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북서쪽 트베리주(州)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사한 소련군 병사들의 유해를 발굴하던 중 소지품 속에서 한글 쪽지가 발견됐다. 트베리주의 르제프 지역은 나치 독일군과 장기 공방전(1942년 1월~1943년 3월, 르제프 전투로 기록)를 벌인 곳으로 유명하다. 발견된 소련군 병사들도 1942년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트베리주 전사자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깨진 거울과 그 속에 까워져 있던 한글 쪽지/사진출처:트베리주발굴조사단 НИ ВПЦ Подвиг
베체르나야 모스크바(BMru)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트베리주 유해 발굴 조사단은 15일 주브초프스키시(市) 그레댜키노 마을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련군 병사 62명의 유해를 찾아냈다. 이들의 개인 소지품 중에서는 메달과 이름(이니셜)이 새겨진 물건, 작고 오래된 거울 등이 발견됐다.
주목을 끈 것은 깨진 거울의 뒷면 덮개 안에서 나온 한글 종이 쪽지다. 많이 훼손된 탓으로 전체 내용을 해독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사진을 보면 한글은 손글씨체가 아니라 인쇄체로 되어 있는데, '랭정한'과 '소리' 등 한글을 드문드문 읽을 수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종교·철학 서적의 일부이거나, 상처 치료를 위한 민간요법을 적은 의학서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본다.
소련군 유해 발굴 중 발견된 한글 종이 쪽지/텔레그램
러시아 전문가들이 제2차 세계대전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는 장면/영상 캡처
발굴조사단은 러시아 SNS인 브콘닥테(VK) 계정을 통해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극동 출신의 병사들이 이 지역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드물었지만, 한국인은 아직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출신의 병사들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규명할 구체적인 단서가 없으니, 어떤 제보든 환영한다. 아무리 황당한 생각이라도 좋다"고 구독자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한 조사요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방어 작전에 참여한 한국인의 흔적을 찾는 첫 단서가 될 수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소련군 유해발굴조사는 한국이 미군과 함께 한국전쟁(6.25 전쟁)의 주요 격전지에서 당시 실종된 병사들의 유해를 찾는 과제를 떠올리면 된다. 러시아도 제2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의 유해 발굴을 계속 중인데, 2024년 10월 자포로제(자포리자)에서 수년 간에 걸쳐 나치 독일군에 의해 총살된 26명의 시신이 발견됐고 이듬해(2025년) 10월에는 칼루가주(州) 말로야로슬라베츠에서 소련군 병사 106구의 유해가 수습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