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공부 :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1)
옌롄커의 소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화대혁명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 어떻게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충돌하고, 이를 전복시키는지를 강렬하게 그려낸 문제작입니다.
소설의 핵심 모티프가 되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구호는 본래 마오쩌둥이 제시한 공산주의의 가장 신성하고 숭고한 정치적 미덕이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사단장 사택이라는 철저히 통제되고 폐쇄된 공간 속에서 이 슬로건을 기묘하게 뒤틀어버립니다. 사단장의 젊은 아내 류롄은 자신을 '인민'으로, 취사병 무광원을 자신에게 복종해야 할 '복무자'로 규정하며 권력 관계를 성적 유희의 도구로 삼습니다. 이 순간부터 국가의 최고 이념은 두 사람만의 은밀한 성적 암호이자 쾌락을 허용하는 면죄부로 타락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나누는 사랑은 단순한 육체적 쾌락을 넘어 체제의 엄숙주의에 대한 가장 도발적인 반항으로 나아갑니다. 이들은 집안에 모셔진 마오쩌둥의 석고상과 초상화, 혁명 선전 문구들을 고의로 부수고 훼손하며 극치에 달한 해방감과 성적 흥분을 느낍니다. 정치적 금기를 깨부수는 신성모독의 행위가 곧 욕망의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인간을 억압하는 거대한 체제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인간 본연의 날것 그대로의 본성뿐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극의 결말에서 불륜을 눈치챈 사단장이 분노하기보다 자신의 성 불구라는 치부와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는 모습은 체제의 위선과 기만을 극명하게 폭로합니다. 국가가 내세우는 숭고한 명분과 권력의 외벽이 결국 개인의 안위와 기득권 유지를 위한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작가는 냉소적인 시선으로 꼬집습니다.
결국 군에서 명예롭게 제대해 평범한 삶을 살다가 노년이 된 무광원의 회상은 이 소설이 가진 문학적 깊이를 한층 더해줍니다. 한때 온몸을 불살랐던 강렬한 욕망의 기억조차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서(흘러 가버린 시간 앞에서)는 한낱 부서진 파편에 불과하다는 결말의 허무주의는 우리에게 깊이 생각할 화두를 던집니다. 옌롄커는 이 허무주의를 통해 국가나 권력이 주입하는 맹목적인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경계하고, 억압된 체제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주체적인 삶과 진실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듭니다. 이 점이 작가 엔렌커가 목표로하는 이 소설의 핵심 목적 입니다.
옌롄커는 현실의 표면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기괴한 진실과 인간의 심층적 욕망을 우화적으로 폭로하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문학 세계, 이른바 '신실주의(神實主義)'를 구축한 작가입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역시 극단적인 정치적 억압을 극단적인 성적 욕망으로 맞받아치며 중국 현대사의 상처와 인간의 본질을 날카롭게 풍자해 냈기에, 중국 내 금서 지정이라는 탄압 속에서도 전 세계가 주목하는 현대 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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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실주의(神實主義)에 대한 이해
신실주의(神實主義, Mythorealism)는 옌롄커가 기존의 사실주의(리얼리즘) 문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제창하고 정립한 독창적인 문학 이론이자 창작 방법론입니다.
그는 현대 중국 사회가 겪고 있는 급격한 변화와 그 저변에 깔린 기괴한 현실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대로 기록하는 전통적 사실주의로는 결코 담아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신실주의의 핵심적인 특징과 내포된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현실의 표면을 넘어선 '인과율의 거부'
전통 사실주의 소설은 인과관계가 명확한 일상적 논리를 바탕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옌롄커는 눈에 보이는 인과율을 과감히 깨뜨립니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현실적 사실 대신, 겉으로는 비논리적이고 황당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더 깊은 차원의 진실'을 포착하고자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 은폐된 역사적 상처, 체제의 광기를 드러내기 위해 초현실적이고 신화적인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입니다.
인류의 신화적·종교적 무의식과의 결합
신실주의에서 '신(神)'은 종교적인 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깊은 내면에 자리 잡은 원초적인 무의식, 즉 신화적 상상력과 민간 신앙, 영적인 직관을 뜻합니다. 옌롄커는 이러한 신화적 요소를 현대적 현실과 결합하여, 독자가 현실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를 통해 독자는 일상이라는 가면 뒤에 숨은 기괴하고도 진실한 사회의 실체를 마주하게 됩니다.
극단적 풍자와 그로테스크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서 국가적 슬로건이 성적 암호로 전도되고, 체제에 대한 반항이 마오쩌둥의 석고상을 부수는 성적 에너지가 되는 스토리 설정 역시 신실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말도 안 되는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상황을 통해, 오히려 체제가 가진 모순과 인간의 날것 그대로의 본질을 가장 강력하게 폭로하는 것입니다. 옌롄커에게 황당무계한 가상과 과장은 거짓이 아니라, 현실의 본질을 꿰뚫기 위한 가장 정교한 현미경인 셈입니다.
결국 옌롄커의 신실주의는 중국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배경 속에서 태어났지만, 인간이라는 존재가 거대한 권력과 역사 속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저항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보편적인 세계 문학의 지평을 넓힌 탁월한 성취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