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buffet)”는 ‘여러 가지 음식을 벌여 차려놓고 손님이 스스로 골라 먹도록 한 식당’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열차나 정거장 안에 있는 간이식당’의 뜻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뷔페가 대중한 된 것은 1986년부터 쯤 이었을 것 같습니다. 제 기억에 그때 명동에 새로 생긴 뷔페 가격이 2500원이었습니다. 별로 먹을 것도 없는데 사람이 무척 많이 몰렸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원래 취지는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라고 하는데 요즘 서울시내 유명 호텔 뷔페는 한 사람당 14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격세지감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8월 1일 리뉴얼 오픈한 롯데호텔 잠실점 뷔페는 성인 기준 평일 점심 가격은 14만원, 평일 저녁과 주말은 18만원으로 책정했다고 합니다. 기존보다 각각 2만원, 2만5000원씩 올린 것이라고 하는데, 성인 4인 가족이 한 끼를 먹으면 80만원에 육박합니다.
롯데호텔 소공동 본점 뷔페도 이날부터 가격을 요일에 관계없이 18만원(성인, 저녁)으로 올렸다는데 직전 가격은 16만5000원이었다고 합니다. 올 1월 최대 18% 가격을 올린 지 7개월 만에 또 다시 인상한 것이라고 하는데 어지간한 서민은 정말 갈 수 없는 곳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서초동에 가성비가 좋은 “부정부페(뷔페)”가 있다고 합니다.
<허기진데 돈은 궁할 때 ‘부정부페’가 가까이 있다.
서초동에는 대법원과 대검찰청, 서울고등검찰청 등이 모여 있다. 욕망에 쉬이 굴복한 자들이 종국에 이곳으로 와 고개를 숙이곤 한다. 인근에 의미심장한 식당이 하나 있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법조타운 코앞에서 영업하는 밥집치곤 요상한 상호 아닌가. 필시 ‘부정부패’를 겨냥했을 것이다. 법조인들 사이에선 유명한 맛집이라 한다. 점심엔 반찬만 일고여덟이고 무한리필까지 된다. 9000원. 지갑 얇을 때 이만한 곳이 없다고.
30평 남짓한 이곳의 규칙은 하나다. ‘맘껏 드시되 남기지 말아주세요.’ 벽면에 헌법처럼 쓰여 있다. 몰래 싸가거나 남겨 먹으려할 때 부패가 시작될 것이다.
서초동에 개업한 변호사 친구와 마주 앉아 밥을 퍼먹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근처 직장인으로 보이는 식객들이 일사분란하게 둥근 쟁반에 반찬을 담고 있었다. 여기 음식은 결코 산해진미가 아니지만, 집게로 너무 많이 집었다 싶으면 조금 덜어내는 신중함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문득 자신의 정량을 알고 퍼 담는 이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생각했다.
토종닭 전문점 ‘난 공산닭이 싫어요’라든가, 중독성 강한 막창구이집 ‘막창 드라마’, 탐스런 오리고기 육질을 피력하는 ‘탐관오리’ 같은 간판을 보고 낄낄댄 적이 있다. 한국식 빨간 맛을 보여주는 언어유희 아닌가. 그러나 ‘부정부페’에는 그 장소성으로 인해 가벼이 웃어넘길 수 없는 비애(悲哀)가 추가된다.
‘부정부페’가 입주한 4층짜리 건물에는 은행과 회계사·세무사 사무실이 있다. 며칠 전 시중 은행에서 거액의 횡령 사건이 터졌고, 공공아파트 기둥에서는 철근이 누락됐다. 역대 최악의 ‘잼버리’ 사태는 고강도 감사를 앞두고 있다.
‘부페’는 뷔페(buffet)의 잘못된 발음이지만, 그 잘못으로 인해 더 쉽게 부패를 상기시킨다. 부패의 ‘부’(腐)는 지방 관청을 의미하는 ‘부’(府)에 고기 ‘육’(肉)을 위아래로 합친 것이다. 거기서 고깃덩이가 썩고 있다.
부페가 여럿이서 조금씩 퍼 담는 시스템이라면, 부패는 소수가 다수를 독식하려할 때 벌어진다. 부페는 음식을 일렬로 개방한다. 부패는 밀폐된 곳에서 발생한다. ‘부정부페’를 다녀간 한 블로거가 “△△△도 울고 갈 정치인들의 공식 맛집”이라는 리뷰를 남겨 놨다. 그러나 지금 부패는 한 사람으로 특정할 수 없는 너무도 방대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부페의 핵심은 가성비다. 부패도 마찬가지다. 절차와 양심의 수고를 건너뛰니까. 범법(犯法)만큼 가성비 좋은 활동은 없을 것이다. ‘부정부페’는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안나’ 촬영지로도 잠깐 등장한다.
거짓과 파국에 대한 이야기다. 2화에서 가난한 사법고시 준비생이 “이 동네에서 가성비로는 여기가 최고”라며 역시 가난한 여주인공을 데리고 자리에 앉는다. 곧 본색을 드러낸다. “나랑 만나보는 게 어떠냐”며 여자의 무릎을 만진다. 여자는 일어나 밥그릇을 던져버린다. “너 같은 새끼가 법조인이 된다고?”
‘부정부페’를 빠져나와 10분 정도 걸으면 예술의전당이 나온다. 오스트리아 출신 비평가 에른스트 피셔는 “부패한 사회에서 예술은 부패를 반영해야한다”고 했다. 그 예술은 부패의 극복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반영을 넘어 부패 자체가 된 자들이 결코 적지 않다.
철학 서적에서 빌려온 얄팍한 포장지로 구린 재료를 위장하는 자들. 인본주의를 내세우지만 타인의 착취에 관대하며, 가난을 예찬하지만 입신의 기회 앞에서 누구보다 잔인했던 이른바 민중의 거장들. 일부는 감옥에 갔고 또 한 명의 철창행이 예고돼있다.
배는 고프고 사정은 팍팍할 때, 부정부패는 우리 가까이 있다. 그러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부정부페’로 가는 것이 옳다. 참고로 이곳의 ‘부정’은 부정(父情)이다.>조선일보. 정상혁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칼럼, [에스프레소] ‘부정부페’의 맛
“공짜 점심은 없다(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두문자어: TANSTAAFL, TINSTAAFL, TNSTAAFL)”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개념입니다. 이 문구는 1930년대에 사용되었으나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는 미상이라고 합니다.
이 문구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의 1966년 SF 소설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이 소설을 통해 "공짜 점심은 없다"는 용어가 보급되었고, 자유 시장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또한 1975년 책의 제목을 통해 이 용어의 노출도를 증가시켰는데, 경제학 문헌에서는 기회비용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된다고 합니다.
‘공짜’를 싫어할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겁니다. 하지만 진짜 ‘공짜’는 없다는 것이 진리일 것입니다. ‘공짜’를 가장한 ‘부정부패’늘 우리 곁에서 유혹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것을 알고도 받고, 모르고 받는다 해도, ‘공짜’는 반드시 그 값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