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식의 생활건강 에세이]건조한 `폐' 담배는 피하고 촉촉하게 항상 보습이것은 필자의 이야기입니다. 필자의 폐는 엉망진창이다. 무려 세 번이나 곤욕을 치렀다. 1학년을 교양학부에서 보내고 2학년이 되어 본교로 들어가니 우리들의 등장을 라일락이 반겨 주었다. 봄날 라일락 향기는 그윽했다. 다시 시험 봐서 다른 학교로 가려던 생각을 접고 그냥 눌러앉기로 결정한 터라 홀가분하게 맞은 봄이었다. 그런데 그 봄 어느 날 몸에 이상이 느껴져 병원에 갔다. 뿌연 엑스레이 필름이 퉁명스럽게 폐결핵이라고 말했다. 나도 그 말에 퉁명스럽게 반응하여, 별 신경 쓰지 않고 약 먹으며, 강의 들으며, 술 마시며 학교를 다녔다. 몸이 괜찮아졌다. 그래서 굳이 병원에 가서 확인도 해 보지 않은 채 이듬해 입대를 했다.
흡연은 건조한 폐에 불 피워
더욱 메마르게 만드는 꼴
필자 폐결핵·늑막염으로 고생
폐활량 지키려 틈만 나면 산행
알로에 속에 오미자 넣고 중탕
수액 짜내 공복에 마시면 좋아군 생활 3년을 마치고 복학했다. 가을이었다. 라일락 벤치에 앉아 졸업 후의 구상에 잠겨 있을 때 몇 년 전처럼 몸에 이상이 느껴져 또 병원에 갔다. 의사선생이 지시봉으로 필름을 가리키며 나를 질책했다. 재발했다는 것이다. 폐결핵, 걸리면 죽는 병이었다. 그 죽는 병의 재발. 나는 아무 말 없이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밀었다. 기계에 깎여 청춘과 이상(理想)의 부스러기들이 땅바닥에 뿌옇게 떨어졌다. 청량리에서 밤차를 탔다. 고향으로 내려간 것이다. 기가 꺾인 나는 거의 죽어 있었다. 그래서 약을 먹고 주사를 맞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죽기 전 마지막 일을 찾았다. 그때는 가난하여 진학을 하지 못한 아이들이 많았다. 학원을 만들었다. 중·고등 과정을 공부하는 야간학교, 이름을 세안학원(洗眼學院)이라고 붙였다. 가르칠 선생도 여럿 모이고 학생들도 많이 몰려와, 병을 잊고 학원 일에 빠져들었다. 보람 있고 신나는 일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 보니 내가 살아나 있었다. 학원도 많이 커져 있었고. 나는 친구들에게 학원을 맡기고 대학으로 돌아갔다.
이 일이 있은 후 20년도 훨씬 지난 50대 초반 나는 몸에 심한 열을 느껴 병원에 갔다. 사진을 찍어 보니 폐에 물이 차서 양쪽 폐가 반쯤은 보이지 않았다. 결핵성 늑막염이었다. 물을 빼고 1년간 주사로 마무리하였다. 이 세 번의 수난으로 나의 폐는 군데군데 공동이 생겼고 길다랗게 유착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나는 자주 폐를 검진한다. 그리고 줄어든 폐활량을 지켜내기 위하여 틈만 나면 산에 오른다.
돌이켜 보면, 첫 번째는 어려서 경거망동하였다. 병에 대한 연구와 깨달음이 부족하여 병을 제대로 앓지 아니하였다. 그래서 너무도 당연하게 병이 재발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는, 내가 첫 번 아플 때 잘못 임했던 것을 크게 뉘우쳐서 제대로 앓았고 마무리도 철저히 하였다. 병에 걸리면 대개 집에서 칩거하는데, 나는 그때 학원 일에 몰두하여 조심스럽게 움직이긴 하였지만 정신없이 활동하였다. 이 활동이 나를 살려 내었을 것이다. 그런데 재발한 것에 겁을 먹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아 병에서 살아나 보니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이델베르크로 공부하러 가려던 생각을 접어야 했고, 대기업이나 은행이나 언론사 등 짱짱한 진로가 있는데도 이를 모두 포기하고 낭인으로 사회에 나섰던 것이다. 하늘이 질병을 보내어 사람의 진로를 꺾어 놓는다. 나는 좋은 길을 두고 광야로 나섰다. 왜 그랬을까? 왜 탄탄한 길을 스스로 포기했을까? 하늘과 죽음에 관한 공부(Thanatology)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세 번째 경우는 이미 벌판에 서 있었으므로 더 버릴 것이 없었다.
폐는 호흡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들숨과 날숨을 통해 산소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폐는 오행으로 금(金)에 해당하며, 계절로는 가을이며, 색으로는 백색, 맛으로는 매운맛, 향기로는 비린내이며, 대기의 질로 말하면 건조함이며, 온도로는 서늘함이며, 때는 저녁이며, 방위는 서쪽이다. 폐는 건조하므로 촉촉하게 보습해 주는 것이 좋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건조한 폐에 불을 피워 더욱 건조하게 만드는 꼴이다.
※ 폐를 윤조(潤燥)하는 방법= 알로에 속(껍질을 벗긴) 2㎏에 오미자 30알을 넣고, 2시간 정도 중간 불로 중탕을 한 다음, 짜서 수액을 채취한다. 이것을 페트병에 넣어 냉장실에 보관하고 공복에 소주잔으로 1잔씩 마신다. 가슴이 편안해지고, 헛기침이 나지 않고, 엑스레이를 찍으면 사진이 진하게 나올 정도로 폐포가 꽉 차게 살아난다. 큰 돈이 들지 않고 만들기가 쉬우므로 자주 만들어서 복용하시라. 고생하고 있는 폐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김건식 프로필
-1973년 고려대 졸업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오행순환의집 원장 역임
-생기마을 건강수련회 공동 운영
-(주)우리밀 대표이사 역임
출처 강원일보