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나라 총인구는 5183만명. 전체적으로 유소년과 생산연령인구는 줄었고 65세 고령 인구가 늘었습니다. 생산연령인구는 취업 여부에 상관없이 경제 활동에 노동력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인구 계층을 뜻합니다.
통계청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0~14세 유소년인구는 617만6000명으로 1년 전(631만명)보다 13만6000명 줄었습니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도 감소했죠. 3575만2000명으로 1년 전 (3594만명)보다 19만1000명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유소년과 생산연령 인구가 줄어든 반면 고령인구는 늘었습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20만6000명, 최초로 800만명을 넘겼습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16.4%였습니다. 유엔은 65세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구분합니다. 한국은 2017년 14.2%를 기록해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비율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고령인구 비율이 늘면서 함께 떠오르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시니어 산업입니다. 시니어 산업은 노년층을 위한 맞춤형 산업을 뜻합니다. 대표적으로 요양·의료 서비스, 고용 창출, 맞춤 제품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시니어 모델이 주목 받으면서 시니어 모델 학원, 패션 브랜드 등도 인기를 얻고 있죠. 기존 시니어 산업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어떤 산업이 새로 생겨났는지 알아봤습니다.
발전하는 요양·의료 서비스
시니어 산업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는 요양·의료 서비스입니다. 노령층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이기 때문이죠. 기존에는 서비스를 받는 대상자를 복지시설에 맡기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런 요양 서비스가 바뀌고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복지사를 직접 선택하고 자택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한 곳은 간병·요양 정보 플랫폼 '케어닥'입니다. 케어닥은 노인요양시설과 간병인을 중개하는 플랫폼을 운영합니다.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요양시설, 간병인 정보를 모아 고객과 가족이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죠. 현재 전국에 3만개 이상의 요양시설을 중개하고 있습니다. 또 플랫폼 안에 간병인 프로필은 물론 실사용자 후기까지 볼 수 있어 사용자가 믿고 쓸 수 있게 만들었죠.
실버 테크 스타트업 '한국시니어연구소'도 오프라인 케어 서비스를 디지털화했습니다. 그동안 요양업체가 일일이 손으로 했던 행정업무를 자동화한 '하이케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방문요양센터가 더 나은 요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최근 국내 3위 방문요양센터 브랜드를 인수해 직접 센터를 운영하면서 서비스 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 센터에서 근무할 중장년, 시니어 요양보호사를 고용하면서 시니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죠.
한국시니어연구소 이진열 대표는 시니어 산업에 뛰어들며 직접 방문요양센터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이진열 대표는 jobsN과의 인터뷰에서 "방문요양센터를 인수하기 전까지는 고객 상담을 직접 했고 노인장기요양등급을 직접 받아드리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지내기도 하고 덕분에 마음을 놓았다,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신다. 우리 서비스를 통해 어르신들의 문제를 해결해드린다는 생각이 들 때 뿌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시니어 전문가-중소기업 매칭
한국시니어연구소 외에도 시니어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탤런트뱅크'는 전문 경력을 가진 시니어 전문가와 중소기업을 연결해줍니다. 기업 필요에 맞는 개별 업무마다 프로젝트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단기 계약이 기본 모델이죠. 내부에서 인증을 거친 시니어 전문가만 4000여명에 달합니다. 이들은 모두 서류심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역량과 경력을 검증받은 전문가죠. 2018년 설립 후 700건 이상의 매칭, 60% 이상의 재의뢰율, 800건 이상의 프로젝트 완성 등을 기록했습니다.
공장환 탤런트뱅크 대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이 수십 년 경력의 전문가를 직원으로 채용하거나 컨설팅 업체에 맡기려면 부담이 컸다. 기업은 믿을 수 있는 전문가에게 업무를 맡길 수 있고, 전문가들은 은퇴 후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서로 도움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시니어 취미 중 하나로 여겨졌던 활동이 새로운 일자리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시니어 모델입니다. 시니어 모델이 주목받자 많은 모델 아카데미에서 시니어 모델을 고용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018년 63세에 F/W 헤라서울패션위크를 통해 데뷔한 모델 김칠두씨는 이미 유명하죠. 요식업에 종사하던 그는 딸의 도움으로 마음 깊숙이 묻어뒀던 모델이라는 꿈을 펼쳤고 현재 모델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실버푸드 산업
인구 고령화에 발맞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실버푸드 시장인데요. 실버푸드는 노인과 음식을 합친 단어로 어르신들이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부드럽고 순하게 만들어진 고령친화식품입니다. 국내 실버푸드 시장은 2017년 6조4000억원에서 2020년 17조6343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시니어 전문 기업 '사랑과 선행'은 고령식 도시락 프랜차이즈 '효도쿡123'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효도쿡123은 고령자 식단 서비스 관련해 출원한 특허를 바탕으로 직접 고령식을 만들어 배달합니다. 이강민 사랑과 선행 대표는 2008년 노인 돌봄서비스를 시작으로 시니어 산업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 대표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노인 욕창 문제에 직면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선 소독뿐 아니라 식단을 통해 단백질을 원활하게 공급해야 빠른 치료와 회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또 삼킴장애, 소화, 저작곤란을 겪는 노인을 위한 식단이 따로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본격적으로 시니어 고령친화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효도쿡은 전국 800여개 요양원에 급식 및 식자재를 유통하고 있고 2020년 1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죠.
이처럼 인구고령화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시니어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벤처기업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정보통신기술(ICT)에 이어 새로운 주요 투자처로 실버산업을 점찍고 관련 분야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 인구 비율과 기대수명이 증가하면서 시니어 산업이라 불리는 고령친화산업의 시장규모는 앞으로 계속 성장할 것이다. 해외에서도 시니어 관련 산업을 유망산업으로 꼽는 만큼 국내 기업 사업 잠재성도 크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