 날마다 분주하게 살아가는데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잠시의 휴식과 쉼 속에서 참다운 인생을 느껴야 한다. 지금은 무너지고 상처 입은 사랑을 회복할 때다.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 <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용혜원의 시가 있는 풍경(용혜원, 책만드는집, 2013)’에서 옮겨 적음. (2019.08.29. 화룡이) >
첫댓글 고통과 아픔과 좌절 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이 시라고 합니다만 ,무너지고 상처입은 사랑을 회복할때 나오는 시야 말로 얼마나 아름 다운 음율일까 요..
시를 쓸 때 그 정서는 고통과 아픔과 좌절에 닿아있더라도 마음만은 즐거움으로 열려있어야 하겠지요.
그래야만 다친 마음을 치유받을 수 있을 터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